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미스터리 게시판
 
작성일 : 17-04-21 12:39
[괴담/공포] 여동생이 살해당했다.
 글쓴이 : 폭스2
조회 : 885  

어렸을 때, 나와 내 여동생 캐시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이상한지 몰랐다. 모르는 게 당연했다. 우리는 온종일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고, 엄마와 아빠는 밖에 나가 노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현관문 밖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열변하던 아빠의 모습이 생생하다. "사악한 동물들, 위험한 사람들, 치명적인 질병들." 

매일매일 우리가 집 밖에 나가선 안 될 새로운 이유들이 추가됐다. 한참후에야 나는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저 사악한 동물들, 위험한 사람들, 치명적인 질병들이 우리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캐시와 나는 무척 가까웠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는 매 순간 함께였다. 쌍둥이들은 으레 그렇다고 책에서 읽었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가까웠다. 늘 동시에 일어나고, 동시에 잠들었다. 완전히 똑같은 꿈을 꾼 일도 있었다. 책도 같이 읽었다. 캐시가 왼쪽 페이지를 읽으면 나는 오른쪽 페이지를 읽는 식이었다. 엄마, 아빠는 우리가 이상할 정도로 가깝게 붙어있다고 했다. 당시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와 캐시가 놀 때는 인형 두 개를 가져다가 머리통을 하나로 붙여놓았다. 하도 감아놔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머리 하나인 인형을 가지고 놀 때는 꼭 스타카토로 걷게 했다. 캐시가 왼쪽 다리를 움직이면 내가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는 식으로. 얼마 안가 우리가 가진 


모든 인형들이 쌍을 이루게 되었다. 돼지 인형은 악어 인형에 붙이고, 도자기 인형은 플라스틱 공룡에 붙였다. 나중에는 우리 두 사람의 베개까지 풀로 붙여놓았다. 

"그래야 둘이 외롭지 않잖아요." 

화를 내는 엄마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나 사이가 좋았지만, 캐시와 나는 성격이 참 달랐다. 나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심해도 다 따르는 편이었다. 하지만 캐시는 그 잔소리를 무척 싫어했다. 밤에 이 닦으라는 소리에도 발작을 일으킬 정도였다. 난 엄마가 만들어준 드레스를 좋아했지만, 캐시는 이빨로 갈기갈기 물어뜯어버렸다. 또 캐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캐시 잘못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입을 움직일 수 없었을 뿐. 그렇다고 해서 의사소통을 못 하진 않았다. 사실, 캐시와 나는 언제나 대화 중이었다. 마음 속으로. 


윽. 바나나 진짜 싫어. 캐시는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해. 나는 몸을 돌려 엄마에게 웃으며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캐시가 으르렁 거렸다. 

너 진짜 재수없어. 우리가 왜 여기에 갇혔는데. 넌 저 사람들한테 잘해주고 싶니? 
우리 부모님이잖아! 

엄마는 우리가 머릿 속에서 투닥거리는 걸 알고 있었다. 한 번도 내색은 안 했지만. 엄마는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가 더 어렸을 때, 나는 캐시와 내가 그림책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그 애들은 모두 혼자였다. 하지만 나와 캐시는 늘 함께였다. 아빠한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우리가 장애가 있다고 했다. 

"넌 아픈 거야." 아빠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널 떼어놓을 순 없대. 그럼 얘가 죽으니까." 

저 남자는 내가 죽길 원하는 거야. 캐시가 속삭였다. 
그럴 리가 없잖아! 아빤 널 사랑하니까! 


하지만 아빠는 캐시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도 내심 알고 있었다. 부모님은 본인들이 날 편애한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캐시를 짐처럼 생각했다. 조금 더 나이 들고 나서는 나 역시도 부모님의 편애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캐시는 버거운 사람이었다. 언제나 뭔가에 화가 나 있었다. 또 캐시는, 내가 밖에 나가 친구를 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12살 즈음, 부모님은 컴퓨터를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공부할 때만 쓰기로 되어 있었지만,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실 때 몰래 우리 모습에 대해 구글링 해보았다. 

