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미스터리 게시판
 
작성일 : 19-02-03 21:07
[괴담/공포] 세가지 선택
 글쓴이 : 팜므파탈k
조회 : 4,833  

일어났을 때, 나는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방에 있었다.

왜 그곳에 있는지,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눈을 떴을 때 나는 그곳에 있었다.

잠시 멍하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채 있었더니, 갑자기 천장 근처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오래된 스피커였을까, 잡음이 섞인 이상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부터 나아갈 길은 인생의 길이며, 인간의 업보를 걷는 길.

선택과 고민과 결단을 요구한다.

걷는 길은 많은 길 중 하나, 결코 모순 위를 걷지 않도록."

 


열리는 소리에 그제서야 눈치챘지만, 내 등 뒤에는 문이 있었다.

옆에는 붉고 눅눅한 문자로 "전진"이라고 적혀있었다.

 


문 뒤는 역시 흰 방이었다.

정면의 벽에 다음 방으로 통하는 듯한 닫힌 문이 있었다.

오른쪽에는 TV가 있었고, 그 화면에 많은 사람들이 비쳤다.

왼쪽에는 침낭이 있었는데, 무엇인가가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내용의 종이가 방의 중앙에 놓여있었다.

 


"3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 오른쪽의 TV를 부수는 것.

둘째, 왼쪽의 사람을 죽이는 것.

셋째, 당신이 죽는 것.

 


첫 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당신과 왼쪽의 사람은 살지만, 대신 TV에 보이는 사람들은 죽습니다.

두 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대신 왼쪽 사람의 길은 여기서 끝입니다.

세 번째를 선택하면 사람들은 살아남습니다. 축하해요.

단, 당신의 길은 여기서 끝입니다."

 


엉망이다. 어떤 것도 절망적이잖아. 말도 안 돼.

그러나 나는 그 상황을 바보같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공포로 덜덜 떨었다.

그 정도로 그 곳의 분위기는 묘했고, 판단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어딘가의 낯선 수많은 생명인가, 바로 옆에 보이는 하나의 생명인가, 또는 가장 가깝고 잘 알고 있는 이 생명인가?

나아가지 않으면 분명 죽을 것이다.

그것은 "세 번째"의 선택이 될까, 싫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죽고 싶지는 않다.

하나의 생명인가, 여러 생명인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침낭 옆에는 큼지막한 도끼가 있었다.

나는 조용히 도끼를 손에 들고, 천천히 치켜올려 움직이지 않는 고구마 같은 침낭을 향해 도끼를 내리쳤다.

콰직.

둔탁한 소리가, 손의 감각이, 전해진다.

문이 열리는 기색은 없다.

다시 한 번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익명성이, 죄책감을 마비시킨다.

다시 도끼를 치켜들었을 때,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오른편의 TV 화면에선 빛이 없는 눈을 한 아귀가 이쪽을 힐끔대며 보고 있었다.

 


다음 방에 들어서니 오른쪽에는 여객선 모형이, 왼편에는 마찬가지로 침낭이 있었다.

바닥에는 역시 종이가 놓여져 있고,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3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 오른쪽의 여객선을 부수는 것.

둘째, 왼쪽의 침낭에 불을 붙이는 것.

셋째, 당신이 죽는 것.



첫 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당신과 왼쪽의 사람은 살지만, 대신 여객선의 승객은 죽습니다.

두 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대신 왼쪽 사람의 길은 여기서 끝입니다.

세 번째를 선택하면 사람들은 살아남습니다. 축하해요.

단, 당신의 길은 여기서 끝입니다."

 


여객선은 단순한 모형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걸 부순다고 사람이 죽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때 그 종이에 적힌 것은 분명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이유 같은 건 없이,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침낭 옆의 등유를 빌 때까지 뿌리고, 준비되어 있던 성냥을 켜 침낭에 던졌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침낭은 금새 불길에 휩싸였다.

나는 여객선의 앞에 서서 모형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물쇠가 열리는 것을 기다렸다.

 


2분 정도 지났을까.

시간 감각 따위는 없었지만, 사람이 죽는 시간이니까 아마 2분 정도일 것이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 문이 열렸다.

왼쪽이 어떤 상태인지는 확인하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음 방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오른쪽에 지구본이 있었고, 왼편에는 또 침낭이 있었다.

나는 빠르게 다가가 종이를 들고 읽었다.

 


"3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 오른쪽의 지구본을 부수는 것.

둘째, 왼쪽의 침낭을 쏘는 것.

셋째, 당신이 죽는 것.

 


첫 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당신과 왼쪽의 사람은 살지만, 대신 세계 어딘가에 핵이 떨어집니다.

두 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대신 왼쪽 사람의 길은 여기서 끝입니다.

세 번째를 선택하면 사람들은 살아남습니다. 축하해요.

단, 당신의 길은 여기서 끝입니다."

 


생각이나 감정은 이미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나는 거의 기계적으로 침낭 옆의 권총을 쥐고 공이치기를 당긴 뒤 곧바로 검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탕, 하고 메마른 소리가 났다. 탕, 탕, 탕, 탕, 탕.

