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미스터리 게시판
 
작성일 : 17-04-24 11:17
[괴담/공포] 악의가 담긴 한마디
 글쓴이 : 폭스2
조회 : 794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동생을 가리키며 "엄마, 저 악마는 태워 죽여야해." 라고 말했다는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 같은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내뱉는 말의 특징은, 그 말이 오직 발화 시점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인거죠.

짐작컨대 말하고 있는 아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 기억조차 못합니다.

오직 "그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만이 기억하고, 그 사람만이 영향을 받는 그런 현재성만이 존재하는 이야기.



그 듣는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가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군 제대후 한의대 진학을 위해 7년 동안 수능 시험에 응시했죠.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현실에,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도 지치시고, 저도 스스로 부담스러워 주변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집안의 권유로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접고 나니, 빛나는 20대를 좁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몽땅 보내버린 것과, 그럼에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의 돈만 쓰고 친구도 잃은 비참한 모습에 스스로 무척 힘들어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떨치려해도, 모의고사 때마다 오르지 않던 성적에 좌절하며 학원 화장실에서 입을 막고 혼자 울던 그 모습들과, 수능을 친 뒤 저녁시간에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굶은채로 이리저리 길거리를 쏘다니던 저의 모습이 스스로를 억눌러 헤어나올 수가 없더군요.

그 자괴감들과 실망감.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절망.

그 당시 제 가방에는 긴 빨랫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고, 골목에 인적이 한산해지면 집앞 전봇대에 목을 매려고 마련해둔 것이었습니다.



한두번 목 매달기 직전까지 갔지만, 죽는게 겁이 나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었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누나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저희 집에서 돌봐주던 4살짜리 조카녀석과 단둘이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낙서를 하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낙서를 멈추길래,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봤죠.



그런데 조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삼촌... 할머니는 삼촌이 필요없대.]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낙서를 하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새벽마다 빨래줄을 잡고, 나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망설이던 순간, 저의 발목을 잡던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었는데...

뭐, 지금은 결국 그때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저는 하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악.

오로지 인간에 대한 미움과, 인간을 공격하여 좌절시키는 것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한 순수한 악한 존재 말입니다.



이 악한 존재가 여러 사람의 마음 속을 떠돌아 다니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에 [그만둬, 어서.]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저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아날로그 17-04-24 13:31
   
 
 
Total 8,6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미스터리 게시판 개설 및 운영원칙 (23) 가생이 12-26 171154
8692 [괴담/공포] 대한민국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 엄여인'.… 드슈 04-22 331
8691 [괴담/공포] 안산 리어카 토막 살인 사건.jpg 드슈 04-17 849
8690 [잡담] 영화와 실제의 차이, 과거와 현재의 차이 보리스진 04-15 683
8689 [잡담] 한국의 블랙 벨트는 다르다. 보리스진 04-14 730
8688 [잡담] 중동 갈등의 확대, 경제는 어떻게 되나. 보리스진 04-13 357
8687 [괴담/공포] 전세계에서 전례가 없던 한국의 엽기 ㅈ살 사건.jpg 드슈 03-27 1985
8686 [잡담] 총선 수도권 표심은 어디로. (1) 보리스진 03-26 1015
8685 [잡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 보리스진 03-22 596
8684 [잡담] 표류하는 청년 표심 어디로....... (1) 보리스진 03-21 943
8683 [초현실] 요즘 핫한 고구려 최대강역 ( 원제 : 사서로 고증한 고… (12) 아비바스 02-25 4054
8682 [괴담/공포] 일본 10살 잼민이가 쓴 공포소설 (4) 심문선 02-10 5067
8681 [잡담] 한국 정치, 선의의 경쟁 실종되었나? (4) 보리스진 01-26 2219
8680 [초현실] 이상한 나라의 동화 (1) 미아동몽키 01-08 3332
8679 [잡담] 장수(長壽)의 비결 (4) 보리스진 12-09 3902
8678 [잡담] 행즉안행(行則雁行) (2) 보리스진 12-01 2514
8677 [잡담] 국내은행의 홍콩 ELS 수수료 장사와 역대급 이자 수익 보리스진 11-25 2570
8676 [잡담] 슈퍼리치의 기부 문화와 은행의 폭리 보리스진 11-22 2531
8675 [잡담]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회 문화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보리스진 11-22 1461
8674 [잡담] 포퓰리즘과 부동산 투기 근절 (1) 보리스진 11-10 2609
8673 [잡담] 청산은 나를 보고 바람처럼 살라고 하네 (2) 보리스진 11-05 2103
8672 [잡담] 세계 경제 이제 어떻게 되나? (2) 보리스진 10-14 4242
8671 [초현실] 철령과 철령위의 위치 분석 (지도 첨부) 보리스진 10-06 2763
8670 [초현실] 함흥차사의 함흥은 어디인가? (지도 첨부) 보리스진 09-29 3967
8669 [초현실] 부처님의 영혼은 웃는 모습으로 : 염화미소의 이야기 (3) 보리스진 09-09 3752
8668 [초현실] 디플 무빙처럼 나에게도 초능력이 있을까? (5) 클린스만 08-25 4625
8667 [잡담] 세종대왕 4군 위치를 실록, 지리지와 비교 (지도 첨부) 보리스진 08-19 3795
8666 [잡담] 세종대왕 4군 위치 고지도 분석 (지도 첨부) 보리스진 08-05 463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