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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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내 친구는 정말 과장을 좋아하는만큼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귀신이야기를 좋아하는만큼 겁도 많아. 그 친구는 온갖 귀신 이야기를 다 믿는데, 귀신을 본다면 어떤걸 주의해라, 어떤때는 귀신이 나오니까 눈을 뜨지마라. 뭘 하지마라 해라. 그런걸 다 믿어. 그렇기 때문에 A가 가장 피곤해 하는 곳은 화장실이야. 왜 화장실은 그런 온갖 괴담들이 많잖아.
내가 어릴때는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이런 이야기였어. 빨간휴지 달라하면 피투성이로 된 채로 죽고, 파란휴지 달라하면 피가 다 빠져서 파랗게 질려서 죽는다나? 천장을 쳐다보면 귀신의 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느니 대변을 오래 누다보면 귀신이 머리카락을 세는데 그걸 다 세면 머리를 잘라가기 때문에 머리를 털어줘야된다느니 화장실에 있는 모서리 4군데를 다 쳐다보면 마지막 모서리를 보는 순간 제명이 된다느니 휴지를 안 쳐다보고 풀다가 무심코 쳐다보면 자기가 뽑고 있는건 귀신의 입에서 혀라던지 앉아있다가 아래쪽이 간질간질해서 쳐다보면 귀신 손이 엉덩이를 쓰다듬기 때문에 쳐다보지말고 엉덩이를 한 번 뗐다가 다시 앉으라느니 일일이 말하기에도 너무 많은 괴담들이 화장실에는 존재하잖아. A는 그걸 다 믿어. 그래서 A는 항상 구겨놓은 신문지를 들고 다니고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는 괴담이었는데 그 귀신 파훼법이 귀신이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라고 말하면 "됐슈 지는 신문지 비벼 닦으면 돼유."라고 받아치는거였어.") 대변을 볼때 천장을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거나 일을 오래 볼때면 항상 머리를 털어주고 마찬가지로 네 모서리를 절대 쳐다보지 않고 휴지를 풀때는 항상 처음부터 휴지를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풀고 엉덩이가 간지러워도 절대 아래를 보지않고 엉덩이를 한 번 들었다가 다시 누고....... 화장실 한 번 가는게 일이지? 막상 이걸 다 지키려면 정말 힘들 것 같은데. 거의 기계수준이야. 반사적으로 이런 짓들을 다 하더라고.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왜.. 본능적으로 스릴을 즐기잖아.. 안그래? A도 스릴을 즐길줄 아는 남자였어. 그래서 소심한 반란을 시작했지. 신문지 대신 잘 구겨놓은 잡지를 들고 가기도 했고, 실눈으로 천장을 쳐다보기도 하고, 화장실 세 모서리를 쳐다보기도 하고 뭐 그랬다는거야. 그렇게 오랬동안 소심한 반란을 해도 아무 일도 없더래. 그러니까 그런걸 깨달은 순간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겠어. 그래서 그런 헛짓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대. 그런데 그거 알아? 겁 많은 사람들은 한꺼번에 못 끊어. 조금씩 끊더라고. 그런 A가 마지막까지 못 끊은게 네 모서리 이야기래. 네번째 모서리를 쳐다보는 순간 반대쪽 볼 옆에 귀신이 웃고있다라는 이야기인데. 상상해봐. 끔찍하잖아. 그래서 세번째 모서리까지는 항상 쳐다봐도 네번째 모서리를 쳐다보지 않는다는거야. 그러던 어느날 A는 항상 그렇듯이 세번째 모서리까지 쳐다보고 네번쨰 모서리를 쳐다볼지 말지 고민하던차에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다면서 네번째 모서리를 처다봤어.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기에는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었다는 거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A는 별것 아니네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자세히 그 모서리를 쳐다 봤는데
하얗고 긴 손이 조금씩 조금씩 그 쓰레기 통을 밀고 있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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