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3&aid=0003419966
최근 여론조사 기관의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이들은 20대 남성에 대한 통계치를 따로 뽑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하지 않던 일이다. 지난달 여론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이 이유가 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장년층을 포함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수치. 반면 20대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3.5%, 연령대별 남녀 계층에서 가장 높았다. 처음으로 20대 남성이란 집단 뒤에 '왜'라는 말이 뒤따랐다.
20대 남성은 크게 주목받지 않는 계층이었다. 이들에 대한 인식이라고 해봤자 군대를 다녀온 뒤 적당히 사회화돼 취업 준비 등을 서두르는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 88만원 세대의 끝자락쯤. 뚜렷한 정치색보다는 무관심이란 말이 익숙했고, 트렌드를 주도하며 주요 소비 계층으로 대접받는 또래 여성들과도 달랐다. 일종의 과도기 세대, 적어도 기성세대의 눈엔 그렇게 비쳤다.
20대 남성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또 다른 세대 갈등의 전조로 보기도, 첨예한 남녀 갈등에서 비롯된 반발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무튼, 주말'이 대학생,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 무직 등 20대 남성 50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젠더 문제, 여성 혐오 착각은 곤란
20대 남성의 불만은 명료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신들을 희생양 삼지 말라는 것. 이제까지 콩고물은 기성세대가 가져가 놓고 그들이 내놓는 조치들은 모두 20대 남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주장이다. 남녀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학생 박현수(25)씨는 "남녀 간 차별은 사회가 풀어가야 하는 숙제라는 데 공감한다"며 "문제는 정부가 지나치게 한쪽 성을 우대하고 다른 쪽 성이 역차별 받는다는 인식을 주는 점"이라고 했다. 자영업을 하는 성호현(27)씨는 "대부분의 20대 남성은 여성이 차별을 받아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성세대가 자신들만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남녀 간의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법이 좋은 예다. 이 법은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한정했다. 20대 남성들은 남녀 차별 문제를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으로 나눠 해결하는 방법론을 문제 삼는다. 박씨는 "남성도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만큼 논란을 줄이는 법안 마련도 가능했다"면서 "몇몇 말들이 불필요한 남녀 대결 구도를 불러와 잡음만 키웠다"고 했다. 법안이 여성 외의 성별을 배제해 을의 지위에 있는 일부 남성 피해자 구제를 외면했고, 이는 법의 사각지대를 키우는 동시에 또 다른 차별을 낳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 법을 폐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5만5000여 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이들에게 동년배 여성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달리던 상대가 아니다. 20대 남성은 어려서부터 자신들보다 영리하고 뛰어난 여성들과 경쟁을 해왔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69.6%로, 같은 연령대 남성 고용률(67.9%)보다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할당제나 여성 창업자 지원 등은 사회에 쌓여온 남녀 갈등 문제를 20대에게 전가하는 행태란 것이다. 대학생 조성수(21)씨는 "직장에서 여자들 잔심부름 시키고 가정에서 집안일 떠넘기고 차별을 일삼은 것은 기성세대 아니냐"며 "그런데 내놓는 정책들은 갓 사회에 진출하려는 20대 남성이 상당 부분 책임을 지게끔 만들어졌다"고 했다.
문제가 해결 없이 공전되다 보니 극단적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남녀 차별이 여성들의 '미투', 남성들의 '펜스룰(이성 간 접촉 차단)' 등의 주장으로 이어지거나 서로 남혐(남성 혐오), 여혐(여성 혐오)을 외치며 범죄가 이어지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책을 구사할 때 특정 성을 우대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남녀 모두 차별 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며 "이 경우 정책 효과는 사라지고 논란만 남을 수 있다"고 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2&aid=0003331301
‘하나의 유령이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유령이.’
지난 한 해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페미니즘을 그 유명한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첫 문장에 빗댄 표현이다. 2018년 초부터 1년 내내 이어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와 ‘여성’이란 단일 의제 집회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한 ‘혜화역 시위’, 남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세간을 떠들석하게 한 ‘이수역 사건’ 등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페미니즘은 문자 그대로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 차별 철폐, 기회의 평등을 기치로 내건 사회 운동·이론이다. 그러나 한국의 페미니즘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극심한 사회 갈등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성 혐오는 있지만 남성 혐오는 없다’는 자신들만의 논리로 남성 혐오 표현을 남발하고, 때로는 과도한 참여 독려와 독선으로 여성들 간 갈등을 빚게 만들기도 한다.
여성단체 등 기성 페미니스트들은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맞닥뜨린 여성 혐오 때문에 페미니즘에 빠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페미니즘이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지금의 10·20대 여성들이 무슨 혐오나 차별을 경험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반박론자들은 “영영 페미들이 성별과 상관 없는 문제까지 모두 ‘여자라서 겪는 문제’로 받아들인다”고 꼬집는다.
4일 포털사이트와 SNS,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페미니즘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경우 사건·사고 등 사회 분야 기사들은 물론 아무 관련 없는 정칟경제·문화 기사에서까지 ‘댓글 전쟁’이 한창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과 조롱, 욕설 등이 난무한다. SNS나 커뮤니티들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이나 대학가 등 오프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페미니즘 언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신모(21·여)씨는 “언젠가부터 남자애들과 함께 있을 때뿐만 아니라 여자애들끼리만 모인 자리에서도 다들 페미니즘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있다”며 “괜한 싸움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런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영영 페미들이 이러한 행태가 페미니즘 진영에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극단주의적인 성향이 사회 공동체 전체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여성들의 입장만 무리하게 강조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면 자연히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