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제가 번역한 글은 <해를 품은 달> 본방 사수한 일본인의 블로그입니다. 한국에서의 뜨거운 반응과는 달리 조금은 차분한 시선에서 이 드라마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쓰고 있습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에게 상처가 될 만한 댓글은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해를 품은 달> 20회 시청 완료 ♪♪♪
2012-03-16 18:50:52
시청률 40%를 넘긴 국민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한국에서 방송하는 본방 사수와 함께 드디어 마지막 편까지 다 봤습니다. 첫 편을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드라마가 왜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왔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ㅎㅎ
초반에는 아역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극의 전개도 흥미진진했습니다. 훤의 아역으로 나온 여진구군은 앞으로의 장래가 아주 기대됩네요. 성인 연기자로 바뀌고 나서 미스캐스팅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잘 끌어내지 못한 연출력과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주제 넘는 얘기라 죄송)
퀄리티가 높은 드라마가 항상 높은 시청률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 쯤은 이미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도 이야기 구성이 매우 치밀하지 않았고, 영상이나 카메라워크가 뛰어나다고 할만한 수준도 아니었기 때문에 왜 시청률이 이렇게 높게 나왔는지 지금도 신기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시려고 하시는 분들은 너무 큰 기대치를 갖고 보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 ~ ~ ~ ~
이야기 자체는 아주 단순한 러브스토리입니다. 음모로 인하여 첫 사랑을 이루지 못한 젊은 왕과 그의 첫 사랑인 여인 연우가 주인공입니다. 8년 후 훤은 보경을 정비로 맞이하지만 연우를 닮은 무녀 월이 훤 앞에 나나타고, 훤은 이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월을 두고 훤과 훤의 형 양명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8년 전 음모가 점점 밝혀집니다.
~ ~ ~ ~ ~
드라마의 초반부는 속도감있게 극이 전개되지만, 성인 연기자들로 바뀐 7회부터 13회까지의 전개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연우를 닮은 월에게 흔들리는 훤과 양명의 모습이 너무 많이 나오며, 훤이 밝히려고 하는 음모도 이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너무 질질 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4회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월은 기억을 되찾고, 월이 연우라는 것을 훤이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이 드라마는 연우와 훤의 러브스토리가 중심 축입니다. 후반부에 가면 양명이라는 캐릭터는 그 중심 축에 잘 녹아들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조연들은 중심 이야기 속에 그다지 잘 녹아든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내시 형선, 대왕대비, 신모 장씨, 윤대형 같은 베테랑 조연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만, 신인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등장인물들은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훤의 호위무사 운, 연우의 오라버니 염, 월의 몸종 설, 잔실 등 이런 캐릭터들은 그다지 이 드라마속에 잘 녹아든 것 같지 않아 보이며, 이야기 속에 갑작스럽게 등장한다거나 평면적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해(훤)와 달(연우)을 가리는 운(雲), 염(炎)에게 가까이 가면 사라지는 설(雪)처럼 운명을 암시하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서브 스토리가 너무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중반부에 좀 더 이런 서브 스토리를 넣었다면 아마도 덜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중전 보경도 다른 인물들과의 장면이 너무 없어서 혼자 고립되어가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같은 원작자의 다른 작품인 <성균관 스캔들>은 메인 스토리와 함께 서브 스토리도 잘 그려져 있어서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 작용이 잘 드러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빛난 인물은 왕가 3남매였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오열하는 마성의 젊은 왕 이훤>
젊은 왕 이훤은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목소리 톤, 잘빠진 손가락, 조그마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배우 김수현씨. 그는 첫 사랑인 연우를 잊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연우를 닮은 무녀 월에게 미혹되어 고뇌하는 사랑스런 왕 그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소년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남자다운 모습도 함께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왕이었습니다.
너무 자주 울었던 이 왕을 제가 꼭 껴안아 위로해주고 싶더군요. 이런 왕에게는 누나같은 중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우를 연기한 한가인이 훤을 연기한 김수현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 통곡하는 양명군>
성인이 된 양명이 코믹한 캐릭터로 맨 처음에 등장했을 때는 왜 저렇게 변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왕과 대립하는 세력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랬던 것 같습니다. 후반부에는 정일우씨가 연기를 참 잘 한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많았고, 정일우씨다운 모습이 잘 보여져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양명군의 운명은 이미 어릴 적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더군요.
