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준의 보통국가화는 아니라도 적어도 중국에 근접한 수준의 개혁개방을 목표로 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같은 급의 신격화나 우상화도 이루어 지지 않았고,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박정희 덕분에 잘먹고 잘살게 되었다는 우상이 50여 년이 되도록 지속되는 것처럼, 김정은이 남북화해와 경제교류를 통해 북한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오히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정치적인 우상화로 힘겹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보다 더 쉽게 권력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측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작년 경제성장율이 4%라고 합니다. 나진선봉지구 주민들은 오히려 평양주민들을 전혀 부러워 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개성공단을 원안대로 확장하거나, 신의주나 남포 등지에 대규모 공단을 더 건설하고 남한의 사양산업인 중저가 조선업과 섬유산업 등을 북한으로 이전하는 등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이루어 지면 북한은 몰라 보게 빨리 성장할 겁니다. 심지어 전면적인 교류시 북한이 년 25%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즉, 김일성과 김정일이 말한 '이밥에 고깃국'을 김정은이 현실화 시켜 준다면 굳이 힘들게 정치적인 우상화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김일성과 김정일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룬 '위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며 박정희에 대한 추종 이상을 얻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북한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도 아니고 경제적 곤궁 해결입니다. 이 해결과정을 김정은이 주도한다면 최소한 중국식의 체제안전은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를 선제적으로 과감히 해체하고 자신이 경제적 풍요를 이뤄냈다는 성과를 인정받는다면 생각보다 탄탄한 지지기반을 가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봅니다.
흔히 개혁개방으로 체제가 붕괴된다고 예측하지만 오히려 개혁개방의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소위 '경제적 우상화'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정치적 한계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과감히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를 해체한다면 어쩌면 20~30년 뒤 중국식의 지도부교체까지도 가능한 국가로 갈 수도 있을 겁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매파들은 '북한붕괴론'에 기초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북미수교'에 소극적이었고 80년대부터 '북한붕괴론'을 책으로 써대며 북한전문가로 고위직에 오른 사람이 바로 얼마전 주한미대사로 내정되었다가 탈락한 인물입니다.
우리도 '북한붕괴론'을 신봉하는 자들이 이른바 보수라는 집단이고 박근혜의 통일대박론 역시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 것입니다. 햇볕정책을 펼친 김대중, 노무현정부나 문재인정부는 이런 북한붕괴론을 부정하는 기초에 서 있습니다.
아무튼, 북한이 핵폐기로 원하는 댓가는 경제협력일 것이고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어 주고 우리와 경제교류가 활성화 된다면 오히려 북한의 정치제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이 허용하고 북한이 결단만 한다면 많은 기업들이 굳이 동남아로 이전할 필요도 없고 북한의 개성이나 신의주, 나진 구역으로 이전하면 충분합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 우리는 전쟁위헙에서 벗어나고 우리 기업도 살고, 북한 주민들도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한반도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정치체제야 어차피 단시일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자기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