이번에 제가 번역한 블로그는 일본에서 지난 1월7일 개봉한 "황해"를 보고 감상평을 올린 일본 유저의 블로그 입니다.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녀 봤는데, 주로 나온 얘기가 폭력의 미학을 잘 보여 주었다는 것과 이야기 구조의 개연성이 다소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잘 만든 한국 느와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늘 드리는 말이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 만으로 남에게 상처가 될 만한 댓글은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좀 더 전작과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 박정우&김윤석과 함께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지만, 솔직히 말해서 <추격자>에는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20세기 폭스사의 로고가 빵빠레와 함께 등장하는 첫 부분에서 조금은 염려스러웠다. 왜냐면 헐리우드 자본이 투자돠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말해 <추격자>에서 느낌 한국 영화다운 캐릭터와 어두운 느낌, 몸서리 쳐질 정도의 박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미국 개봉과 리메이크를 염두해두고 만든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리메이크 판권을 샀다고 한다. 다만, 한국 영화 특유의 강렬함이 많이 희석되었다는 말은 바꾸말하면 대중적인 영화가 되었다는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재밌는 한국느와르 한 편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연길에 살고 있는 택시 운전수 김구남(하정우)은 6만원(元) 상당의 빚이 있다. 이 돈은 생활이 힘든 김구남이 아내가 한국에 가서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진 빚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내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오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김구남은, 겉으로는 개장사지만 중국 조폭 보스인 면정학(김윤석)에게서 청부살인을 의뢰받는다. 그 댓가는 빚을 청산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이 때 자신에게 잔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살인청부를 실행하기 위해 한국에서 이런 저런 조사를 하면서 아내의 행방을 찾는다. 그런데 한번에 조선족이라는 것을 들키는 장면이 일본인인 내가 보기에는 조금 의아했다. 그는 목표물인 체육교사 김승현을 죽이러 가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다른 암살자가 그를 죽인다. 즉, 한 사람에게 두 명의 암살자가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마지막까지 결말과 관련된 부분이지만, 이 장면 이후의 전개가 무척 길고 과격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해서 어느 샌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혹, 이것이 감독의 의도라면 대단한 전개라고 생각한다. 다른 암살자는 김승현의 친구인 버스 회사 사장 김태원(조성하)이 관련된 자이며, 김승현을 죽인 것도 바로 이들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김구남은 경찰들에게 범인으로 오인받아 쫓기게 된다. 그리고 이 장면부터 김구남은 영화속에서 도망다닌다. 그를 쫓는 것은 경찰 그리고 암살과 관련된 일이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김태원, 김태원으로 부터 김구남을 죽이라고 사주받은 면정학이다. 김태원이 면정학의 존재를 알고 김구남을 죽이라고 하는 부분까지는 스토리상 김구남이 면정학에게 속아서 살인청부를 받는 부분과 잘 연결되어 깔끔하게 전개된다.
이 영화에는 뛰어서 도망치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장면들도 많이 등장하고, 총이 아닌 식칼과 도끼가 무기로 등장하는 점에서도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는 자동차 추격 장면도 나온다. 이 자동차 추격 장면은 자동차를 종잇장처럼 부시면서 핸드헬드(손에 카메라를 들고찍는 기법)로 촬영된 장면이며 할리우드 영화급의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장면은 제작비만 많이 들이면 어떤 감독이나 찍을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이런 장면을 보면서 할리우드의 자본이 이 영화에 들어와 한국영화 특유의 느낌을 많이 사라지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김구남은 자신이 왜 이런 일에 휘말려들게 되었는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실은 영화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모두 사건의 전모를 모르고 있으며, 김구남과 면정학이 영화속에서 움직이면서 하나씩 진실을 밝혀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관객들이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지막에는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얽히고 설켰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에는 영화 팜플렛를 읽으며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과 얻은 최종 결론이 암살자가 두 팀 있었다는 부분이다. 요약하자면 왜 암살자가 두 팀이나 필요했냐는 점이다. 이 두 팀 중 한 팀은 영화를 보다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즉, 김태원이 보낸 암살자이며, 그 살해 동기가 얼토당토않은 이유지만 마지막에 밝혀진다. 하지만 김구남쪽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면정학이 시켜서지만, 면정학은 왜 김승현을 죽이려고 한 것일까? 이 점이 이 영화가 지닌 스토리상의 약점이다. 나중에 밝혀진 이유도 너무 느닷없고 설득력이 없다. (1/8 수정)김승현 교수의 아내가 은행 과장과 바람을 피웠고, 그 과장이 술집에서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면정학이 김구남에게 살인을 의뢰했다니...그 전까지 은행 과장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인 면만 쓴것 같지만, 영화적으로 볼만한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목숨이 위태로워진 면정학이 김태원 사장의 부하들을 도끼로 찍어 죽이는 장면이나 김태원 사장을 죽이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무서웠다. 전작에서는 하정우의 연기에 매료되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김윤석의 연기에 매료되었다. 결국 김구남도 면정학도 조선족이며 중국 사회에서도 한국 사회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살기 위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정도로 거친 정신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영화 "슬픈 짐승(哀しき獣, 황해의 일본 개봉 제목)"의 포효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별점 3.0
남자는 모두, 늑대라고 쓰고 "슬픈 짐승('황해'의 일본 개봉 제목)"이라고 읽는다. << 작성일 : 2012/01/12 04:00 >>
영화뿐만 아니라 데뷔작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 기대감 때문에 다음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두 번째 작품을 만든 것뿐인데도 벌써부터 거장의 품격이 느껴진다.
