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는 부모님 다음 남들에게 첨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꽤 오래 됐죠. 제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였으니까요. 어느날 잠결에 창밖으로 환한 빛이 비쳐서 황급히 일어났어요. 학교 지각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뇌리를 지배한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좀 어이없지만 어린 생각에는 학교 지각하는게 굉장한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창밖은 대낮처럼 환했고 일체 다른 생각들은 없고 무작정 학교에 가야한다는 일념 뿐이었죠.
그렇게 책가방만 둘러메고 무작정 집을 나서서 학교로 뛰어갔어요. 근데 달려가면서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아침이면 학생들이 학교를 가고 직장인은 회사에 출근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도 내가 지각한 거니까 학생들이 없는게 당연하다고 여겼죠.
그렇게 학교 교문 앞까지 달려왔는데 이게 왠걸 교문이 잠겨 있더군요. 어 이상하다 하고 잠시 주위를 둘러봤는데 교문 담당 선생님도 없었고 생활 지도하는 교문지킴이 학생들도 없더군요.
그때 갑자기 오환이 들더군요. 뭐지? 뭐지? 머릿속에 이상하고 무서운 의문이 생기는 거예요.
그리곤 하늘을 올려다 보니까 세상에나 새빨갛더군요. 엄청나게 그러니까 대낮처럼 밝은데 새빨간 그런거요. 말로 어떻게 다 표현이 안되는데. 정말로 새빨간 하늘인데 주변은 대낮처험 환했어요.
이상하면서도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오환이 드는 거예요. 주변을 마구 둘러봤는데 사람이라고는 한명도 보이질 않고 해는 뜨지도 않았는데 세상은 대낮처럼 환한데다가 하늘은 온통 새빨간 색깔이고, 저는 무작정 달려 갔어요. 집으로요. 무섭고 섬뜩한 느낌에 몸저리를 쳐가면서... 으흐... 지금 생각해도 몸이 떨리네요...
그렇게 집에 들어갔는데 신기한건 집에 들어가자 마자 바깥이 확 하고 어두워 지더군요.
그 다음에는 생각이 없어요. 집에 들어온 건 기억나는데 그 다음에 저는 아무래도 기절한 것 같아요. 근데 신기한건 제가 깨어난 건 그 후 삼일 뒤였어요. 엄니와 아부지는 절 깨우려고 했는데 삼일동안 깨질 않고 잠만 자서 이러다가 제가 죽을까봐 의사 선생님까지 모셔와서 검진을 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부모님에게 제가 겪은 걸 이야기 하니까 아부지는 제가 화장실에 간 줄 알았다며 깜짝 놀라시더군요. 그러니까 제가 화장실에 간 줄 알았던 그 시간에 저는 학교에 갔던거죠.
지금도 그 때 생각이 가끔 나고는 하는데, 제가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고 싶어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었는지 제가 왜 그런 경험을 해야 했는지, 좀 알고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