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밖에 신들의 중상자요, 모든 사기와 재해의 배후로 알려진 또하나의 신이 있는데, 그는
로키이다. 그는 미남이고 훌륭한 체격을 갖고 있었으나, 몹시 변덕스럽고 극악했다. 원래 거
인족이었던 그는 억지로 신들과 교제하여 간교한 술책으로 신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고,
위험에서 구해 주기도 했으며, 이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로키에게는 세 아이가 있었다. 큰아들은 펜리스라는 늑대고, 둘째는 미드가르드라는 독사
고, 셋째는 헬라(죽음)라는 딸이다. 신들은 이 괴물들이 성장하여 언젠가는 신과 인간들에게
큰 해악을 끼칠 거라는 것을 알고 사자를 보내 그들을 데려왔다. 오딘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깊은 바닷속으로 독사를 던졌다. 그러나 이 괴물은 굉장히 크게 자라, 꼬리를 입에 물
고 몸을 둥글게 하면 그 둘레가 전 지구의 둘레와 비등할 정도였다. 다음으로 오딘은 헬라
를 니플레하임 속에 던지고, 아홉 개의 세계, 즉 나라를 지배할 권력을 그녀에게 부여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에게 보내지는 자들, 즉 병이나 노쇠하여 죽은 자들을 모두 이 나라에
배당했다. 그녀의 전당은 엘비드니라 불렀는데, '기아'가 그녀의 식탁, '아사'가 식탁용 칼,
'지체'가 하인, '지둔'이 하녀, '절벽'이 문지방, '근심'이 침대, '격심한 고민'이 각 방의 장식이
다. 그녀의 육체는 반은 살색이고 반은 푸른색인데다, 무서운 모습이라 누구든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늑대 펜리스는 신들을 몹시 괴롭혀서 끝내는 쇠사슬로 묶이고 말았다. 그런데 아무리 튼
튼한 쇠사슬로 묶어도 그는 거미줄처럼 쉽게 끊었다. 마침내 신들은 산신령에게 사자를 보
내 글레이프니라는 쇠사슬을 만들게 하였다. 이것은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 여인의 턱수염,
돌뿌리, 물고기의 숨, 곰의 신경(감수성), 새의 타액 등을 섞어 만든 것으로, 완성되니 명주
실같이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신들이 늑대에게 보기 하찮은 끈을 매도록 권했을 때, 늑대는 혹시 마법으로 만들어진 물
건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래서 그는 신들이 다시 풀어준다는 보증으로 신들 중 누군가가 그
의 손을 자기 입 속에 넣고 있는다면 그것을 매도 좋다고 승낙했다. 이 말을 할 정도로 용
기있는 신은 전쟁의 신 티르밖에 없었다.
늑대가 쇠사슬을 끊을 수 없고, 신들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자, 늑대는 티르의 손을 물어
뜯고 말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전쟁의 신은 외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