데뷔작 <추격자>가 전 세계에서 절찬받은 한국영화계의 신예 감독 나홍진의 최신작 <황해>는 전작의 엄청났던 추격전을 스펙터클한 규모로 만든 작품이다. 하정우와 김윤석을 주연으로 캐스팅하여 아슬아슬한 한계점까지 인정사정 없는 남성성을 100% 응축시킨 그 폭력성으로 사회 저변을 살아가는 자들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괴수와 같은 영화이다!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사는 택시 운전사 김구남은 아내가 한국으로 돈 벌러간 사이 빚을 지게 되는데, 어느 날 그 지역을 주름잡는 개장수 면정학이 한국에 가서 사람을 죽이면 빚을 탕진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아내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김구남은 한국으로 밀항해서 의로받은 사람을 죽이려하는 순간 다른 누군가가 그의 눈앞에서 목표물을 살해한다.
첫 장면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엄청난 긴장감, 정말 천재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전개 방식, 그리고 거기에 거칠고 거칠어 애절함마저 느껴지는 폭력성속에 가끔씩 등장하는 절묘한 유머가 더해진다.
자치주에 사는 조선족들의 실태와 이를 하드코어하게 묘사한 방식도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 나온다. 서로를 죽이는 살육전 끝에 김구남이 맞이하게 되는 얄궂은 결말을 보면서 한 번 얽히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업보를 느끼면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큰 스케일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다소 허술한 부분도 있었고,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보여준 김구남과 면정학의 초인적인 능력도 조금은 이야기 전개에서 도가 지나친 부분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동차 추격 영화를 몇편이나 동시에 본 것 같은 카타르시스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황해>
<추격자>라는 영화로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작 <추격자>에서 엽기적인 살인마를 찾아다니는 전직 형사의 추격전을 발전시켜서 좀 더 다층적인 추격전을 보여준다.
이 한국느와르 영화는 다시금 <추격자>에서 같이 출연한 배우와 스테프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그리고 쫓고 쫓기고 궁지에 몰아넣는 다층적 추격전이 이 영화의 이야기를 아주 다층적이고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한국느와르가 도달한 하나의 지점이기도 하다. 마친 하나의 신화와 닮아있기도 하며, 현실성과 우화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며 인물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다.
출연한 배우들의 존재감이 엄청나며 무서울 정도이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뱃사람조차도 마치 산해진미의 한 부분처럼 이 영화의 맛을 더하고 있다.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이 세 사람은 각 산해진미의 메인 요리처럼 떡하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영화의 주요 일등공신 중에 한 명이 바로 이성제 촬영감독이다. 빠른 컷트 편집은 촬영된 영상자체에 힘이 담겨있지 않으면 제대로 그 느낌이 살지 않는다.
더군다나 300일이라는 촬영기간과 카메라 13대를 동원해서 촬영한 액션장면을 보면 그 힘의 근원은 이미 촬영할 때부터 담겨진 것이었다.
그리고 아시아 영화계에서 편집의 최선두에서 달리고 잇는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김선민이다. 봉준호 감독의 오른팔이자 <추격자>의 편집도 이 사람이 맡았다. 관객들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점에서 컷트를 구성해서 보여주는 빠른 컷트 편집과 시점의 맨 끝에 있는 것을 보여주며 다시 그 시점을 되받아치는 여유가 돋보인다.
이런 인재들이 이 작품에 그 힘을 더해서 영화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물론, 스토리상에 조금은 무리한 진행이 있거나 인과관계가 약한 부분도 있지만, 이런 부분도 이 영화가 지닌 엄청난 추진력에 모두 함몰되어 버린다. 이런 부분은 신화적인 이미지를 감독이 의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폭력은 그야말로 과격하며, 이런 규칙속에서 빠른 속도 넘어가는 편집과 압도적인 육체성은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하다.
이런 엄청난 영화적 느낌은 생략의 미학과 그 자체가 지닌 폭력적인 액션으로 짜여져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유머가 배여있다. 이 영화의 박진감에 녹아있는 유머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로 호불호가 많이 나뉠 것이다. 이는 폭력의 과도함이 만들어내는 재밌는 유머인 것이다.
이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코엔형제를 연상시킨다. <노인을 위한 위한 나라는 없다.>와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유혈이 낭자하는 것도 <파고>와 닮아있다. 불행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리어스 맨>과 비슷하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유대교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나홍진 감독의 영화에서는 불교적인 무상관이 느껴진다. 신화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며, 이것이 실로 한국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보는데 계속되는 도끼질과 살인 그리고 강도 높은 폭력성에 거부감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 몰입도와 계속되는 긴장감에 손에 땀이 났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후 남는게 없는 영화라고 약간의 평가절하 했던 느낌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매우 완성도 높고 그 내용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여운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