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나먼 여정
2004년 3월, 유럽우주국(ESA)은 혜성탐사선 '로제타호'를 쏘아올렸습니다.
목성 인근의 혜성 67P/추류코프-게라시멘코(애칭 '추리')를 탐사하는 임무를 받은
'로제타호'의 긴 항해가 시작된 겁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64억km를 비행했습니다.
지구 둘레가 4만km 정도 되니 얼마나 먼 거리인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그리고 3년 전 혜성 궤도에 진입할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모든 전원을 끄고
로제타호는 동면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태양에너지를 충분히 받은 로제타호는 지난 1월 무사히 잠에서 깨어나
8월에 혜성 '추리'의 궤도에 안착했습니다. 석 달 동안 혜성 주변을 맴돌며
지질구조와 가스 성분을 분석하고 착륙 지점을 탐색해왔습니다.
2. 인류의 '위대한 도약'
드디어 오늘(12일), 인류 역사상 첫 혜성 탐사선인 로제타호는 혜성 착륙을 시도합니다.
한국 시간으로 본 착륙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12일 오후 4시 35분:
ESA는 탐사로봇 필래(Philae)를 내보낼 것인지 판단하는 go!와 non-go!를 결정 할 겁니다.
* 오후 6시 3분:
문제가 없다면 필래는 모선인 로제타호에서 분리, 혜성으로 향합니다.
혜성 표면까지 7시간 동안 22km를 내려갈 예정인데 사람이 걷는 속도로 움직인다 는게 ESA의 설명입니다.
*13일 오전 1시 2분: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필래는 혜성 표면에 도착해 로제타호에 신호를 보내오고
최종적으로 착륙 '성공'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무게 100kg의 필래는 자신이 내려앉은 곳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을 파악하고
탑재된 드릴로 혜성 표면을 뚫고 샘플을 채취할 예정입니다.
***이름에 숨은 이야기
로제타(Rosetta): 이집트어 해독의 길을 열어준 '로제타석'에서 따왔습니다.
로제타석 발굴로 고대 이집트의 역사가 밝혀졌듯 혜성을 통해
태양계의 비밀을 알고싶은 인류의 열망이 담겨있습니다.
필래(Philae): 로제타석의 문자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된
나일강 지역의 고대 이집트 기념비(오벨리스크)의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아질키아 (Agilkia): 필래가 내려앉을 지점의 명칭은 '아질키아'로 정해졌습니다.
아질키아 역시 나일강 하류의 한 섬으로 필래의 유적들을 옮겨놓은 섬입니다.
전세계 8000개의 응모작 중에 프랑스의 '알렉산드르 부르스테'라는 사람이 선정됐는데,
그는 독일 다름슈타트의 ESA 본부에서 역사적인 광경을 직접 지켜보는 행운을 누립니다.
3. 왜 혜성인가?
착륙을 시도할 혜성 '추리'는 지름이 4km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바위와 얼음으로 뒤덮여있고
지표면도 3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속 6만6천km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왜 혜성을 선택한걸까요?
과학자들은 지구 생명의 비밀이 혜성에서 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혜성은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만들어졌습니다.
태양 주변을 돌던 거대한 먼지 구름이 뭉쳐서 행성이 만들어지고 남은 잔해들로 이뤄졌습니다.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인 셈입니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명체의 기원이 되는
유기물질 '아미노산'이 생겨났다는 '혜성 기원설'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혜성에 물이 있다면 지구의 바다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말 생명은 혜성에서 왔는지, 이번 탐사로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4. 우주의 비밀을 향해
이번 혜성 착륙 과정은 전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럽우주기구는 rosetta.esa.int에서 실시간 생방송을,
미항공우주국은 www.nasa.gov/multimedia/nasatv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NGC도 한국시간으로 오늘 오후 4시부터 관련 생방송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밤 10시에는 로제타 프로젝트의 준비 과정을 밀착 취재한
'인류 최초의 혜성착륙, 로제타호(Comet Catcher: The Rosetta Landing)을 방영한다고 합니다.
인류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그 순간을 함께 해보시죠.
<로제타 관련 영상>
- 로제타호의 히스토리- 탐사로봇 '필래'
'로제타호' 사상 첫 혜성 착륙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