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미스터리 게시판
 
작성일 : 18-08-08 11:09
[괴물/희귀] 섬처럼 거대한 게
 글쓴이 : 송구리
조회 : 1,640  

중국 북송 시대에 편찬된 책인 태평광기(太平廣記)에서는 마치 산이나 섬으로 착각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게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느 파사국(波斯國 현재의 이란인 페르시아) 사람이 일행과 함께 인도로 가려고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던 도중에 그만 심한 바람과 물살에 휩쓸려 정해진 항로에서 벗어나 이리저리 떠돌게 되었습니다.


파사국 사람 일행은 배를 탄 채 수천 리 정도를 바다에서 떠돌다가 어느 한 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나뭇잎과 풀로 옷을 만들어 입은 호인(胡人 중앙아시아의 사람) 한 명이 살았는데, 파사국 사람을 보자 자신의 내력을 밝혔습니다.


“나는 예전에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바다 위를 떠돌다가 이 섬에 왔고, 풀의 뿌리와 나무의 열매를 먹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서 제발 데려가 주십시오.”


호인의 말을 듣고 파사국 사람과 그 일행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같이 배에 태워주었는데, 호인은 그 답례로 “이 섬의 산에는 옥(玉)과 마노(瑪瑙)와 유리 같은 보물들이 많습니다.”라고 가르쳐 주었고, 파사국 사람 일행들은 호인의 말대로 산에 올라가서 보물들을 닥치는 대로 가져와서 배에 가득 싣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호인은 “보물이 없어진 걸 알면, 산을 지키는 신(神)이 화를 낼 테니 빨리 가지고 떠나야 합니다!”라고 재촉했고, 파사국 사람과 일행들은 서둘러 보물을 챙기고는 배에 올라타서 섬을 떠났습니다.


166_large-thumbnail_sea_dragon.jpg

c1bb5a3bb281208020fa11d2a4b0540b.jpg

seaserpant_by_jigsaw2888-d8rwx98.jpg

(동양과 서양의 전설에 나오는 거대한 바다뱀인 시 서펀트. 용은 아니지만 용처럼 크고 강력한 괴물인데, 태평광기에서는 이 시 서펀트와 싸워 이기는 더 크고 강력한 괴물인 거대 게가 나옵니다.)



그런데 파사국 일행이 탄 배가 40여리 쯤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을 때, 섬의 산 위에 커다란 붉은 뱀이 보이더니, 점점 일행이 탄 배를 향해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호인은 “당신들이 보물을 훔쳐가자, 산의 신이 화가 나서 우리를 쫓아오고 있습니다!”라고 외쳤고, 그 말을 듣고 파사국 일행은 모두 겁에 질려 덜덜 떨었습니다. 호인이 말한 산의 신은 바로 커다란 붉은 뱀이었던 것입니다.


그 때, 갑자기 바다 속에서 커다란 2개의 산이 솟아올랐는데, 그 높이가 자그마치 수백 장(丈)이나 되었습니다. 장은 길이 단위로 3미터고, 보통 한자 문헌에서 수백이라고 하면 대략 300에서 400 정도이니, 900미터에서 1.2km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산을 보자 호인은 조금 전까지 두려워하던 태도를 버리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 2개의 산은 남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게의 집게발입니다. 저 게는 산의 신과 자주 싸우는데, 거의 게가 이기기 때문에 뱀은 상대가 안 됩니다. 그러니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산의 신이라고 불린 붉은 뱀은 커다란 게와 싸웠는데 두 거대한 바다 괴물들은 한동안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결국 게가 뱀의 머리를 집게발로 움켜쥐자 뱀은 바다 위에서 죽고 말았는데 그 시체가 마치 높은 산맥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다행히 파사국 사람과 일행들은 무사히 배를 타고 떠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020217_SM_coconut-crab_main.jpg

Birgus_latro.jpg

crabi-de-cocotier-3-650x475.jpg

e5r2a6qjm1qy.jpg

(인도양에서 동남아와 남태평양에 사는 야자집게는 몸 전체의 길이가 1미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입니다. 아마 동남아를 오가는 중국의 뱃사람들이 이 게를 보고 지어낸 허풍들이 태평광기에 실려 그 크기가 섬처럼 어마어마하게 불어났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태평광기에 실린 이물지(異物志)라는 문헌에 나온 내용입니다. 옛날 어느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다가 난생 처음 보는 섬에 도착했습니다. 그 섬에는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졌는데, 그는 배에서 내리고는 섬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때 마침 배가 고팠던 터라, 그는 불을 피우고 밥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무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더니, 이윽고 섬 자체도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기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황한 그는 서둘러 배에 올라타서 섬을 떠났는데, 거리를 두고 섬을 관찰하자 그 섬은 사실 너무 커서 섬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던 거대한 게였습니다. 게가 잠시 바다 위로 올라온 상태에서 상륙한 남자가 불을 지피자, 열기가 싫어서 바다 속으로 잠수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eccI3Mdy1Hj9wiPQT.jpg

(해안가에서 자라는 나무인 맹그로브. 아마 태평광기에 나오는 섬으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게의 등에 난 숲이라면 저런 맹그로브와 비슷했을 것입니다.)