"뇌를 공유하는 쌍둥이들." 

첫 번째 검색 결과는 자궁 속에서 서로 잡아먹는 쌍둥이에 대한 것이었다. 당연히 우리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두 번째 검색 결과는 샴 쌍둥이에 대한 것이었다. 이것도 건너뛰었다. 우린 샴(시암) 사람이 아니라 미국 사람이니까. 
그리고 세 번째 를 클릭했을 때, 사진이 한 장 떴다. 하나의 머리를 가진 두 성인 여성의 모습. 한 명은 몸집이 컸고, 다른 한 명은 작았다. 캐시와 내 모습 같았다. 그 글에서 이 여성들을 "합쳐진 쌍둥이"라고 불렀다. 그 여성들은 서로 분리되고 싶었지만, 의사들이 너무 위험하다며 극구 말렸다고 쓰여있었다. 


이게 우리네, 캐시에게 말했다. 
왜 이 사람들은 분리되고 싶어하는 거야? 캐시가 말했다. 
보통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가 보지. 
난 보통 사람처럼 보일 바에야 너랑 있을 거야. 
난 한 번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나도 그래. 
그 후 얼마 안 가, 캐시는 살해당했다. 


캐시는 질식사했다. 우리가 열 네 살 때의 일이다. 캐시가 숨을 멈춘 게 언젠지 또렷이 알 수 있었다. 뭔가가 신경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온 몸에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었지만, 본능적이었다. 어쩌면 캐시가 나를 통해 비명을 지른 걸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마치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금방 침실에 나타났다. 아빠도 곧 이어 나타났다. 

부모님은 우리를.. 아니 나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처음으로 얼굴에 밤공기가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증발돼 사라져 버렸다. 자유였다. 각기 다른 얼굴의 남자들과 여자들이 보였다. 그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어서는, 나를 야생동물 보듯 봤다. 상관없었다. 그것 역시 축복이었다. 내 옆에서 힘없이 덜렁거리는 여동생의 시체까지 잊을 정도였다. 

누구도 캐시를 살리려고 들지 않았다. 나 역시 캐시가 이미 죽었다는 걸 알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캐시를 살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사들이 한 것이라고는 날 수술 준비시키는 것 뿐이었다. 엄마, 아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했다. 이 모든 게 곧 끝날 거야. 의사 선생님들이 이 종양을 떼어 버릴거야. 
그 종양이, 바로 죽은 여동생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이상할 정도로 가뿐한 느낌과 함께 의식이 돌아왔다. 거의 눈이 안 떠졌지만 침대 옆 소파에 잠든 부모님을 볼 수 있었다. 내 몸엔 수많은 기계들이 연결돼 있었다. 그렇게 쭉 둘러보다가 문득 내가 혼자라는 걸 깨달았다. 늘 내 옆에 있던 캐시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트윈 사이즈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머리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 캐시는 죽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내 몸에서 캐시를 떼어냈다. 그러나 그녀의 부재로 인한 충격 때문에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내가 비밀스럽게 원했던, 조용히 갈망했던, 이 느낌이 무서웠다. 

다시 누워 머리를 움직였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또 이상했다. 걸리적거리는 다른 육체는 없었다. 순간 캐시의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캐시는 외로웠을까? 내가 외로웠을까? 머뭇거리면서 한 때 캐시와 연결돼 있었던 부근의 살을 더듬었다. 그 자리에는 거대한 상처와 함께 부풀어 오른 꽤맨 자국이 있었다. 캐시가 남긴 거라고는 텅 빈 공기뿐이었다.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의식을 차리고 겨우 몇 분이 지났을 뿐인데 패닉이 찾아왔다. 이건 실수였어. 캐시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디있는 거야? 나한텐 캐시가 있어야 해. 절망을 느끼며 속삭였다. 
"캐시? 거기 있어?" 
일 분이 흘렀다. 침묵 속에서. 


