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 입니다.
저희 엄마께서 신혼이실때 일이니 적어도 40년은 더 된 이야기네요.
저희 집은 워낙 시골이다보니 밤에는 집안의 불을 꺼 두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때당시에는 더더욱 심했죠.
가로등 마저도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밤.. 밤 10시가 넘어도 저희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시질 않더랍니다.
걱정이 되었던 엄마께서는 불도 못 끄고 계속 기다렸다고 하네요.
시간은 점점 흐르고, 할아버지께서는 돌아오질 않으시고, 집안은 고요하고..
졸기도 하고 멍도 때리고 하면서 기다리길 어언 3시간여..
결국 오늘은 안 돌아오시려나보다~ 싶어서
불 끄고 들어가서 주무시려는데 마당쪽에 인기척이 느껴지더랍니다. 할아버지 이셨죠.
새벽 1시가 넘은 그 시간에 돌아오신 할아버지의 몰골은 그야말로 말도 아니었다고 하네요.
몸은 물에 쫄닥 젖어서 물이 뚝뚝 흐르고 있고, 옷은 어디를 헤메고 다니셨는지 다 찢어지고..
그런 상태로 집에 돌아오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저희 엄마께서는
이건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으셨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오신 할아버지께 엄마는 무슨 일이 있으셨냐고 물어 보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말씀해 주셨는데 그 내용인 즉슨 이러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오고 계셨다고 합니다. 밤은 늦었고,
주위는 어둡고, 등불 하나만 들고 앞으로 가시기에는 아무리 겁 없는 할아버지였어도 무서우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에 웬 덩치 커다란 사내늠이 앞으로 가고 있더랍니다.
사람이 반가워 지셨던 할아버지께서는
'저 늠이 누군지는 몰라도 같이 가면 딱 좋겠구나~ 말이나 한번 걸어볼까나?'
하고 생각 하셨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이 이봐요! 나랑 같이 가면서 말동무좀 합시다!! 혼자 가기도 적적한데 우리 이야기나 하며 갑시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걸었데요. 그런데 바로 코 앞에 있는데도 이 사람이 못 들었는지
계속 앞길만 가더랍니다.
무시당한 것도 민망하기도 하고, 또 사람이 말을 걸었으면 대답이라도 해야 되는데
아무 말도 없으니 문득 괘씸하다는 생각이 드시더래요.
할아버지께서는
'아 뭐 저런놈이 다 있누! 사람을 막 무시해? 네 이놈 니놈 면상이나 한번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 사람을 앞지르기 위해 발걸음을 빠르게 바꾸셨다 하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이 계~속 앞으로만 가더랍니다.
더더군다나 할아버지께서 걸음을 빨리 하는 것에 맞춰 속도를 높이는 건지
거리가 좀체 줄어들지를 않았다네요.
'아 이눔이 해보잔 거야 뭐야? 아 진짜 화나네? 오냐 이놈.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이런 오기가 생기셨고, 계속 앞으로 갔다고 합니다.
시간이 어느정도나 흘렀는지는 생각 조차 하질 않으셨다네요.
그러던 중 문득 할아버지께서는
'어? 우리집이 이렇게 멀었던가? 뭔가 이상한데?'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니 저수지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었다고 합니다.
분명 방금 전까지 멀쩡하게 생긴 길로 잘 가고 있었는데 물속이라니..ㅎㄷㄷㄷㄷㄷ
거기다 조금만 정신을 더 늦게 차리셨다면, 거의 익사할 수 있는 깊이 까지 들어가 있으시더랍니다.
가슴 바로 위 까지 물이 차 있었으니 말 다했죠.
정신을 차린 할아버지께서는
'저늠이 사람이 아니구나.. 저늠 저거 도깨비구나!! 내가 이대로 있다가는 저늠한테 홀려서 죽겠구나!!'
이 생각이 들자마자 물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셨답니다.
그런데 분명 물 속을 걷고 있는것도 알고계셨고, 분명 나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물 밖으로 도저히 나가지질 않으시더랍니다.
그 순간 주변 어르신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더랍니다.
'도깨비는 씨름을 엄청 좋아한단다.
만약 도깨비 한테 홀리더라도 절대 당황해선 안되고, 씨름 하자고 하거라. 무조껀 씨름 하자고 해야 한단다.'
그 생각이 퍼뜩 난 할아버지께서는
"야 이눔아! 너 나랑 씨름이나 한판 하자!!
이렇게 말씀 하셨다고 하네요. 그러자 앞서가던 그 도깨비가
"어쭈? 이놈봐라? 좋다!! 나랑 씨름하자! 이리 와!! 흥 근데 넌 나 절대 못 이길껄? ㅋㅋㅋ"
"뭐야? 야 이눔아!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아는거 아니냐?"(저희 할아버지 진짜 겁도 없으심;;;)
"좋다 이눔아!! 대신 니가 이길때 까지 계속 하는거다?"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그러자 거짓말 처럼 그 물 속에서 나오실 수 있게 되더랍니다.
밖으로 나가신 할아버지께서는 그 도깨비와 마주 서셨답니다.
그리고 진짜로 씨름을 하기 시작 하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놈의 도깨비가 아무리 넘어뜨려도 계~~ 속 오뚝이 처럼 일어나더랍니다.
정말 엄청 오래도록 계속 해도 전혀 이기실 수가 없더랍니다. 이러다간 날 새겠다는 생각도 들으셨답니다. 그러다 문득 또 한가지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나더랍니다.
'도깨비와 씨름을 하게 되거들랑 절.대.로 오른쪽으로 쓰러뜨리면 안된다.
왼쪽으로 쓰러뜨려야 이긴다.'
라는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나더랍니다. 지치기도 하셨고,
더이상 하다간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았던 할아버지께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깨비를 왼쪽으로 넘어 뜨리셨다고 하네요.
그러자 드러난 광경은;;; 참 황당했다고 합니다.
이제껏 계~~속 넘어뜨렸던 그 도깨비는 알고보니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였다네요;;
저수지 앞에서 나무랑 씨름을 하고 계셨던거죠. 그리고 길이라고 걸었던 그 길도
일반 길이 아닌 그냥 산 이었고,
자신의 꼴을 보아하니 옷은 다 젖어서 꼴이 말이 아니고,
어디에 긁혔는지 여기저기 긁혀서 생채기도 나 있는데다, 그 와중에 옷도 찢어지고;;;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할아버지께서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오셨던 거죠.
그 상황에 엄마랑 마주치신거고요.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저희 엄마께 들은 할아버지께서 도깨비에 홀리셨던 날의 이야기 입니다.
그닥 재미는 없을 듯 하네요^^;;
출처, 기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