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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19 08:44
[괴담/공포] 김밥파는 아저씨
 글쓴이 : 팜므파탈k
조회 : 5,247  

옛날 방식으로 지어진 양옥집 그늘막 한 켠에서 빗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 저 소리를 듣기 위해 1개 밖에 없는 창문을 열고 잠이 들곤 했지만,
요즘 같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밤이 올때면 빗소리만큼 좋은 수면제도 없다.

착하게만 살아왔지만 그에게 지난 몇 년간은 고통의 연속이였다.

7년전 4살짜리 딸과 아내가 실종되어 아직까지도 종적을 모르고 있다.
뉴스기자들은 어디서 냄새를 맡고 기가 막히게 찾아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카메라에 담고자 자기 혼을 판다.
상심이 너무 큰 상태라 의지할곳이라곤 그저 술밖에 없었고,
한순간의 틀어짐으로 걷잡을수없는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아직도 생각나는 가족의 모습에 그는 한숨만을 쉰다.
아내의 웃던 얼굴, 아이의 행복한 미소등을 생각한다.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들..그녀의 생일때마다 선물로 사줬던 옷가지들,
그녀의 핸드폰에 걸려있던 연애할때 사줬던 작은 빨간색 인형,
좋은곳으로 여행갈때마다 찍어왔던 따스하게 웃던 그녀의 사진들..
방안 구석구석에 그녀와 아이의 흔적들로 가득차있었는데
지금은 그 온기들이 사그라졌다.

모든것이 그저 꿈만 같다.

어릴때 입은 화상으로 얼굴일부가 흉측하게 변했던 그의 모습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었다.
심지어 못난 그의 성격조차도 그녀는 다 수용할수있었다.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기에 충분한 양분이였다.
그냥 세상에서 사라지는것도 그에게는 자비라고 생각했다.

하루 5시간 이상 잘수있다는건 그나마 축복받은 하루였으리라.
잠이 들면 감긴 눈위로 아른거리는 가족의 모습에 잠이 들수없었다.

그렇게 본업따윈 팽겨치고 상심에 빠져 몇년을 폐인같이 살다
다시 한번 재기하고자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김밥장사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짧은 시간안에 사람이 무너질수있다는것을 경험했던 그는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 이지만 다시 쌓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가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한다.
산사람은 살아야한다는 미묘한 이기심에 갈등한다.

이제 남겨진건 혼자라는 생각에 가끔 가슴이 미어질듯 아프기도 한다.
게다 충격이 컸는지 어쨋는지 요새 자주 요 몇시간 내가 뭘했는지 기억이 없어지곤 했
다.
걱정이 되어 병원진료를 받아보았었다.
외상은 없지만 정신적인 쇼크가 너무 심해 후유증이 남았을수도 있다는
전문의의 의견이였다.

되도록 옛날일과 멀어지도록 천천히 노력하면 좋아질거라는
씨도 안먹히는 위로를 받고 돌아오는길에 의사차를 깊게 긁어놓았다.
긇어놓은 차를 보고 열받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천천히 사그라질거라고 비웃었다.



집에서 혼자가 되버렸다는 외로움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틀어놓은
tv에선 경제수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극히 일부사람들만이 공감하며 좋아할만한 뉴스기사가 흘러나온다.

그도 공감하듯 몇 번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채널을 돌린다.

돌려진 채널에선 몇 해전 음주운전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a모군이 나와
잘못을 언제 빌었는지도 모르지만 토크쇼에 나와 자기방어를 하고 있다.

실제로 얼굴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이며, 본인과는 상관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미워지고, 힘있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에 구역질이 난다.

방 한쪽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여러개의 핸드폰 고리가 상자에 넣어져 진열되어
있다.
각각 네모난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져 마치 상품진열대를 보는듯 하다.
마치 tv속 인물들은 이 상품들같다는 억지생각을 해본다.