집게발의 크기가 산처럼 크고, 섬으로 여겨질 만큼 커다란 게의 전설은 아마도 남태평양에 사는 큰 야자집게를 중국인 무역상인들이 보고 “중국의 남쪽 바다에는 아주 커다란 게들이 산다!”라고 말한 내용이 점차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탄생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편 고대 중국의 문헌인 산해경(山海經)의 해내북경(海內北經)에도 거대한 게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바다의 가운데에 대해(大蟹 큰 게)가 산다.”는 구절인데, 동진(東晋 서기 317~420년) 시대 사람으로 산해경에 주석을 단 곽박(郭璞)의 말에 의하면, 저 대해의 몸은 1천 리(里)나 된다고 합니다. 1리는 대략 400미터니까 1천 리라면 무려 40만 미터이고, 400km나 되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출처: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187~189쪽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Total 7,92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미스터리 게시판 개설 및 운영원칙 (22) 가생이 12-26 133352
7922 [목격담] 전국을 들썩이게 한 얼짱 강도녀 (1) 도르메르 10:39 151
7921 [괴담/공포] 실제 중국 강시의 유래 (2) 도르메르 10-22 666
7920 [괴물/희귀] 귀신을 피하기 위한 생활속 금기사항 TOP 18 (1) 공포의겨 10-21 809
7919 [자연현상] 의지와 상상, 자기암시에 대한 에밀 쿠에 연설 (1) 드라소울 10-20 468
7918 [괴담/공포]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 여행준비 (1) 공포의겨 10-17 1256
7917 [외계] UFO로 금성에서 지구에 온 여성 옴넥오넥의 정체는? (1) 달빛별빛 10-17 1899
7916 [괴물/희귀] 두억시니 이야기 (1) 레스토랑스 10-14 1368
7915 [초현실] 불노불사의 인간 "생제르맹 백작" (2) 달빛별빛 10-14 1675
7914 [음모론] 인류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소름돋는 미스테리한 사건… (2) 공포의겨 10-14 1972
7913 [음모론] 히틀러의 비밀.jpg (6) 레스토랑스 10-11 4487
7912 [괴담/공포] 재앙을 예언하는 요괴 - 쿠단 (くだん) (2) 공포의겨 10-08 2225
7911 [전설] 인간을 파멸로 몰아넣는 솔로몬의 72악마 서열 TOP 10 (1) 공포의겨 10-05 3673
7910 [괴담/공포] 잔잔한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 수박서리 (초단편) (1) 공포의겨 10-03 2582
7909 [괴물/희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포켓몬 TOP5 (1) 공포의겨 09-30 3057
7908 [괴물/희귀] 모모 괴담의 진실 - 의식의 흐름 주의 (2) 공포의겨 09-28 2194
7907 [괴담/공포] 거울보는 아들을 촬영했는데 확인 후 깜놀라서 트위터… (4) 룰루파앙 09-28 3381
7906 [목격담] 생동적인 모습 그대로 산채로 얼어죽은 코요테 (3) 개개미S2 09-27 3527
7905 [괴물/희귀] 일본의 기괴하고 소름돋는 요괴들 TOP 10 (1) 공포의겨 09-25 3491
7904 [괴담/공포] 지하실...아래 (1) 공포의겨 09-22 3119
7903 [과학이론] 수학난제 '리만가설' 마침내 증명?..세계 수학… (7) 다잇글힘 09-21 4092
7902 [괴담/공포] 조선시대 괴담 - 사람의 머리를 으깨어 죽이는 요괴 두… (3) 공포의겨 09-19 3039
7901 [외계] 미국 대통령들이 밝히는 외계인의 존재 (2) 위스퍼 09-18 4105
7900 [외계] 1952년 워싱턴 상공에 나타난 UFO의 진실 (2) mintsoup 09-17 3339
7899 [자연현상] Nature of Nature, 자연(自然)의 속성 - Richard Feynman (2) 드라소울 09-17 1624
7898 [잡담] 범인을 찾아보세요~ (1) 문제적남자 09-17 2036
7897 [괴담/공포] 훌륭하신...선생님 (1) 공포의겨 09-15 2503
7896 [외계] 한 때 큰 논란이 되었던 서울 상공에서 촬영된 UFO 영상… (3) mintsoup 09-14 390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