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의 탄생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고사처럼, 사회란 유기적 관계가 자연스레 섞이지 않고 물꼬를 틀 흐름을 멈췄을 때, 새 시대는 오물 덩어리로 덮힌 호수란 결말을 맺는다. 바로 일베충이 인터넷을 덮듯이.
강렬한 냉소주의와 함께 꼬인 일베충...
전 글에서 일베충을 까면서 B급 문화의 소산이라고 쓴 바 있는데, 실은 이 논지는 몇 개월 전 쓴 글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일베충의 탄생 배경과 세대를 거스르는 반동적 움직임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짚은 글이었는데, 중요한 화두는 바로 냉소주의였다. 과거 전 근대적 의미에서의 냉소주의와 현대적 냉소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다름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짧게 설명한 바 있다. 물론 이 논점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논점이기도하다. 짧게 설명하자면 과거의 냉소주의는 기성 문화를 거스르는 문화였다면, 오늘날의 냉소주의는 기성 문화에 기생하는 문법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정확히 그의 지적은 일베충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할 수 있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새로운 세대, 현 시대를 견인할 세대라고 할만한 '세대론'이 정체되어 있고, 그 빈 구멍을 일베충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레짐이나 우리나라의 민주화, 일본의 전공투처럼 거대한 담론을 이끄는 세대는 기대하지 않지만, 여하간 친노의 몰락 후 그 이후의 눈에 띠는 녀석들은 일베충들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 사실에 대해서 부정하는 건 마땅치않은 일이다. 현재 가장 큰 단일 커뮤니티는 일베이고, 동접자도 큰 커뮤니티중 압도적일 정도로 많은 동접자가 모여있는 싸이트가 일베다. 가생이가 1~2천 동접자라면, 일베는 평균 3~4만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다.
즉 세대가 정체되어 있고, 그 반동으로 일베충들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보통 세대의 출현에는 시대의 반영과 미래상이 겹쳐져 있다고 한다. 일베충은 어쩌면 시대의 반영이랄 수 있지만, 적어도 미래상 즉 미래를 기획하고 견인하는 사고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베충들이 보수론에 대해서(그것이 긍정적이든 아니든) 한층 업데이트한 어떤 것을 보여줬다면, 그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것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견지에서 사상적 퇴행과 윤리적 퇴폐를 반복할 뿐, 특기할만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전 세대 친노들은 정치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박근혜도 친노들의 사상 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 친노들이 자기 시대를 견인하는데 철저히 실패한 것만봐도, 세대의 탄생이란 게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그런 움직임조차없다면 역사의 진실 앞에 죄인이 아닌자 누가 있겠는가.
젊은이들은 기성 담론에서 허우적대고, 그나마 눈에띠는 녀석들은 일베충이란 암울한 현실 앞에 숨죽여 쇠고랑을 찰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