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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27 06:07
[괴담/공포] 술에 취할때마다 보이는것
 글쓴이 : 팜므파탈k
조회 : 2,891  



" 비아그라를 아주 처발라버릴 레드그라를 위하여! "


제약회사 개발팀의 회식 분위기가 좋았다.
발기부전 치료제 레드그라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 위하여-! "


경쾌한 건배 후 모두가 시원하게 잔을 들이켰다. 술을 못 하는 신입사원 김남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김남우가 생각하기에 술을 못 하는 자신의 역할은 오디오가 비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 그런데요 팀장님, 꼭 빨간 색소를 넣었어야 했어요? 왜 굳이 약을 빨갛게 만들었대요? "

" 빨간색이 강렬하잖아! 비아그라가 파란색인데 라이벌인 우리는 당연히 빨간색이지! "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 팀장은 호쾌하게 말했다.


" 비아그라는 그 파란색이 얼마나 차가워 보여? 파란색은 차갑잖아? 차가우면 쪼그라드는 거 알지?  "

" 으핫 "

" 거기에 대항하는 우리 레드그라는 당연히 빨개야지! 정열! 피가 쏠리는 상징! "


팀원들은 그 말이 그럴듯해 웃음을 터트렸다. 


" 그럼 당연히 성능도 우리가 더 강하죠? "

" 아니. 솔직히 비아그라가 더 세지. "

" 으핫, 그런데 어떻게 비아그라를 잡아먹어요! "

" 대신 우린 엄청 싸잖아! 가성비를 따져보면 현실적으로 레드그라지! "

" 으하하 "


김남우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술을 못 하지만, 확실히 술자리를 좋아했다.
 다만, 이런 질문이 나오면 난감하다.


" 야 김남우! 너 이렇게 기쁜 날 한잔도 안 먹기 있어? 진짜 술을 한잔도 못 해? "

" 아뇨 꼭 그런 건 아닌데... "

" 한잔 먹으면 뻗냐? 그런 체질이야? 우리 회사 약 좀 가져다줘? "

" 아뇨 아뇨. 그런 체질은 아닌데... "

" 그럼 한잔해! 오늘 같은 날인데 인마! "


쓴웃음을 짓던 김남우는 망설이다가, 소주 한잔을 비웠다. 첫 잔이 어렵지,
이후로는 두 잔, 석 잔 계속해서 회식에 어울렸다.


" 오우쒸, 잘 먹네! 뻥 치고 있었어 이 새끼! "


너무 멀쩡히 먹는 김남우의 모습에 팀장이 핀잔을 줬지만,
 김남우에게는 술을 안 먹는 그만의 사정이 있었다.

김남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제가 술을 안 먹는 게 신체적인 문제는 아니고요. "

" 응? "

" 실은, 제가 술만 취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여요. "

" 뭐야? "


씁쓸한 얼굴의 김남우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
모두가 이상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반듯하게 허리를 편 사람들이 양손을 들어 한쪽 손가락은 동그라미를,
다른 한쪽 손가락은 하나를 세우고 있었다. 

정면으로 고정된 얼굴은 입만 움직여 말을 하고 있었는데, 무표정한 얼굴에 음성만이 생동감 있었다.

어찌 보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기묘한 모습, 그것이 김남우가 술에 취하면 보게 되는 모습이었다.


김남우는 자신의 증상을 솔직하게 설명했고,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 뭐야? 그럼 지금 내가 이렇게 소주를 마셔도 네 눈에는 그냥 가만히
양손을 들고 있는 거로만 보인다는 거야? 이상한 모양으로? "

" 예. 그렇죠. "

" 거짓말하고 있네! 그런 게 어딨어? "

" 아이 진짜죠! 이런 거로 무슨 거짓말을 해요? 저도 미치겠다고요. 그래서 제가 술을 안 먹는다니까요? "

" 와~, 진짜라면 너무 신기한데? 논문감 아니야? "


모두 처음 들어보는 신기함에 관심이 폭발했다.


"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하고 있다고? 이거 돈 달라는 표시 아니야? 김구라가 자주 하잖아! "

" 부처님인가? 술에 취하면 모두가 부처로 보인다, 뭐 그런 종교적인 그런 건가? "

" 한 손은 이렇게 손가락을 세우고, 한 손은 동그라미를 하고...뭐가 바로 떠오르네? 흐흐 "

" 이게 진짜면 남우 씨 뭔가 트라우마가 있나 본데? 이런 건 보통 그렇잖아? "


그들에게는 흥미로운 토론 거리였지만, 김남우에게는 정말로 괴로운 일이었다.
 도대체 왜 술만 취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는 걸까? 무슨 저주에 빠진 걸까? 정신병의 일종일까?


김남우는 떠드는 사람들을 씁쓸하게 외면하며 술잔을 비웠다. 어차피
그의 눈에 비친 지금 사람들의 모습은 기괴했으니까. 

양손을 들고 동그라미든 작대기든 손가락을 가만히 한 채로, 입만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들.
 결코 오래 보고 싶진 않은 모습이었다.