이 장면에 나온 양명군의 표정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점점 기울어가는 양명군의 마음이 전해지더군요.
<미소속에 감춰진 두려움 민화 공주>
잘도 천연덕스럽게 웃는 얼굴 하고서는 염과 결혼해서 살더군요. 그 때는 너무 어려서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고 어느정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없지만은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징징거리며 보챈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철없는 공주님.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영원히 염이 용서하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왠지 모르게 민화공주를 미워할 수가 없더군요. 아무래도 남보라양이 죄책감을 안고서도 염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민화공주의 슬픔을 잘 연기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참 얄궂게도 민화공주가 보여준 귀여운 미소는 죄책감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왠지 빨간색과 어두운 톤 의상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많아 보이네요.
훤과 양명,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저랑 아무 상관도 없지만 한번 이런 고민을 해봤습니다.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ㅋㅋㅋ 이 드라마의 원작자가 쓴 소설을 보면 성균관 스캔들도 그렇고 여주인공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더군요. 성균관 스캔들에서도 윤희가 재신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둔감한 모습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해를 품은 달의 연우도 저는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편단심을 보여주는 남녀의 사랑 얘기보다는 삼각관계속에서 누군가가 상처받는 모습이 더 애절하고 속절없으니까요.
가상의 조선시대라는 설정은 좋았지만, 그에 비해 환타지적인 요소가 너무 적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왕이면 환타지적인 요소를 강하게 하고 그런 영상들이 보여졌으면 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다른 사극들과 그다지 차이점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존재합니다. 그게 뭔데라고 물으신다면 구체적으로 대답하기는 조금 곤란하지만, 가상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역사적인 사실에 억매이지 않고, 다른 사극에서 자주 나오는 정쟁을 최소한으로 하며, 왕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극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잘 볼 수 없었던 무속이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유교와 무속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배경이나 민속학적인 측면을 좀 더 많이 보여주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설명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설명적인 드라마는 시청율이 안 나온다고 합니다. 다들 밤에 편히 드라마를 보면서 즐기고 싶을텐데, 과연 누가 설명적인 드라마를 보고싶어 할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런 부분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갑니다.
이야기의 큰틀이 <겨울 연가>와 비슷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저는 한류의 가장 기본인 <겨울 연가>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서 이 기사를 봤을 때 조금 놀라웠습니다. 아무래도 첫 사랑, 기억상실, 재회 이런 소재가 같기 때문인듯 합니다.
또 그 기사에는 남자가 좋아하는 사극이 <뿌리깊은 나무>, 여자가 좋아하는 사극이 <해를 품은 달>이라며 두 드라마를 비교하기도 했지만, 저는 <뿌리깊은 나무>가 더 좋습니다. 드라마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뿌리깊은 나무>가 더 세심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해를 품은 달 중간에 훤이 어린시절 품었던 순수한 이상을 떠올리며 자기 자신과 갈등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도가 젊은 시절의 자신과 갈등하는 장면을 차용한 것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선택한 이훤의 길, 이런 동생의 선택을 지켜주는 양명군의 선택 그리고 동생을 향한 양명군의 사랑과 연우에 대한 사랑이 정말 깊다는 것을 저는 느꼈습니다. 그런데 저는 드라마 마지막회보다 마지막 촬영 메이킹 장면에서 눈물이 나더군요. ㅜㅜ
매주 본방을 사수하기는 했지만, 한국에서의 뜨거운 열기와는 다르게 저는 다소 차분한 시선으로 방영되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근데 다음 주부터 훤과 양명군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허전한 마음이 드네요.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다니 ^^)
들리는 얘기로는 원작 소설이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고 하더군요. 일본어로 번역되어 출판된다고 하니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상전하가 부른 발라드 한곡 소개합니다. 김수현군은 정말 뭐든지 잘 하는 팔방미인이네요.
Kim Soo Hyun - The One and Only You
(Thanks to julieeejuliee from YouTube)
번역기자: 드래곤피쉬
해외 네티즌 반응 전문
가생이닷컴 www.gasengi.com
모든 번역물 이동시 위 출처의 변형,삭제등은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