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할머니 댁에 놀러갔습니다.
할머니 댁엔 조금 낡은 흔들의자가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것을 30년째 쓰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도 이제 흔들의자좀 바꾸면 안되요? 삐걱 삐걱 소리나는데.."
할머니는 아무리 소녀가 흔들의자좀 바꾸라고 해도 답은 똑같으셨습니다.
"아직 쓸만하다. 그리고.. 못버리는 이유가 있다..."
몇년을 물어봐도 항상 똑같은 답을 하시는 할머니에게 지친 소녀는, 흔들의자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댁에 새로운 쇼파가 주문되어 왔습니다.
소녀는 너무 좋아 쇼파에만 앉아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옆에 소녀가 제일 싫어하는 흔들의자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다 참다 정말 화가난 소녀는 ...
"할머니! 이 흔들의자좀 치우면안되요? 못 버리면 그냥 할머니랑 할아버지 방에 넣으면 되잖아요!"
할머니는 그 얘기를 듣자 얼굴 낯빛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흔들의자가 싫니? 알겠다. 우리방으로 갔다 놓으마."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고, 소녀는 입을 삐쭉 내밀고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흥! 이건 할머니가 잘못한거야..할머니가 흔들의자를 오래 쓰셔서 그래!"
소녀는 말도안돼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소녀가 잠들었다가 깬 시각은 정확이 새벽 2시 22분 22초 였습니다.
"나도 참..얼마나 잔거야? 게다가 이렇게 딱맞춰서 깨다니.. 모두들 자나?..하긴 새벽이니깐.."
그런데 문틈으로 불이 켜진게 보이는 순간,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흔들의자 방으로 옮기면 되는거죠?"
흔들의자를 할머니와 할아버지 방으로 옮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휴! 다행이다..! 드디어 흔들의자를 옮기나보네! 어휴, 속이 다 시원하다!"
다시 누운 소녀는 흔들의자가 옆에 없는 쇼파를 생각하며 잠들었습니다.
시끌시끌하던 거실이 불도 꺼지고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으음... 모두 자나? 뭐야.. 내가 30분밖에 안잤잖아! ...에이.."
소녀는 혼자 TV라도 볼생각으로 나갔습니다.
역시 흔들의자는 없었고 예쁜 쇼파위에 리모컨이 올려져있었습니다.
"와아- 진짜 웬일이야! 흔들의자가 없으니까 분위기가 달라지네!"
소녀는 TV를 보다가 갑자기 알수 없는 졸림에 눈이 감겼고, 잠들기 전에 TV가 꺼지는걸 봤습니다.
소녀는 계속 끝도없이 자다가 새벽 4시경에 깼습니다.
"뭐야.. 오늘 진짜 이상하네.. TV는 끄지도 않았는데 꺼지고....음?"
소녀는 살짝 옆을 돌아본 그 순간, 경악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꺄아 아아아아아악!!
분명히 엄마와 아빠가 할머니 방으로 들여놓았던 흔들의자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뭔가에 눌린듯 일어나지를 못하겠었습니다.
"...뭐, 뭐야! 내몸이 왜이러지?..흔들의자는 왜 여기있는거고.."
소녀는 덜덜 떨다가 눈을 꼭 감고 다시 잠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잠이란 잠은 다 도망갔는지 전혀 잠이 오지않았습니다.
소녀가 아직도 겁에 질려 덜덜떨고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을 때..갑자기 흔들의자쪽에서 끼익 끼익-
소리가 났습니다.
소녀는 깜짝놀라서 본능적으로 흔들의자를 홱 쳐다봤습니다.
흔들의자는 아무도 앉지 않았는데도 혼자서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헉!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소녀는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현실이었습니다.
소녀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의자엔 한 여성이 앉아있었습니다.
"헉! 누...누구...세요?"
그 여성은 아무 대답도, 질문조차 하지 않은채 새벽 내내 앉아있었습니다.
"...이...이봐요! 원하는게 뭐에요..?"
그 말에 여성은 마네킹처럼 끼리릭- 얼굴을 돌리고는...
" 내 자리... 내자리... 니가 뺏었어.. 내자리를! "
소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절했고, 그 여성은 그런 소녀를 밤새 째려봤습니다.
다음날... 소녀는 자기가 직접 흔들의자를 옮겼습니다.
그 후로는... 그 여성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