이런 치졸한 생각들도 잠시.
내일 새벽이면 다시 김밥을 말아 장사를 해야 하루를 먹고 살 수있다.

이런 일이 언제고 반복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깜깜한 암흑속을 걷는 느낌은 그야말로 끝나지 않는 고문과도 같았다.

지난 몇년동안 충분히 속죄했다고 자부한다.
교통사고는 본인의 과실이 있었다고 자책하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경찰에 말한게 실수였다고 돌이켜 반성해본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아직은 이르다고 말하며,
그를 어둠 한 켠에 버려두고 있다.





am 3시

언제나 그가 일어나 하루 장사를 할 김밥을 만드는 시간.
100개를 만들어봤자 잘 팔려야 2/3정도다.
열심히 팔아 재료비빼고 손에 쥐어진 돈은 3~4만원 남짓.

행복한 시절 회사다니며 일다닐때는 부끄러움이 많아
남앞에서는 말도 잘 못하던 그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꽤 소탈해진 것처럼 보인다.

남앞에 웃음을 팔고 김밥을 파니
혼자만의 시간에는 그의 웃음은 이미 동나있었다.

장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단골도 생겨났다.

그가 주로 자리를 잡는 전철역 근처에 다니는 한 여사원은
항상 자신의 출근시간이면 그의 김밥을 2~3줄 사가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다고 한다.

그의 노고에 위로하는것이 아닌데 그는 자기가 위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동정심인가?

한 두번 그리고 여러번

자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말도 주고 받고 그 여성에게
알게 모르게 호감이 생겨버렸다.

아직 미혼인 그는 자신의 어둠을 걷어줄 그 누군가를 기다렸는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런 것을 기대했다면 그 상대는 바로 그 여성이라 확신했다.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고 고민아닌 고민을 했지만,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찍 장사를 마무리한 어느날
그는 그 여성에게 고백을 하기로 작정하고 그의 직장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충분히 자신있었고, 자신의 외모가 그리 나쁘지않다고 자기위안하며,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3시간쯤을 기다렸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빠져나오고 점점 그 수는 줄어든다.

그녀의 회사의 정문에서 기다리던 그녀는 나오지 않고
경비를 보던 직원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낸다.

"직원이슈?"

"아니요. 누굴 좀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업무가 다 끝나서 다들 퇴근했는데...연락이라도 해보시구려.."

"네? 아직 나오는걸 못봤는데.."

"후문도 있고 하니깐 어긋낫나보네.." 라며 형용할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건물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왠지 모르게 허탈감이 느껴지며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매우 아깝게 느껴졌다.

쓴웃음 지으며 그는 자신만의 공간을 향해 발길을 돌리던 중
회사 근처에 있는 술집 야외공간에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그 여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기다림을 모르는
그녀가 너무 야속하기만 했다.
문론 일방적인 시도였지만 그에겐 소중한 기다림이였다고 자부했다.

자신도 그 자리에 끼어 웃고 떠들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가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다.
그녀는 너무 환했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그저 한낱 김밥장수로만 알텐데 말이다.

잠시 고개를 떨구던 그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주 이쁜 미인형은 아니지만 꽤 호감가는 얼굴이였다.
그러기에 그 술자리엔 남자들이 많았고, 여자라곤 그녀뿐이였다.
아마 회사동료거나 친구일거란 생각을 하며 발길을 재촉하여 집으로 돌아간다.

찌든 하루와 긴 기다림에 지친 그는 급하게 샤워를 끝내고
자리에 누워 다시 시작될 뫼비우스의 띠의 출발선에 놓여졌다.










어렵게 감은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있다는것을 느낀 그는
시계를 보았다.

am 9시

몇년동안 일정한 시간에 일어났던 그의 정직한 버릇은
어떤 이유에 의해 더럽혀졌다.

하루를 쉬면 다음날엔 정말 미친듯이 노력해야한다는것을 이미 알고있음에도 불구하
고,
그는 한숨조차 쉬질않았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든 어깨를 툭툭 치며
몇년간 하지못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도마위의 칼질은 여느 요리사 못지않은 솜씨였다.

