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신불자가 1억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줄 겁니까? 게다가 이 신불자는 그 동안 빚에 대한 변제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은 진짜 배째라 식의 그런 악성 채무자입니다. 그런 자에게 자신에게 지금 전재산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줄 수 있을까요?
대출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개 개인이 돈을 빌리려고 해도 그 기준과 조건, 담보설정, 준비해야 할 서류가 굉장히 빡빡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돈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최악에 돈 떼어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니까요.
일개 개인이 대출 받는 것도 이런데 하물며 국가 기관 급 규모로 절대 다수의 국민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권한을 줄 때 아무런 신뢰나 견제책, 제도적 방책은 전무한 상태에서 그냥 나 믿고 권한 달라? 이걸 찬성하라는 얘기 아닙니까. 아까부터 어떤 분이 계속 강조하는 인권 감독관은 그냥 무시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영장 들이밀고 찾아가도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국정원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어떤 기관입니까?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한 최강의 조직입니다. 솔직히 검찰 앞에서는 다른 권력 기관도 바짝 엎드립니다. 재벌도 눈치 봅니다. 왜? 당연하지만 독점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졌으니까.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털고 그 먼지 하나로 형사 재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으니까. 그리고 그런 검찰이 법원에서 받은 영장 들이밀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권한이 모조리 발동되었다는 거죠.
그런데도 국가안보. 이 마법의 단어 앞에서 무력화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권감독관? 게다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권감독관이 테러방지법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정원에 대한 견제책이 될 거라는 것은 기만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런 자들이 있습니다. 소위 없는 사람들에게는 엄청 빡빡합니다. 툭하면 법치주의 운운합니다. 그런데 권력을 가진 집단이나 개인에게는 바로 태세 전환하고 엄청나게 무지 관대하죠. 불법을 저지르고 대놓고 증거가 나와도 숱한 변명과 합리화 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해지면 <나랏 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식으로 말이죠. 게다가 없는 사람 상대로는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의 의심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순진할 정도로 신뢰감이 넘쳐요.
개인적으로 원래 사람이라면 정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합니다. 강자 앞에서 엎드리고 약자 앞에서 이빨 드러내는 것은 일개 짐승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반대로 강자는 철저하게 감시하고 부당하면 맞서고 약자에게는 동정을 베푸는 것, 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