리볼버는 6번의 격발로 전부 비었다.

처음 다뤄본 권총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간단했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몇 발째에 침낭 안의 사람이 죽었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마지막 방은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무심코 나는 "엇"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여기가 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 안도했다.

겨우 도달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러자, 다시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질문.

3명의 인간과 그들을 제외한 전 세계의 인간. 그리고, 너.

죽인다면, 무엇을 고르는가."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가리켰다.

그렇게 하자 또,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축하한다.

너는 일관성있게 길을 선택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누군가의 행복 뒤에는 누군가의 불행이 있고, 누군가의 삶을 위해 누군가의 죽음이 있다.

하나의 생명은 지구보다 중하지 않다.

 


너는 그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생명의 무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체감해 주기 바란다.

출구는 열렸다.

축하한다.

 


축하한다."

 


나는 멍하니 그 소리를 듣고 안심한 듯한, 허탈한 듯한 감정을 느꼈다.

어찌 됐든 전신에서 단번에 힘이 빠지고, 비틀비틀거리며 마지막 문을 열었다.

 


빛이 쏟아지는 눈부신 장소, 눈을 가리고 앞으로 걸어가면, 다리에 퍽 하고 무엇인가가 부딪혔다.

세 개의 영정이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동생의 영정이.








출처:오유 으앙쥬금ㅜ님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Joker 19-02-03 22:23
   
ㄷㄷㄷㄷ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드네요...
뭐꼬이떡밥 19-02-04 10:28
   
예상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류를 위해 가족을 희생한 위대한 인간 아닌가?

이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당신이라면 알지도 못하는 인류를 위해 가족을 희생할수 있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라면 떼레비를 먼저 까 부시고  침낭에 사람을 확인한 후에

문을 나가지 않음.
마나스틸 19-02-10 09:10
   
어떤선택이든 결과는 최악일듯 하네.?
에페 22-02-17 11:52
   
난 다 세번째인데;;;;
에페 22-02-17 11:52
   
흠흠
 
 
Total 8,6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미스터리 게시판 개설 및 운영원칙 (23) 가생이 12-26 171170
8692 [괴담/공포] 대한민국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 엄여인'.… 드슈 04-22 388
8691 [괴담/공포] 안산 리어카 토막 살인 사건.jpg 드슈 04-17 888
8690 [잡담] 영화와 실제의 차이, 과거와 현재의 차이 보리스진 04-15 701
8689 [잡담] 한국의 블랙 벨트는 다르다. 보리스진 04-14 756
8688 [잡담] 중동 갈등의 확대, 경제는 어떻게 되나. 보리스진 04-13 361
8687 [괴담/공포] 전세계에서 전례가 없던 한국의 엽기 ㅈ살 사건.jpg 드슈 03-27 2007
8686 [잡담] 총선 수도권 표심은 어디로. (1) 보리스진 03-26 1017
8685 [잡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 보리스진 03-22 610
8684 [잡담] 표류하는 청년 표심 어디로....... (1) 보리스진 03-21 945
8683 [초현실] 요즘 핫한 고구려 최대강역 ( 원제 : 사서로 고증한 고… (12) 아비바스 02-25 4073
8682 [괴담/공포] 일본 10살 잼민이가 쓴 공포소설 (4) 심문선 02-10 5067
8681 [잡담] 한국 정치, 선의의 경쟁 실종되었나? (4) 보리스진 01-26 2235
8680 [초현실] 이상한 나라의 동화 (1) 미아동몽키 01-08 3336
8679 [잡담] 장수(長壽)의 비결 (4) 보리스진 12-09 3919
8678 [잡담] 행즉안행(行則雁行) (2) 보리스진 12-01 2516
8677 [잡담] 국내은행의 홍콩 ELS 수수료 장사와 역대급 이자 수익 보리스진 11-25 2583
8676 [잡담] 슈퍼리치의 기부 문화와 은행의 폭리 보리스진 11-22 2531
8675 [잡담]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회 문화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보리스진 11-22 1473
8674 [잡담] 포퓰리즘과 부동산 투기 근절 (1) 보리스진 11-10 2609
8673 [잡담] 청산은 나를 보고 바람처럼 살라고 하네 (2) 보리스진 11-05 2115
8672 [잡담] 세계 경제 이제 어떻게 되나? (2) 보리스진 10-14 4242
8671 [초현실] 철령과 철령위의 위치 분석 (지도 첨부) 보리스진 10-06 2776
8670 [초현실] 함흥차사의 함흥은 어디인가? (지도 첨부) 보리스진 09-29 3971
8669 [초현실] 부처님의 영혼은 웃는 모습으로 : 염화미소의 이야기 (3) 보리스진 09-09 3765
8668 [초현실] 디플 무빙처럼 나에게도 초능력이 있을까? (5) 클린스만 08-25 4626
8667 [잡담] 세종대왕 4군 위치를 실록, 지리지와 비교 (지도 첨부) 보리스진 08-19 3809
8666 [잡담] 세종대왕 4군 위치 고지도 분석 (지도 첨부) 보리스진 08-05 463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