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476030
네티즌들 "짜장면 먹었다" 추측, 인터넷 매체는 검증없이 기사 써
親文들이 기사에 상상력 더해 '짜장면 냄새로 曺장관 가족 모욕' 검찰 압수수색 비난 근거 만들어
여당을 비롯한 친문(親文) 진영은 '짜장면'을 앞세워 검찰의 조국 법무장관 자택 압수 수색을 맹비난했다. '남의 집 거실을 차지하고 그 가족 면전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으며 모욕을 줬다'는 취지였지만, 가짜 뉴스였다. 실제 검찰 수사관들이 주문한 음식은 한식(韓食)이었고, 그것도 조 장관 가족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이 가짜 뉴스는 어떻게 생겨났고, 이용됐을까.
지난 23일 오후 2시 30분쯤 조 장관 자택에 배달원이 도착했다. 이미 압수 수색 소식이 알려지며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현장에 대기 중이었다. 배달원 오토바이 바구니에는 인근 중화요리점 '만다린'의 전단지가 끼어 있었고, 배달원은 철가방 두 개를 들고 올라갔다. 일부 기자들이 해당 음식점에 문의했는데 "××아파트로 배달 간 적 없다"는 답을 들었다.
배달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9그릇을 시켰다"고 답했다. 무슨 음식인지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친문 커뮤니티에는 철가방을 든 배달원 사진과 함께 '검사들이 감히 조 장관님 집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짜장면을 먹으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글이 돌기 시작했다.
한 시간여 뒤 조 장관 집에서 빈 그릇을 수거해 돌아가려는 배달원의 철가방을 한 행인이 열어봤다. 짜장면 용기로는 사용되지 않는 뚝배기 그릇이 보였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들이 친문 네티즌의 주장을 받아쓰고, 일부 네티즌이 기사를 퍼나르면서 '짜장면 가짜 뉴스'는 기정사실화했다. 오후 3시 40분쯤 한 매체가 '중화요리 배달원이 조국 장관 자택으로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는 사진 기사를 올렸다. 두 시간 뒤에는 또 다른 매체가 〈짜장면 9인분 배달…조국 부인, 딸 압수 수색 과정 지켜본 듯〉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친문 성향 유명인들이 여기에 상상과 해설을 더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오후 5시쯤 페이스북에 "조 장관 집안에서 짜장면 냄새를 풍겨 '여기 윤석열이 왔다'고 확인시켜줬다"고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오늘 압수 수색과 짜장면에 …(중략) … 민주주의를 살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들 가슴이 짓밟힌 것"이라고 적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가세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두세 시간이면 끝날 일을 9명이 짜장면을 주문해 시간을 때웠다"고 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짜장면 모욕설'을 주장했다.
그러자 결국 검찰이 뒤늦게 압수 수색 중 식사의 전말을 담은 해명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바로 사실 확인이 가능한 일이었는데, 민주당까지 가짜 뉴스를 퍼뜨리자 수뇌부에서 해명 문자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