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blog.naver.com/innerpeace2511/221436010802
두 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여자친구가 핸드폰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기종도 별로고 오래되어 배터리도 금방 다는데다 속도도 느린 등 핸드폰 상태가 영 상태가 별로라서 결심한 것 같았습니다.
통화 할 때마다 여자친구 핸드폰 품질 문제인지 항상 잘 안 들려서,
"목소리가 안들려~ 제발 그거 갖다버리고 핸드폰 바꿔~~"
라고 징징된 제 닦달도 한몫 있고, 곧 있으면 떠나게 될 해외여행에서 괜찮은 성능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습니다.
"요새 핸드폰 고를 때 따질게 엄청 많더라. 나 좀 도와주라. ㅠ"
카페에 앉아서 핸드폰 요금제와 각 기종의 가격에 대해 한참을 검색하고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고 공시제는 뭐고 할부원금이 뭐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자기는 적어도 손해는 절대 안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냥 동네 아는 가게에서 했던지라 핸드폰 구매에 그리 공을 들이진 않았지만요.
어찌됐든 온라인상에서 찾은 가격과 여친 집 주변 핸드폰 가게 몇 군데를 찾아가 가격을 비교해본 끝에, 핸드폰 상가로 유명한 곳 중 한 곳에 같이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찌감치 출발해 상가에 들어섰습니다. 아무래도 이른 시간이라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손님이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같이 핸드폰을 보러 온 손님 몇몇이 서성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반대로 가게는 전부 문을 열었는지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점원마다 “핸드폰 보고가세요~”, “보고가세요~”, “어떤 물건 찾으세요~” 같은 말이 양쪽에서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겉으로도 듣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건 당연한데 재밌는 건 각 상인들의 염파와 영적인 힘까지 마구 작용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인들이 하는 호객 행위야 일견 당연한 것이지만, 그 속에 간절함이나 치열함이 깃들어서 인지 몰라도 특히 심했던 것 같습니다.
물건 좀 보라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에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보겠어!”라는 강한 염이 깃들여 있어서 화살이 꽂히듯 팍팍 들어오는 것이 매우 거슬리고 피곤했습니다.
여러 가게에서 아예 대놓고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힘을 표현하는 듯 손을 뻗기도 하고 나한테까지 오는 것을 밀어서 치워버리기도 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여자친구도 그러한 감각을 느꼈다는 것이죠.
“호객 행위가 이상하게 말만 듣는데도 어지럽고 기분이 나쁘네...”
수련하는 입장에서 민감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정도면 핸드폰 사러오는 평범한 사람들도 체력적으로 지치고 판단에 영향을 미쳐 손해 볼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튼 그래도 구매하는 입장에서 믿을만하고 괜찮은 가게에서 핸드폰을 사고 싶었기 때문에 계속 걸어 다니면서 살펴보았지만 어느 곳이든 어두운 기운이 드리워져 있는 듯해 영 별로였습니다. 사실, 장사하는 가게가 너무 기운이 깨끗하면 안 되는 법이긴 하지만...
마침 여자친구에게 □□이 있어서 도움을 받아서 집중해보았습니다.
상가 구석 쪽으로 가리키는 경로가 보이면서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에게는 옆에서 들리는 호객행위는 무시하고 계속 걸으라 했고요.
과연, 찾아간 가게 A는 보기에도 뭔가 이 상가에서 제일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저 온 가족 4명이 앉아서 상담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곁으로 다가가니 “먼저 손님이 있어서 좀 기다리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냐.” 라고 물어봅니다. 시간이 급한 것도 아니고 한창 상담 중인 것 같아서 둘러보고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보기엔 저 가게가 나아. 근데 어떨지 혹시 모르니까, 시간도 있고 온 김에 다른 가게 몇 군데 가서 한번 가격 보고 비교해서 정하자.”
여자친구도 찬성하여 다시 한 번 매우 거슬리는 호객행위들을 헤치고 돌아다니면서 살펴보았습니다. 한 군데가 괜찮아 보여서 들어가서 물어보니 가게 B도 원하는 물건에 조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따가 가기로 한 가게 A와 비교하여 더 나은 곳으로 선택하기로 정했습니다.
한 바퀴 둘러보고 30분 정도 뒤에 처음가게로 돌아갔지만 얼마나 정성껏 상담을 하는 건지 아직도 상담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호기심에 근처 보이는 C 가게를 찾아가 조건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방금 들렸던 가게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얘기만 듣고 생각해 본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이 가게는 좀 아니다.’
상담을 하는 동안 집중해서 투시하니 계약서에 장난을 치는 듯한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어둡게 드리워지는 기운은 덤이었고요.
물론 제 투시가 늘 정확하다고 볼 수도 없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가격이나 다른 곳 가격에 비해 너무 싼 가격도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여자친구도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고 꺼림칙한 느낌이 있다며 동의했습니다.
결국 거의 40분 넘게 기다려서 처음 A가게에서 상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친절하게 상담 받고 꽤나 만족할 만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러오긴 했지만 평범한 상가처럼 보이는 곳이 이렇게 기운이 다를 수 있다는 게 독특했습니다. 다수의 업체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상인들의 호객 행위에도 그런 간절함과 치열한 염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나봅니다...
수련을 하는 이점이 이렇게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굳이 투시 유무를 떠나 선택에 있어 감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불리한 선택일 것 같으면 왠지 꺼려진다던가...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호객행위가 좀 심한 곳에서 물건을 사게 된다면, 가급적 몸 상태가 좋고 정신이 맑을 때 가는 게 훨씬 낫다는 팁을 주고 싶습니다.
제 경험처럼 강렬한 염이나 여러 힘에 노출된다면 아무래도 거래에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불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물론, 구매 전 물건의 시세나 계약 조건 등 사전 정보를 철저히 알고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