그도 그렇듯이 군대에서의 보직이 취사병이였기에 칼질만은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몇분이 지난후 몇년만의 성대한 조찬이 시작되었고,
몇 수저 떠 먹던 그는 흐느껴 울기시작했다.

몇년간 아침을 챙겨먹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위로의 눈물이였는지,
자기 시간조차 잃어버린 상실감의 표현인지는 아무도 알 턱이 없다.

그리고 몇 시간을 울었다.










다음날 아침 am 4시

무표정한 얼굴로 김밥이 든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매일 자신이 뿌리내린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소와 똑같이 열심히 김밥을 팔던 그는 바쁘게 움직이던 순을 잠시 멈추고,
저 멀리서 웃으며 내려오는 그녀를 보게 된다.

"어제는 왜 안오셨어요? 걱정했잖아요 ^^ "

"네 집에 일이 좀 있어서요.."

자신이 그녀를 만나기위해 무리한 일은 그녀는 전혀 모르는 일이기에
말을 하고 싶지만 그의 입은 굳어버렸다.

볼때마다 느끼는 그의 감정은 처음은 설렘과 바램이였지만,
점차 커져가는 소유욕은 본인조차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성장해버렸다.

김밥을 사들고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처다보는
그의 동공은 크게 떨리고 있었다.






그날 오후 몇일전 그날처럼 회사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오늘은 그 때와는 다르게 마주칠수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에 그녀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그는 그녀를 향한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그녀의 판결을 기다렸다.

매우 곤혹스런 표정으로 그녀는 말한다.

"죄송합니다.."

"한번..생각해보실 기회도 없는건가요.."

"네..죄송합니다"

"............괜찮으시겠죠?"

"..네?"

대답을 기다리던 그녀는

석상처럼 굳어버린 그를 놓아두고 그녀는 미련을 버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였는데..어렵게 내린 결정이였는데.."

넋이 나간듯 가슴에 구멍난 채로 그는 짧은 말을 내뱉으며 자기 흔적은 지웠다.



털썩..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무언가를 닦아낸 수건은 붉게 물들여져 있고,

고된 일을 마쳐낸듯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엔 확실하게 그만 둘수 있을줄 알았는데 .. 참.."

무심한 듯한 짧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어둑어둑한 공장 한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몇분 전 짧은 단말마적 비명이 폐공장 내부를 휘감았다.
철골만이 남은 폐공장내부를 가득 감싸듯 소리를 이리저리 울렸다.
집안에 강도가 들었을때는 최대한 범인을 자극하지말라는
범죄프로그램의 형사의 조언대로 협박하는 범인을 상대로
순순히 따라나섰던것이 화근이였을까.
판단은 잘못되었다. 그건 강도였을때나 먹히는 얘기다.



이미 형체를 알아볼수없는 고깃덩어리는 몇 장의 검은 비닐봉지에 포장되어있다.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가 근처인것을 미루어 아마도 빛을 잃어버린 생명은

쓰레기속에 파묻히는 결과를 예상해볼수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의 물품들을 살펴보다

누구의 소유였는지 모르는 휴대폰을 멀찍이 던지려다 휴대폰고리를 떼어내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이내 웃음짓는다.







am 3시

언제나 일어나 김밥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기때문이다.

빳빳한 플라스틱 상자를 접어 네모난 상자를 만들어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 고리를 넣는다.

못난이 인형같은 핸드폰 고리는 이내 상자안에 들어가 고운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새로운 친구는 줄지어 서있는 플라스틱 상자들중 제일 마지막 작은 크기의 빨간색 인


옆을 차지하게 되었다.

유난히도 정갈하게 놓여진 상자들은 마치 성스러울 지경이다.

멍한 표정으로 잠시동안 그것들을 바라보다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하루 팔 김밥을 말기 시작한다.

"오늘 장사가 잘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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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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