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두 재단이 있다. 하나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민간문화재단 ‘미르’, 또 다른 하나는 올 1월 설립한 체육재단인 ‘케이스포츠’다. 두 재단은 만들어진 시기만 다를 뿐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쌍둥이 재단으로 봐도 무방하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첫 번째,
두 재단 모두 초고속으로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미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 허가를 신청한 날은 2015년 10월 26일인데 문체부는 이날 바로 허가를 내줬다. 케이스포츠는 올해 1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허가 신청을 했고 다음날 허가가 났다. 통상적인 재단 설립 허가는 보름가량 소요된다. 전직 고위 공무원은 “아무리 빨라야 일주일인데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두 번째,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은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똑같았다. 문서 양식, 회의안건(9개 항), 참석한 대기업 임원, 발언순서 등은 물론 의사봉을 두드리거나 정관을 낭독하는 등 행동을 묘사한 부분까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동일했다. 회의록 내용은 모두 허위였다. 회의록에 나온 기업 임원들에게 참석 여부를 물었을 때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가 열렸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 문의해 보니
“미르재단 창립총회 날인 2015년 10월 25일과 케이스포츠 창립총회 날인 2016년 1월 5일에 대관(貸館) 기록이 없다”고 했다. 열리지 않은 창립총회를 개최했다는 허위 회의록을 만든 것이다. 창립총회 회의록은 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하는 서류다. 조작한 회의록을 제출했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두 재단의 법인 설립 허가를 내준 것이다.
세 번째, 어마어마한 출연금을 모금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설립 두 달 만에 삼성(125억원), 현대차(85억원), SK(68억원), LG(48억원), 포스코(30억원), GS(26억원), 롯데(28억원), 한화(15억원), KT(11억원), CJ(8억원), 금호(7억원), 두산(7억원)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6개 그룹 30개 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모았다.
국내 공익법인 3만4000여 곳 가운데 기부금 모금실적이 전체 23위, 문화재단 중에선 가장 큰 금액이었다. 각각 85억원과 7억원을 미르에 낸 현대차와 두산은 정작 자신들의 문화재단엔 돈을 출연하지 않았다. 케이스포츠재단에도 4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모였다. 두 재단 모두 모금 통로는 전경련이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민간재단의 출연금을 전경련이 앞장서 모아줬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A그룹 관계자는 “지난해(2015년) 전경련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그룹별로 (출연금을) 할당했으니, 알아서 갹출하시면 좋겠다고 했다”며 “이 재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돈을 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저 정부에서 추진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도 “재단의 정체를 ‘TV 조선’의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알아보니 (전경련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니 할당금액대로 형편대로 내라고 했다더라. (담당 부서에서) 그룹 상황도 안 좋은데 수십억의 출연금을 내라고 해서 진짜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는데 소용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신생 재단이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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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미르 김형수 이사장을 비롯한 출연기업 관계자들이 2015년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 앞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제공 |
전경련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대단한 배경이 있지 않고서는 이 정도 거액을 출연받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TV 조선’은 두 재단의 출연금 모금 과정에 안종범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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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가 누구냐고?
정말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