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진요근(44)이 '어머니가 꿈에서 가르쳐 준 번호'로 로또복권에서 한회에 2·3·4·5등에 나란히 당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진씨는 지난 7월 22일 추첨한 190회 로또에서 14·15·18·30·31·44 번으로 2등에 당첨됐다. 15는 보너스 번호로 8을 맞췄다면 1등에 당첨될 수 있었다. 총 당첨금은 5400만원 가량이었다.
진씨에 따르면 로또 당첨 이틀전인 7월 20일 밤 잠을 자다 꿈속에서 어머니를 봤고 당첨 번호는 모두 어머니가 알려준 것이다.
2002년에 지병으로 작고한 모친은 그의 꿈에 나타나 "(진)요근아. 이제 너의 일이 모두 다 잘 될거다. 좋은 일만 생길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고, 이튿날 밤에도 똑같은 꿈을 꿨다.
둘째날 꿈에선 어머니가 사라지는 뒤로 숫자들이 지나갔고 잠에서 깬 진씨는 기억을 되살려 번호를 기록, 다음날 오후 로또복권을 수동식으로 샀다.
진씨는 "어머니가 1등 번호를 다 알려주신 것 같은데 내가 헷갈렸다. 하지만 1위가 아니여도 지금의 이 행운만으로도 만족한다"면서 "뒤늦게 로또 복권 당첨 사실을 밝히게 된 이유는 효도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진요근은 한때 잘나가던 트로트 가수였다. 1983년 1집을 발표한 후 10년 무명 세월을 이겨낸 진요근은 <불효>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등의 노래로 전국 DJ연합회의 트로트 신인가수상(91년), 최우수가수상(92년)을 수상했다.
트로트 4인방과 함께 인기를 얻은 진요근은 방송 때문에 췌장암으로 작고한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불행은 동시에 닥쳐 진씨는 고혈압으로 투병중이던 모친이 3개월 밖에 살 수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진요근은 모친의 간병을 위해 가수 활동을 돌연 중단, 고향인 대전으로 가 고혈압으로 인해 실명한 채 거동하지 못하는 모친을 극진하게 간병하기 시작했다.
진씨의 극진한 간병 덕분인지 모친은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모친은 10년을 더 살았다. 그동안 가족의 생계는 진씨의 부인이 책임졌다.
"내가 없이는 앉지도 식사를 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10년을 지내셨다. 배설물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키는 일이 힘들었지만 큰 행복이었다"고 밝힌 그는 "가수 활동을 못하는 괴로움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꼭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로또 당첨금이 엄청난 거액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하늘에서 날 지켜준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진씨는 "추석 명절에 돈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뉴스를 접한 후 속이 많이 상했다. 그래서 어머니 덕분에 이런 행운을 쥔 사실을 뒤늦게라도 밝히게 됐다"면서 "부모에게 효도하면 그 덕이 언젠가는 복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진요근은 지난해 4집 <아니야>를 발표하고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