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미스터리 게시판
 
작성일 : 17-06-11 06:06
[괴담/공포] 바람을 점친 사또(貸營錢義城倅占風)
 글쓴이 : 폭스2
조회 : 528  

이익저는 경상북도 의성의 사또였다.

하루는 잔치를 벌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때는 여름철이었는데, 갑자기 미친듯이 바람이 휘몰아치고 지나갔다.



이익저는 급히 잔치를 그만두게 하고 감영으로 가서 감찰사를 만나 돈 5천냥을 꿔서 그 돈으로 햇보리를 샀다.

그 해는 풍년이 들어 보리 값이 무척 쌌다.

그는 보리를 사서 각 동에 나누어 잘 봉해두고 동네 사람들에게 그것을 지키게 하였다.



7월 초 어느 저녁 이익저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심부릉종을 불러 후원에 가서 풀잎 하나를 따오게 했다.

그리고 말하기를 [그럼 그렇지! 역시 생각했던 대로구나!] 라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난데없이 혹독한 서리가 내려 초목이 모두 시들어 못 쓰게 되어 버렸다.



그 해 가을 영남 전체의 들에 푸른 초목이 하나도 없고 죄다 말라 죽은 곡식 뿐이었다.

조정에서는 백성들을 위하여 비축한 곡식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곡식을 나누어 주어도 곡물 값은 계속 뛰어올라 초여름에는 3, 4전 하던 보리 한 가마 값이 무려 300전 가까이 치솟았다.



이익저는 보관해 두었던 보리로 의성 사람들을 구하였고, 나머지 보리는 내다 팔아 꾸어왔던 5천냥을 모두 갚았다.

이는 이익저가 바람을 보고 앞일을 점치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익저는 이웃 읍의 사또로 옮겨 갔는데, 그 때 감찰사는 조현명이었다.



이익저가 일이 있어 감영에 가서 감찰사를 알현하는데, 수염과 머리카락이 단정하지 않고 마구 헝클어져 머리카락이 망건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였다.

이익저가 물러나자 감찰사는 이익저를 따라온 아전을 잡아들어 사또의 모습이 흉하도록 가만히 있던 죄를 꾸짖었다.

그러자 이익저가 감찰사를 다시 뵙기를 청하고 들어가 사죄하며 말했다.



[제가 늙고 기운이 다 되어서 수염과 머리카락을 미처 정리하지 못해 윗분께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가 지은 죄를 알겠습니다. 제가 지은 죄를 알겠습니다. 이 같은 죄를 짓고 어찌 사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임금님께 이를 고해 저를 파면시켜 주십시오.]

감찰사가 말했다.

[조금 전 일 때문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그저 의식에 불과한 것인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부하가 상관을 섬기는 도리를 알지 못하였으나, 어떻게 하루라도 그 일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빨리 임금님께 알리시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이익저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사또께서 끝내 저를 파직시키지 않으실 것입니까?]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이익저가 말했다.



[사또께서는 부하에게 꼭 해괴한 일을 시키셔야겠습니까?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이익저는 즉시 하인을 불러 말했다.

[내 삿갓과 도포를 가지고 오너라.]



이익저는 곧 사모관대를 벗고 부신을 풀어서 감찰사 앞에 놓은 뒤 크게 꾸짖었다.

[내가 부신을 차고 있었기 때문에 여지껏 너에게 허리를 굽혔지만, 이제는 부신을 풀어버렸다. 너는 바로 내 옛 친구의 아들놈이 아니냐? 나와 네 부친은 죽마고우로 같은 베게를 베고 자고, 먼저 장가 가는 사람이 신부의 이름을 알려주기로 했던 사이였다. 너의 아버지가 나보다 먼저 장가를 가서 너희 어머니 이름을 나에게 말해줬던 그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하다.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오래되었다고 해서 나를 이렇게 괄시하다니, 너는 아버지를 잊어버린 불효자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단정하지 않은 것이 상관과 부하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내가 늙도록 죽지 않아 먹고 사느라 네 부하가 되었다만, 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결코 이렇게는 못할 게다. 너는 개돼지만도 못한 놈이구나.]

이익저는 말을 마치고 비웃으며 나갔다.



감찰사가 한 시간 동안 아무 말 못하고 있다가 이익저의 집에 달려가 간곡히 애걸했다.

[어르신, 이 무슨 일입니까? 이 못난 것이 어르신께 큰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지은 죄를 알겠습니다. 제가 지은 죄를 알겠으니 부디 사퇴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익저가 말했다.



[부하가 공관에서 상관을 질책하고 욕을 했으니 무슨 면목으로 다시 아전과 백성을 대하겠습니까?]

이익저가 매섭게 떨치고 일어나니 감찰사는 어쩔 수 없이 사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아날로그 17-06-11 15:48
   
 
 
Total 8,6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미스터리 게시판 개설 및 운영원칙 (23) 가생이 12-26 171174
8611 [초현실] 퍼온 글 (7) 보리스진 03-26 5617
8610 [괴담/공포] 창작웹툰 퇴마도시 3화 (2) 파란범 03-21 5100
8609 [잡담] 청와대 이전 왜 필요한가? 안보와 충청 유권자에 대한 … (5) 보리스진 03-19 5578
8608 [괴담/공포] 창작웹툰 퇴마도시 2화 (4) 파란범 03-14 3474
8607 [괴담/공포] 미스터리컬트코미디 - 창고생할자의 수기 미아동몽키 03-11 1618
8606 [괴담/공포] 창작웹툰 퇴마도시 1화 (4) 파란범 03-09 2105
8605 [잡담] 명나라 요동변장과 조선의 영토 위치: 조선 초기 국경… (2) 보리스진 02-27 3502
8604 [초현실] 도사가 된 땡중 (1) 우가산 02-23 3140
8603 [잡담]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우크라이나 모델- 내전으로 가… (8) 보리스진 02-20 4296
8602 [초현실] 10 G 통신 기지국은 인간의 뇌 (1) 우가산 02-17 3074
8601 [잡담] 무속인 논란의 본질: 라스푸틴과 볼셰비키 혁명 (3) 보리스진 02-14 2315
8600 [초현실] 귀신의 스텔스 기술 (1) 우가산 02-12 4337
8599 [초현실] 흡연의 기억상실 (4) 우가산 02-10 3338
8598 [초현실] 명당이 하는 일 우가산 02-04 2372
8597 [잡담] 평범하면서 미스테리한 이야기: 제 글을 읽어주시는 … 보리스진 02-02 1550
8596 [초현실] 기 수련법 우가산 02-02 2056
8595 [초현실] 꿈 해몽법 (3) 우가산 01-30 2327
8594 [초현실] 간질 치료법 우가산 01-28 1793
8593 [초현실] 귀신이 나를 살린듯 (1) 우가산 01-27 2175
8592 [초현실] 유체이탈과 사후세계 (1) 우가산 01-26 2034
8591 [잡담] 청와대 영빈관 이전 논의: 청와대 풍수는 과거에도 논… (3) 보리스진 01-26 1492
8590 [잡담] 조선에는 진령군, 일본에는 점술가 타카시마.(내용 추… 보리스진 01-25 1388
8589 [잡담] 방송인과 언론인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보리스진 01-25 769
8588 [잡담] 코로나를 예견한 비구니 (2) 우가산 01-24 2386
8587 [잡담] 용한 점쟁이의 노하우 (2) 우가산 01-22 1806
8586 [잡담] 최고의 인싸는 정도령 우가산 01-21 1412
8585 [잡담] 한류에 한 몫한 불교 (4) 우가산 01-20 234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