결국, 김남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양손을 들어 보이는 김남우. 그 누구보다 자신이 알고 싶었다.


" 도대체 뭐냐고 이게! "


얼굴을 굳힌 김남우는 새삼스레 다짐했다. 내일,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기로.


.

.

.


" 해서, 이런 증상이 있습니까? "


김남우의 질문에 맞은편에 앉은 의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 보는 케이스입니다. 논문으로도 본 적이 없습니다 "

" 그렇습니까.. "

" 그러니까, 모두 이렇게 원과 하나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

" 예. 어쩔 땐 양손 다 손가락을 세운 사람도 있고, 양손 다 동그라미만 한 사람도 있습니다.
남녀나 뭐 그런 차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하여간 그렇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도대체? "

" 흠.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있으셨죠? "

" 중3 때 처음으로 술을 마셨던 날, 그날부터 그랬습니다. "

" 아, 그날 무슨 사건이 있으셨나요? "

" 아니요. "

" 이 손가락 모양에 관한 특별한 기억도 없으시고요? "

" 네. "

" 음.. "


의사는 이후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이렇다 할 답을 찾아내지 못한 듯했다.


" 환자분의 증상은 무언가 있긴 합니다. 환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의식 수준이 떨어졌을 때만 보인다는 점이 확실히 환각이라고 볼 순 있겠는데요.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지만, 무언가 관련된 것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정신적으로 우울감 같은 것도 없으신데, 또-. . . "

" ... "


의사는 장황하게 말했지만, 결론은 '답이 없다'였다.

김남우는 실망하며 병원을 나섰다.

그가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용하다는 무속인이었다.


" 조상이야 조상! "

" 예? "

" 술을 먹다 돌아가신 조상님이 네게 경고해주는 거야! "

" ... "


김남우는 딱히 와닿지 않았다. 자신의 부모님은 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셨는데 왜?


" 그럼 그 손가락 모양은 뭔가요? "

" 저승을 뜻하는 거야! 세운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
동그라미는 지옥불 구덩이를 뜻하는 거야! 만약에 동그라미가 더 늘어난다면 너는
 지옥에 떨어지게 되는 거야! "

" ... "

" 그러니까 그러지 않기 위해 제를 지내야 하는데, 제를 아무 날이나 지낼 순 없고
 조상님 오시는 날을 특별히 내가-. . . "


무당은 장황하게 말했지만, 결론은 큰돈 들여 굿을 하자는 것이었다.

김남우는 아니올시다 싶은 얼굴로 점집을 나섰다.


" 아 진짜, 도대체 뭐냐고! 무슨 뜻이냐고! "


그는 너무 답답했다. 


왜 술에 취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도대체 그 손가락의 뜻은 뭘까?


분명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고, 관련된 어떤 원인이 있을 것이었다. 

혹시나 해 동창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에 글도 올려보았다.


한데 뜻밖에, 누군가의 댓글이 김남우의 시선을 끌었다.


[ 기억도 못 할 어린 시절에 학대를 당한 게 아닐까? 술에 취한 어른에게 말이야.
손가락의 모양을 생각해보면...어쩌면 성적인 학대일지도 모르겠다. ]


" ... "


김남우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까? 그 기억이 트라우마가 된 걸까?

가능성 중의 하나, 어쩌면 높은 확률로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이 김남우를 찜찜하게 했다.
불쾌하고, 마음이 매스꺼웠다.


머리가 복잡해진 김남우는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혼술을 했다. 

술에 취하니 역시, 모든 사람이 특이하게 변했다. 온통 동그라미와 세운 손가락들, 무표정한 얼굴들.


세상이 미친것 같았다. 하지만 미친 건 김남우 자신뿐이었다.


내눈에만 온통 이상한 사람들의 숲을 통과해,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는 김남우. 

열쇠를 열고 어두운 현관에 들어서는데,


" 서프라이즈-! "

" 생일 축하해-! "


폭죽이 터지며 온 가족이 생일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


" ... "


김남우의 얼굴이 기묘해졌다.


" 아들, 솔직히 생일인 거 몰랐지? "

" 오빠! 나 올해는 선물 샀다! "

" 왜 이렇게 늦었어? 술 먹었냐? "


가족을 바라보는 김남우의 얼굴이 웃을 듯 말 듯,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환영하는 가족 모두가 무표정하게 입만 움직이고 있었다.
양 손가락으로 동그라미와 하나를 세운 채로.


" ...고마워. "


김남우는 이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든, 궁금해서 미칠 것 같든 어떻든. 다시는.


.

.

.

.

.

.


전자기기가 가득한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보며 두 사내가 대화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투자자와 젊은 의사였다.


" 전신 마비 환자란 말이지? "

" 예. 가족들의 신청으로 가상현실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

" 흠. 신기하군. 저건 뭔가? "


투자자가 침대 옆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 작은 화면에는
어마어마한 컴퓨터 연산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 아! 저건 이진법입니다. 0과 1로만 이루어진 컴퓨터의 계산법인데,

사실 컴퓨터의 모든 것은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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