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세상에 눈을 떠보니
나는 말도 안 되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
정치는 아예 말이 안 되고
상식도 말이 안 되고
정의도 말이 안 되고
문화도 말이 안 되고
영화는 딱 ‘방화’ 수준이고
스포츠는 딱 ‘동네’ 수준이고
소리 소문 없이 끌려가 죽고
한 지역이 몰살을 당해도
신문에 한 줄 나지 않았고
신문과 tv가 다 인 세상에서
신문과 tv라는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다들 숨죽이고 살아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야 살 수 있다고 ‘살아내고’ 있었다
패.배.의.식
부끄럽게도 내 머릿속엔
‘기생충’처럼 패배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안돼’
다른 건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로
정치는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나 온통 한나라당의 색깔로
물들던 선거 지도들...
‘아 정말 안 되는 구나’ 싶었다
그런데
스포츠가 달라지고
문화가 꿈틀대고
음악이 달라지고
영화가 달라지고
(우린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기 보다
무수한 장르와 장르의 변주곡으로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고
그게 세계적으로 통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것도 sns 유투브라는 시대를 만났기에)
인터넷이 꿈틀대고
sns가 엄청나고 강력한 줄기의 힘으로
뻗어 나가더니
드디어
드디어
‘오늘’이 왔다
정말 안 올 줄 알았다
내가 지금의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면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더디고 예상보다 늦더라도
오긴 오더라는 것이다‘
큰 흐름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그러나 그 큰 흐름도
누군가의 작은 물방울로부터
누군가의 작은 물줄기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 ‘패배의식’에 대해
미안함을 바치고 싶다
‘당신’이라는 물방울
‘당신들’이라는 물줄기에
이 시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박수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