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70513090327837
[하정호의 사서삼매경] (15) '자박' 새누리 2중대 전락한 유승민 정당
친박패권세력과 결별한 바른정당은 합리적 보수세력 등장의 가능성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새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 건강한 보수를 내세웠다. 보수의 대체가능성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 현실은 겨우 원내교섭단체다. 원대복귀를 해도 공천학살의 제단에 올려지겠다. 올바르게 살려다가 스스로 옭아매는 신세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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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의 실패는 유승민 의원의 입 탓이다. 유 의원은 지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주적을 운운했다. 지긋지긋한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나와 다른 이를 적으로 삼는 이분법, 북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자들을 빨갱이라 부르는 성급한 일반화 등 꼴통 보수의 대표적인 행동을 따라했다. ~~ 빨갱이가 안 통하자 '종북세력'이 튀어 나왔다. 지겹다.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빨갱이라면 10년에 걸쳐 벌써 나라를 북한에 바쳤겠다.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공동체의 보호, 체제에 대한 안정, 높은 도덕성 등 보수주의자들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존중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다. 북한을 주적이라고 왜 말을 못하냐고 다그치는 유 의원을 보면서 대화가 안 통하는 어르신들이 생각났다. 군대의 적은 북한이지만 대통령은 껴안아야할 한민족이기에 적이라 부를 수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북한이 통일하자고 제의를 해도 주적 타령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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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힘이 든 건 보수세력의 결집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수는 이익집단에 가깝다. 지역사회에 뿌리 깊은 이념적 카르텔이 존재한다. 우익 성향의 청년 단체에 가입하면 너도나도 사업을 도와준다. 그 단체는 또 다른 단체와 엮인다. ~~ 관변단체와 민주평통 같은 헌법기관까지 설키면서 카르텔의 끈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 정점에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있다. 그 이상에는 계파 패권세력들이 있다. 패권세력 위에는 수장이 있다. ~~ 단순히 국회의원 몇 명, 계파 수뇌부 몇을 바꿔도 이 메트릭스는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다른 리더가 생기면 그 리더십에 맞게 변형될뿐 바뀌지 않는다. 5·16 쿠데타 이후로 유지돼온 대한민국의 프로세스다. 바른정당이 한 해에 당을 깨고 다음 해에 대통령 후보를 내세워도 존재감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을 탄핵시켰으면서 그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에게 표를 구걸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배신자뿐이다. 바뀌려면 여러 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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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쟁쟁한 지난 대통령들에 비하면 한없이 모자라다. 합리적 보수, 대안적 보수를 제시하려 했지만 제 입에 제 스스로 망했다. ~~ 남은 선택은 김무성 의원이 쥐고 있겠다.
유 의원을 계속 끌고 갈 지, 남은 3년여 동안 호탕하게 기회를 엿보다 자기가 나설 지, 친박패권세력의 밑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종노릇을 할지 말이다.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면 새 정부에 기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새 정부는 국회 의석 수 과반을 챙겨 국정에 탄력을 더하려 할 것이다. 정계개편이다. 나머지 선택지는 별거 없다. 공중분해 되거나 자연도태 되느냐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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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의 입지가 여의치 않은 상황은 다들 동감하실 것 같습니다.
자기부정 후 도로 새누리, 지역기반을 버리고 국민의당과, 혹은 예전에도 반복되었던 여당과의 합당.. 제갈량이 와도 어려울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