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직언하옵건데
이 나라는 폐하와 더불어 백성들이
합쳐 망친 나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옵니다
이 나라에 상식과 신뢰와 도의는 사멸했고
또한 헌법은 깨어졌으며 국회는 나락이니
오로지 죽고 죽이며 뺏고 빼앗기는
감성과 분노의 정치만 있을 뿐입니다
이는 폐하만의 잘못도 아니고
조정 대신과 관료들만의 잘못도 아니옵니다
그것은 백성 또한 무지한 까닭이며
엄중한 현인들의 경고와 선대 공신들이
남긴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국의 지도자를 저잣거리의 광대 뽑듯이
감성에 젖어 눈물로 내세운 댓가입니다
소인은 평생을 살아오며
무주택자 일주택자 다주택자라는 단어가
이토록 심오하고 엄중하며 잔인한 것인지
폐하의 실정 하에 처음 깨닫사오며
일찍이 폐하의 막역지우였던
故노무현 선황의 통치 하에서도,
폐하의 정적이었던 이명박 선황과
폐하의 제물이었던 박근혜 선황의
통치 하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참담한 헌법유린과 처절한 수탈과
극심한 분열과 외교적 고립을 겪사옵니다
개구리가 찬물에 담궈져
서서히 달궈지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듯
이 땅의 백성은 백성 스스로 선출한
폐하의 실정에 하나둘씩 권리를 내어주다
결국에는 헌법 조문 안에 조차 속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사오나
아직 절반의 백성은
스스로 벌어먹지 않고도 내어지는
끼니 앞에 굴복하여 제 몸이 익어
껍질이 벗겨지는 것 조차 깨닫지 못하옵고
가진 자에 대한 끝없는 분노에 눈이 멀어
제 자식들이 살아갈 삶이
제 인생보다 나아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 또한 느끼지 못하옵니다
폐하께서 추구했던 인권은 고작
사람을 죽이고 부녀자를 간음한
파렴치한 것들에게만 내려지는 면죄부가 되었고
폐하께서 부르짖던 민주는
절반의 백성에게는 약탈이고
절반의 백성에게는 토벌이며
과반수를 넘는 자가 벌이는 정당한 도륙이자
합법적 착취의 수단으로 전락하였으니
자유는 선대 공신들의 무덤을 파내어
찾으오리까 아니오면
죽어 자빠져 저승길에서 찾으오리까
소인이 감히 묻사옵니다
무릇 정치란
백성과의 싸움이 아닌
백성을 뺀 세상 나머지 것들과의 싸움인 바,
폐하께서는 작금에 이르러
무엇과 싸우고 계신 것이옵니까
국내외에 어지러이 산적하여 당면한 과제는
온데 간데 없고 적폐청산을 기치로
정적 수십을 처단한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백성을 두고 과녁을 삼아
왜곡된 민주와 인권의 활시위를 당기시는 것이옵니까
폐하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폐하의 적은 백성이 아닌,
나라를 해치는 이념의 잔재와
백성을 탐하는 과거의 유령이며
또한 복수에 눈이 멀고 간신에게 혼을 빼앗겨
적군와 아군을 구분 못하는 폐하 그 자신이옵니다
또한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폐하의 취임사를 소인은 우러러 기억하는 바,
그 날의 폐하 그 자신이오며
폐하께서 말씀하신 촛불의 힘은
무궁하고 무결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
그 날의 촛불 그 열기이옵니다
성군의 법도는 제 자신마저 품을 수 있으나
폭군의 법도는 제 자신 또한 해치는 법,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
간신의 글은 제 마음 하나 담지 못하나
충신의 글은 삼라만상을 다 담는 법,
소인의 천한 글재주로 일필휘지하지 못해
삼라만상을 담지는 못하였으나
우국충정을 담아 피와 눈물로 대신하오니
다만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이천이십년 팔월
인천 앞바다에서 塵人 조은산 삼가 올립니다
흠
상소문이 장문이라 다 퍼오진 못했네요
근데
상소문을 올린 분이 30대고 한 때 노빠였다는데,,, ㅠ
참
문장력도 대단하고 해학도 넘치고
정말 부러워 죽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