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사이긴 합니다만 북핵 고도화 과정의 자세한 전말이 나온 기사입니다.
내용이 제법 깁니다. 요약문이 아닌 대담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북핵 고도화 일등공신"
"朴대통령, 황소에게 붉은깃발 흔드는 투우사 같아"
1994년 10월 21일.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제네바 합의가 체결됐다. 이 합의로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은 경수로를 건립하고 중유를 지원하며 양측은 정치·경제적 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서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만들어내면서 북한 핵 문제는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미국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네바 합의는 물거품이 돼버렸다.
이후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북핵 위기가 다시 봉합되는 듯 보였으나, 미국 재무부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예치돼있던 북한 자금을 동결하는 제재조치를 취했다. 이에 북한은 격렬히 반발했고 1년 뒤인 2006년 1차 핵실험에 돌입했다.
그렇게 시작된 북핵 문제가 20년이 넘게 흘렀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북한 핵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미국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09년 2차 핵실험과 이후 일어난 3, 4, 5차 핵실험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 정부의 공헌도 상당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기와 일치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놀란 미국은 그해 11월 북미 양자 접촉을 가지고 이후 2007년 2.13 합의를 이끌어낸다. 그런데 그 다음 해인 2008년 한국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 정책이 등장했고, 이로 인해 6자회담의 성과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2009년 새로 들어선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비핵화를 바꾸자는 이야기를 세 번이나 했을 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모두 막았다"며 "한국 정부가 극렬히 반대하다 보니 미국 정부도 결국 2010년부터는 '전략적 인내'로 돌아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교체기에 3차 핵실험,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4, 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횟수가 거듭할수록 핵 능력은 고도화됐다. 5번의 핵 실험 중 4번이 보수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결국 북한 핵을 방치하면서 사실상 핵 능력 고도화에 눈을 감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한 핵 강화의 일등 공신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제재와 압박만을 강조해서는 북한의 6차 핵실험도 막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번 대담을 함께한 이병철 평화협력원 부원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번 더한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안보 위기만 조장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방도를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미국은 '북한의 핵 동결 + 대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과에서 수술하는 식으로 핵심을 정밀 타격한다는 이른바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를 하기에도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많다"며 "(11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든 일단 핵 동결을 하고 이후 모멘텀을 찾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대담은 지난 4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편집인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