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국회의사당역 2번출구 앞, 날은 밝은 낮시간(오후 3시)임에도 꽤 추운데다가, (내가 예상했던대로) 여의'도'(=섬)이기때문에 강바람이 세서 상당히 쌀쌀했다.
4시 좀 넘었나? 시끄러운 '박근혜탄핵'구호와 진행측의 스피커 소리들 속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던 중 갑자기 진행자가 '잠깐 ! 발표나옵니다 !'라고 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순간
옆에 설치되어있던 대형스크린으로 쏠렸다.
나는 인파에 묻혀 스크린을 볼 수는 없었지만 크게 틀어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개표결과의 목소리(정세균의장의 목소리인 것같았다.)
'개표결과를 공표합니다. 찬성 234표, 반대... (XX표)...'
여기까지만 들었다. 거기까지만 들으면 되었다. 거기까지만 들으면 '충분했다.'
'찬성'숫자를 다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는
'우와 ~ ! 이겼다 !' 소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도 !
아 ! 정말 감격이었다. 이상하게도 주변 사람들을 두루 쳐다보게되었다. '모두들 수고하셨읍니다. 당신, 여러분들이, 이 추위, 때로는 심지어 눈발날리던 날까지 무릅쓰며 외치던 여러분들이 해낸겁니다'하는 생각에 마음같아서는 주변 사람 아무나 붙잡고 끌어안아주고싶은 정도였다.
모두들 마음은 비슷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다들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물론 동료/친구..가 같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서로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고.)
서로가 서로를 축하하는 마음이 그 표정들 하나하나에 뚜렷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결국 큰 소리로 말을 하더라, 그냥 그 주변 사람들 들으라고 : '수고하셨읍니다 ! 이젠 헌재결정만 남았네요. 수고하셨읍니다 !'
'네, 당신도 그 위대한 시민의 한 분이십니다 !'라고 내 마음은 응답하고 있었다.
이래서 민주(主)주의인 것이다. 이건 주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기쁨인 것이다.
그러면서 얼마전 여기 가생이에 올려진 '한국의 현 상황을 바라보는 일본언론' 번역글이 떠올랐다.---다시금, 그 일본 글, 일본언론이 틀렸고 우리가 맞으며, 다시 한 번 일본애들이 불쌍하고 한심하게 여겨졌다. 주인이 되어서 자기 나라를 스스로 고치지도 못하고, 아니, 고칠 생각도 못하고 길들여져 사는 일본애들,...
흐흐, 두고봐라, 내일 모레 쯤 일본애들 반응을 보면 분명 이제는, '부럽다. 자기나라의 현실을 자기의 뜻에 맞게 적극적 능동적으로 나서서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고쳐나가는 한국의 저 현실이 부럽다'는 소리가 나오게 될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일본 뿐이랴. 이제 14억을 통치하며 G2의 권력자라고 하는 '시진핑'이도 이제 대한민국을, 대한민국 국민들을, 다시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시진핑이는, 우리의 이 시민혁명이 성공하는 이런 상황을 속속들이 자국국민에게 다 알리고 싶지 않겠지. 두려울 거야. 한국인들 무서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다시금 들거야. 짜식들.
마침 오늘은 금요일. 친구들과 새벽까지 한 잔 해야겠다. 비록 이제 탄핵장정의 겨우 1단계로켓이 점화된 것이지만.
아, 올해 끝판을 이렇게 멋진 일로 마감하게 될 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