그리고 어마어마한 비명소리가 머릿 속에 울려퍼졌다. 캐시의 목소리였다. 캐시의 목소리가 수천 갈래의 비명소리가 되어 내 마음 속에 가득찼다. 눈이 크게 뜨여 감기지 않았다. 캐시의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날 죽였어! 그 사람들이 날 죽였어! 그 사람들이 날 죽였어! 

"닥쳐!" 내가 소리쳤다. 
부모님이 잠에서 깼다. 나는 그제야 내가 실제 소리내 말했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이 날 진정시키려고 다가왔다. 그러는 내내 캐시는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저 사람들이 날 죽였어!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아날로그 17-04-21 17:33
 
 
 
Total 7,58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미스터리 게시판 개설 및 운영원칙 (22) 가생이 12-26 128211
7581 [과학이론] 10명중 2명꼴로 가지고 있는 미스테리 증상 (1) 도르메르 12-18 583
7580 [괴담/공포] 공포만화 ㅡ 산장에서 팜므파탈k 12-18 239
7579 [괴담/공포] 괴담 모음 3 팜므파탈k 12-18 130
7578 [괴담/공포] 괴담 모음 2 팜므파탈k 12-18 111
7577 [괴담/공포] 괴담 모음. (약 스압) 팜므파탈k 12-18 160
7576 [잡담] 일본 의문의 실종사건 아따오지네 12-16 1326
7575 [초현실] 눈이 안 녹아 (3) gasengyi 12-16 1240
7574 [괴담/공포] 출산 직전 사라진 중국 아나운서 (5) 도르메르 12-15 2187
7573 [괴담/공포] 새로운 집에 이상한 일.. (2) 팜므파탈k 12-15 689
7572 [괴담/공포] 무서운 이야기 팜므파탈k 12-15 432
7571 [괴담/공포] 남편의 부탁 (2) 팜므파탈k 12-15 492
7570 [괴담/공포] 꿈에서 죽은 사람이 주는 음식은.... (2) 팜므파탈k 12-15 681
7569 [괴담/공포] 전 매춘부에요 (5) 팜므파탈k 12-13 2084
7568 [괴담/공포] 무서운이야기 '아버지의 고백'.jpg 팜므파탈k 12-13 854
7567 [괴담/공포] 판잣집 (1) 팜므파탈k 12-13 644
7566 [초현실] (실화/퇴마체험기) 손님 쫒는 야생마 (3) SpeedHunter 12-01 3485
7565 [과학이론] 미래에 관해 빗나간 예측들 (4) 도르메르 12-01 4229
7564 [괴물/희귀] 아쿠아리움에 백상아리가 없는 이유 (1) 도르메르 11-29 5196
7563 [괴물/희귀] 영화에 나올 법한 희귀 동물들 (2) 도르메르 11-28 3367
7562 [괴담/공포] [기묘한 이야기] 일제시대 사라진 우리나라 동물들 (2) 도르메르 11-27 2957
7561 [외계] UFO형 인터스텔라 소행성 (4) 다잇글힘 11-24 4321
7560 [괴담/공포] (창작) 시체신부2 | 100년된 미라와의 동침 '마강' 괴이박물관 11-21 2624
7559 [목격담] 호수 공원에서 여자 번호 따는 방법 (3) 레스토랑스 11-21 4653
7558 [자연현상] 일본을 공포에 떨게하는 초거대지진 난카이 트로프 (10) 늘푸르다 11-20 5332
7557 [괴담/공포] (충격!!!) 시체신부 1 / 죽은자와의 달콤한 동거생활을 … (1) 괴이박물관 11-19 3437
7556 [과학이론] 자전 속도 느려지면 지진 급증한다 (3) 다잇글힘 11-19 2541
7555 [외계] "생명체 가능성 있는 쌍둥이 지구 발견" (6) 블루하와이 11-18 3658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