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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22 03:29
[괴담/공포] 어여 손 잡아
 글쓴이 : 통통통
조회 : 1,045  

2009년 12월 시흥에서 있던 일입니다.


그때 당시 저는 집을 나와 자취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외로움을 많이 타서 친구였던 가양을 룸메이트로 불러다 

같이 살았는데, 가양이 기가 센 덕분에 종종 무언가 보이곤 했던


전 함께 지내는 동안만큼은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보이는 일 역시 없었습니다.


가양과 지내는 동안 보이지 않는 일에 익숙해지고, 서서히 잊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가양이 배가 고프다고, 밖에서 사먹

고 오자고 보챈 탓에 새벽에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고양이 모래도 사와야 할 때라, 나간 김에 이것저것 사다보니

돌아오는 길엔 군것질 거리와 고양이 모래를 비롯한 여러 가지로

양 손에 한 짐씩 들게 되었지요.


그때 가양은 남자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고, 양 손에 한 짐인 저

와 달리 작은 비닐봉투 하나를 들고 저만치 앞 서 걷고 있었습니

다. 들린 짐의 무게 탓인지, 걸음의 탓인지 저보다 빨리 걷던 가

양은 어느 샌가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있더군요.



자취방으로 가려면 직선으로 늘어선 세 개의 교차로 중 두 개를 

지나 세 번째 교차로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야 들어가야 하는데,

저는 첫 번째 교차로에 있었고, 가 양은 세 번째 교차로에 접어

들고 있었습니다.


겨울 새벽이라 날은 어두웠고, 길도 어두워서 누가 불쑥 튀어나

올까 무서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길 양쪽에 주차하더라도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넉넉하게 넓은 


2차선이라 누가 지나가든 훤히 볼 수 있어서 주위만 잘 살핀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방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주위를 살피며 걸었습니다.


이른 새벽이긴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유흥가가 있어서 그런지

새벽부터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 계신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나와 계신지 모르지만 첫 번째 교차로의 왼쪽 길에

서 가만히 서 계셔서 저는 두 번째 교차로를 지나며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고,

 

세 번째 교차로에 접어 들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지 못하고 별 일 없이 오른 쪽으로 길을 꺾었습니다.




멀리서 웬 사람이 하나 서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가 양은 아니

었습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에 이 시간에 나온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원룸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원룸에 가까워 질수록 사람의 형체는 점점 뚜렷한 모습을 띠며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음으로 바뀌더니, 형체가 완전히 눈에 들

어오자 그 사람이 첫 번째 교차로에서 본 할아버지임을 알았습니다.


제가 밤눈이 아무리 어둡다지만 세 번째 교차로를 지나야 갈 수

있는 이 길로, 할아버지가 달려가는 것을 못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길 구조상 분명 그러했고, 전 두 번째 교차로에서 할아버지가 

한 자리에 가만히 서 계시는 것을 분명히 봤으니까요.


그제야 전 할아버지가 산 사람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이 너무 무서워져 슬며시 눈을 아래로 깔고 걸었습니다. 

걸음은 무거웠고 제가 걷고 있는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

로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사라지셨는지 확인하고자

슬쩍 시선을 올렸는데, 그때 그만 마주쳐버린 겁니다.

한 자리에 꼼짝 하지 않고 서 계신 할아버지와!



시선이 마주친 할아버지는 얼른 오라는 듯이 저를 향해 손을

흔드셨습니다. 겁에 질린 전 제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죠. 손짓의 횟수를 더 할수록,

 

고개를 저으며 끝까지 거부하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더니 할아버지 쪽에서 다가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할아버지와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아서 

먼저 간 가 양을 부르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계신 탓인지 


할아버지 뒤로 밤안개가 낀 듯 까맣게 되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당도하신 할아버지는 당연하게 손을 

내미셨지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손은 저더러 잡으라고

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손을 잡으면 전 분명 끌려가겠지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전 손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네. 분명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앞 서 말씀드렸다 시피,

 

제 양 손 엔 고양이 모래 등의 무거운 짐이 잔뜩 들려 있었고,

 

그 탓에 내민 것은 손이 아니라 들고 있던

커다란 비닐봉투가 되고 말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그리 되어버린 상황이 무서운 가운데에서도 어찌나

우습던지.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얼마나 애

를 써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 탓에 제 얼굴은 일그러졌고,

그 상황이 유지될수록 할아버지의 얼굴도 더 무섭게 일그러졌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끝끝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저를 더 이상

기다리실 수 없으신지 손가락질을 하며 무척 화를 내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 좀처럼 들을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반복될수록 조금씩 귀가 뜨이는 것처럼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뭐라 화내시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을 때쯤이 되자

할아버지께서는 손가락질을 그만 두시고 직접 끌고

가시려는 것처럼 제게 손을 뻗으셨습니다.


그때,


"

야!"


가양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할아버지와 저 외엔 없었던

기묘한 침묵을 찢고 들린 가양의 목소리는 무척 또렷해서, 

그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께서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시며 

제게 뻗었던 손을 거두셨습니다.


"너 거기서 뭐해?"


가양이 버럭 소리치며 다가오자 할아버지께선 더 이상 제게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손가락질도 하지 않으셨고, 방해받아 

몹시 속상한 것처럼 잔뜩 얼굴을 찌푸리시더니

 

가양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제 앞에서 깨끗하게 사라지셨습니다. 

그 날 이후 자취를 그만 둘 때까지 새벽 외출은 하지 않았고, 

두 번 다시 할아버지를 뵙는 일은 없었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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