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놀던 바위에서 몸을 던지시다니,
너무나 큰 충격앞에 왜냐고 물을 여지조차 우리에겐 없습니다.
몸따라 마음이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따라 몸이 간다고 했는데,
왜 마음을 바위 아래로 떨구었는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때의 인연으로 ‘인간 노무현’을 겪어본 적이 있는 저로서는 “자신의 ‘죄’와
주변에 미치는 ‘화’를 덮으려한 것이 아니냐”는 속물적 수근거림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유서에서는 ‘운명’이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맞서고 기득권의 구조를 뚫기 위해 손해를 감수했던
당신의 ‘바보스러움’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구질구질한 뉴스가 당신의 주변을 덮었을 때,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떤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나를 버려달라”고 쓴 글도 보았습니다.
그 바보스러움의 값어치, ‘사람사는 세상’을 추구했던 존재의 이유만은 간수하고 싶어서
산 자들의 마음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 아닌가요.
그걸 직감하기에 지금 많은 사람들이 마음 깊이 추모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몰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추모의 한 켠에서 시비를 걸고 싶습니다.
진정 원하시는 것은 님 따라하기나 님 뭉개기가 아니라 님 넘어서기가 아닌가요?
그래서 갑작스럽게 선택한 영원한 침묵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 어느 쪽이든 성찰의 정서보다도 맹목의 정서가 우선할까봐 말입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당신의 거침없음에 매력을 느꼈으나, 대통령 재임 중에는 당신의 거침없음이
혹 치우침이 될까봐 걱정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퇴임 이후에는 당신의 거침없음을 간간히 볼 수 있기를 기대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황망한 마음으로 슬퍼하는 것입니다.
이제 편히 잠드십시오.
이제 마음의 무거운 짐도 거침없이 내려놓으세요.
마지막 순간 높은 바위 위에서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셨을 겁니다.
구불구불한 과정을 동반하겠지만, 민초들이 우리 역사의 긍정적 계기들을 한데 녹여
그 어떤 새로운 가치로 승화시킬 것입니다. 님의 자취도 잊지 않고 말입니다.
이제 편히 잠드십시오.
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김성식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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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정서보다도 맹목의 정서가 우선해서는 안됩니다
노무현 정신의 계승
그것은 노무현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넘어서는 것
즉, 노무현 정신을 새로운 시대의 가치 속에 녹여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