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날 무렵
한 선배가 입원을 했다길래 병문안을 갔어
뭔가 음침한듯한 병실에 항상 명랑하고 기운이 넘치던 선배답지않게 아주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지뭐야
무슨일이냐고 묻자 잠시 망설이는 듯하던 선배가 힘겹게 입을 열었어
추석 날, 선배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된 친구들과 함께 담력시험을 가기로 했대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작은 불당을 겨우 찾아갔는데 별것도 아니었더라는 거야
딱히 괴이하거나 으스스한 기운도 없고 해서 실망을 했고 그저 심심풀이로 좀 둘러나 보기로 했대
그러다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에 술기운가지 더해진 선배가 불당의 기둥에 이름을 새겼다고....
근데 도중에 칼이 부러져버렸대
그제야 역시 좀 심한 짓이었단 생각이 들어서 그만뒀다는 거야
그러고는 돌아가는 길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렀는데 인원수보다 컵을 하나 더 주더래
그땐 이거 담력시험하고 오는 길인걸 어떻게 알고 맞춤 서비스를 기막히게 해준다는 둥 농담을 하면서 다 같이 웃었대
그런데 그 뒤로 선배 주위에 묘한 기운이 감돌더란 거지
컵을 하나 더 주는 일은 비일비재해졌고
어느날은 "너 뒤에있는 여자는 누구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대...
그 뿐만이 아니라..
"밤에 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
방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같은 발 소리..
근데 그게 항상 내 침대 옆까지 오면 뚝 끊겨.....
아무도....
아무도 없는데 말야...."
선배는 아주 괴로운듯한 얼굴로 마른 침을 삼키고는 힘겹게 이야길 이어갔어
그런 날들이 계속되자 선배는 그 불당으로 다시 찾아가서 참배를 하고 잘못을 빌기까지했대
"그런데도 똑같아
매일 방을 헤메도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진심으로 빌고 왔는데도 말야...."
선배는 울먹이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어
"그러다가....발소리가 들리는 거면 발을 한번 찾아보자 싶은 생각이 들어서 침대 옆에서 발소리가 멈췄을때 밑을 봤더니......"
거기엔 발목까지만 보이는 새하얀 발이 있었대..
"그걸 본 순간, 발목까지만 보이고 위는 보이지도 않는데 왠지 여자가 서서 날 내려다 보고 있는것 같더라고"
오싹해져서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식은 땀이 흐르는
선배의 귓가에
소근소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대
"................어요...................어요...............어요..."하고
뭐라고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뭐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는 거야
왠지 울컥해버린 선배는 극한의 공포감을 떨쳐버리고 소리를 질렀대
"뭐~어쩌라고!!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러자 아까완 달리 선명한 목소리로 귓가에서
"이 걸 두 고 갔 어 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 앞에 그 불당에서 부러뜨렸던 칼이 있더라는 거야
이 얘기를 듣고 나서
".......그래도 헤치거나 한건 아니니 다행이잖아요? 잊어버리세요"라며 위로를 했는데
선배는 우는건지 웃는건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서는
병실의 한 구석을 가르키며 고개를 저었어
".........................아직............저기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