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에 흔히들 령이 붙는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나가서 버려진 물건들을 집에 가져오지 말라고들 하지요.
어느날 저는 길을 가다 우연히 톨보이 스피커를 발견했습니다.
밖에 있어서 꽃가루가 약간 뭍어 있는 것을 빼곤 쓸수 있어 보였습니다.
집으로 가져와서 앰프와 연결했지만 한쪽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선불량인듯 해서 내부 네트워크를 이리저리 만져 봤더니 소리가 제대로 나더군요.
스피커는 샤프 cp-570으로 약 10년이 넘은 듯했습니다.
아무래도 주인이 넘어진 스피커가 소리가 안나자 버린것 같았습니다.
정성껏 손질하고 좋은 기분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니 잠이 들었는지, 잠이 깨어있는 지 모르는 그런 상태에서 그 고장났던 스피커 방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내 머리밭에서 어느 아이를 안고 있는 긴머리를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돌아볼 수 가 없어 무슨
옷을 입었는 지도 모르지만 더러운 긴 머리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었습니다.
전 그렇게 두렵거나 답답하지 않고 조용히 그가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자 머리를 그 스피커쪽으로 향하고 누워있더군요. 형광등도 끄지 않은 채.
몇 번 그런 꿈을 꾸다가 반대쪽으로 머리를 두자 이런 현상은 사라졌습니다.
아마 새 주인을 만나 예쁘게 보이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무의식중에 제 상상이었는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