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미스터리 게시판
 
작성일 : 17-04-24 11:17
[괴담/공포] 악의가 담긴 한마디
 글쓴이 : 폭스2
조회 : 796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동생을 가리키며 "엄마, 저 악마는 태워 죽여야해." 라고 말했다는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 같은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내뱉는 말의 특징은, 그 말이 오직 발화 시점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인거죠.

짐작컨대 말하고 있는 아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 기억조차 못합니다.

오직 "그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만이 기억하고, 그 사람만이 영향을 받는 그런 현재성만이 존재하는 이야기.



그 듣는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가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군 제대후 한의대 진학을 위해 7년 동안 수능 시험에 응시했죠.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현실에,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도 지치시고, 저도 스스로 부담스러워 주변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집안의 권유로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접고 나니, 빛나는 20대를 좁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몽땅 보내버린 것과, 그럼에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의 돈만 쓰고 친구도 잃은 비참한 모습에 스스로 무척 힘들어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떨치려해도, 모의고사 때마다 오르지 않던 성적에 좌절하며 학원 화장실에서 입을 막고 혼자 울던 그 모습들과, 수능을 친 뒤 저녁시간에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굶은채로 이리저리 길거리를 쏘다니던 저의 모습이 스스로를 억눌러 헤어나올 수가 없더군요.

그 자괴감들과 실망감.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절망.

그 당시 제 가방에는 긴 빨랫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고, 골목에 인적이 한산해지면 집앞 전봇대에 목을 매려고 마련해둔 것이었습니다.



한두번 목 매달기 직전까지 갔지만, 죽는게 겁이 나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었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누나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저희 집에서 돌봐주던 4살짜리 조카녀석과 단둘이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낙서를 하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낙서를 멈추길래,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봤죠.



그런데 조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삼촌... 할머니는 삼촌이 필요없대.]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낙서를 하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새벽마다 빨래줄을 잡고, 나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망설이던 순간, 저의 발목을 잡던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었는데...

뭐, 지금은 결국 그때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저는 하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악.

오로지 인간에 대한 미움과, 인간을 공격하여 좌절시키는 것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한 순수한 악한 존재 말입니다.



이 악한 존재가 여러 사람의 마음 속을 떠돌아 다니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에 [그만둬, 어서.]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저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아날로그 17-04-24 13:31
   
 
 
Total 8,699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미스터리 게시판 개설 및 운영원칙 (23) 가생이 12-26 173194
1355 [괴담/공포] 악의가 담긴 한마디 (1) 폭스2 04-24 797
1354 [괴담/공포] 일본 청산가리 콜라, 무차별 살인사건 Den1 05-09 797
1353 [괴담/공포] 이태원 보광동 지하 월세방 .txt 오비슨 07-23 796
1352 [목격담] 100년 전에 유럽인이 상상한 미래모습 (1) 도르메르 08-24 796
1351 [괴담/공포] ​[실화괴담] 영국의 기숙사 폭스2 12-26 795
1350 [외계] NASA가 공개한 화성에서 최초로 지어질 '집' (1) 레스토랑스 07-24 794
1349 [괴담/공포] [실화시리즈] 퍅셔내의 실화이야기 - 버섯 종균 작업장… (1) 폭스2 05-28 793
1348 [과학이론] 토성 육각형의 미스테리 oxford 07-17 793
1347 [자연현상] 탁구공을 넣어도 사라지는 신기한 폭포!? 물은 어디로? (1) 레스토랑스 08-02 793
1346 [초고대문명] 4000년 전에 만들어진 지하도시 '데린쿠유' (4) 레스토랑스 08-31 792
1345 [괴담/공포] ​[실화괴담] 아버지의 고백 폭스2 01-08 791
1344 [괴담/공포] [왓섭! 체험실화] 파란 포터 (괴담/귀신/미스테리/무서… 폭스2 02-11 791
1343 [괴담/공포] 펌]실화 할머니 이야기 (1) 폭스2 05-24 791
1342 [괴담/공포] [쌈무이-공포라디오 단편] 외할머니와 장산범 이야기 (… 폭스2 02-04 790
1341 [괴담/공포] [번역괴담][2ch괴담][854th]호반의 까마귀 (1) 폭스2 04-20 790
1340 [외계] 2016년 12월 중국에 떨어진 UFO 부속품? 놀란 수사관 (1) 레스토랑스 07-24 790
1339 [괴담/공포] 팔척귀신 이야기 (3) 레스토랑스 09-16 790
1338 [괴담/공포] ​​[실화괴담] 없어 (1) 폭스2 12-26 789
1337 [괴물/희귀] 카메라에 잡힌 오줌지리는 초거대 동물과 끔찍한 괴생… (2) 레스토랑스 06-30 789
1336 [초현실] 3000억이 사라진 은행금고 (1) 레스토랑스 08-05 789
1335 [초현실] 161살 할머니 덕에 떼 돈 벌 수 있었던 서커스 단장 이… (2) 레스토랑스 09-19 789
1334 [괴담/공포] [실제]로 존재했던 [살인호텔] 과 연쇄살인마 홈즈 특급으로 01-21 788
1333 [괴물/희귀] 500년 전 한국에 실제로 있었던 충격적인 괴물 (1) 레스토랑스 07-08 788
1332 [초현실] 실제 존재했던 마인드 컨트롤 실험 "MK 울트라 프로젝… (5) 레스토랑스 08-31 788
1331 [초고대문명] 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로마의 미스터리 유물! (1) 레스토랑스 08-12 787
1330 [음모론] 외계인 기술의 집합소 ! 미국 51구역의 흥미로운 사실 1 삿갓삿갓 07-02 786
1329 [괴담/공포] [공포단편] 아는 사람 (1) 레스토랑스 10-01 785
 <  271  272  273  274  275  276  277  278  279  2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