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메일을 사찰했다는 것은 죄질이 중합니다.
판례에 따르자면 아마도 무단 열람을 했던 당사자는 실형을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던 ... 과정이 불법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예전에 내가 다녔던 회사도 꽤나 개방적인 회사였습니다.
회사의 내부망에 열린광장이라는 익명을 보장하는 게시판을 운영했었습니다.
어느 날 임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임원진은 글쓴이를 색출하라고 난리를 쳤는데 ....
우리 전산팀장도 주진형 못지 않게 강골이었습니다.
"차라리 나를 짜르쇼.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지만, 색출을 시도 한다는 것 자체가 열린광장을 무력화시키는 겁니다."
(그 임원과 전산팀장이 고성으로 싸우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서 제가 들었죠. 우리 회사는 이런 게 일상이었던 회사였습니다. 임원들이 부서장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날은 배틀이었죠.)
결국 전산팀장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다 가능하죠.
저도 웹프로그램과 서버를 공부하기 전에는 순진하게 전산팀장의 말을 믿었었죠.
(참고로 나는 문과임)
이후 그 전산팀장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짠밥이 낮은 과장급이 팀장이 되면서 고가의 사찰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도입했습니다.(당시 1천 5000만원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함) 직원들이 보낸 이메일, 들어간 웹사이트, 프로그램에서 실행시킨 게임 등 모든 것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죠. 비밀리에 도입한 것이 나에게 딱 걸린 겁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회사에 임원 일부와 전산팀장 그리고 나 밖에 몰랐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 1주일 전의 일이었죠. 일단 저는 침묵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악용되지 않았다고 확신을 했기 때문이죠. 전산팀장이 짠밥이 낮기는 하지만,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었고, 임원들도 그런 부분에서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죠.
(산업 스파이들이 극성이었기 때문에 ... 그런 점도 고려했다고 봄)
물론 법률이 강화되기 이전의 일입니다. 시기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 스팸메일이 창궐해서 자체적으로 스팸필터를 도입할 때쯤이죠.
이런 프로그램은 지금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악용되겠죠.
이미 법이 정비된 이후이니만큼 불법을 저질렀다면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