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보다 꿈을 자주 꾸는 편이었다.
네 번에서 다섯 번 정도. 단위는 일주일이 아닌 하루. 하루에 네
번에서 다섯 번.
그렇게 많은 꿈을 꾸는 이유에는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것이 한 몫 했을 것이다.
피곤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었다. 가끔 꾸는 깨어나지 못하는 꿈만 아니라면.
깨어나지 못하는 꿈. 그건 말 그대로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깨어나지
못하는 꿈이었다.
주로 살인자나 귀신같은, 결코 반갑지 않은 존재가 나를 쫒아오고
나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친다. 금방이라도 잡힐 것 같은 그
공포 속에서 나는
간절히 깨기를 바라지만 쉽사리 깨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잡히기 직전에 어떻게든 깨어나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런 꿈을
꾸다 보니
나중에는 나만의 비법이 생겼다.
바로 꿈속에서 눈을 꽉 감았다가 뜨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식은땀을 닦으며 내 방 천장을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서론이었고
내가 들려주려는 진짜 이야기는 지금 부터이다.
어느 늦은 새벽,
나는 잠자리에 들었고 여느 때처럼 꿈을 꾸었다.
어두운 골목길. 허기를 느낀 나는 눈앞의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누구네 분식집.
허름한 건물에 촌스러운 인테리어였다.
가게 안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체격 좋은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고 다른 손님은 없었다.
나는 좋아하는 참치
김밥을 주문하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꿈이라는 걸 인지했고
현실 세계의 정신으로 본 그 가게는
너무나 이상했다.
조용하다 못해 동떨어진 듯한 적막과 형광등 하나 켜지 않은 어두운 실내.
슬쩍 들여다 본 주방에서는 아주머니가 아무 것도 없는
도마 위에 칼질을 하고 있었다.
빨리 깨어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영혼이 없는 듯한 공허한 눈빛. 위협을 느낀
나는 서둘러 눈을 감았다.
아니, 감으려했다.
아주머니는 내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을 감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어딜 가려고! 어딜 가려고!”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내 코앞에 들이밀어진 아주머니의 얼굴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흉측하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일그러진 듯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얼굴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너무 무서웠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나는 눈을 감았다 떴고 내 방 천장 아래에 나는 눈물을 흘리며 누워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엄마와 동생이 있었다.
엄마는 내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무서운 꿈을 꿨구나.’하며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동생은 그 낭랑한
목소리로 연신 ‘언니, 괜찮아?’하고 물었다.
다행이다. 깨어났구나.
“깨어난 줄 알았지?”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동생은 미친 듯이 웃었다.
숨이
넘어갈 것처럼 끅끅 거리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정말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에 마비가 온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두려움에 하얗게 질린 내 얼굴에 대고 일그러진 얼굴의 엄마는 말했다.
“또 눈 감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