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redian.org/archive/109029
이재명 시장이 처음 민주당 대권 레이스에 도전한다고 할 때 그가 이 정도로 승부를 걸리라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번에는 초반에 페이스메이커로 뛰면서 문재인이 취약한 부분에서 좀 더 선명한 진보 쪽으로 좌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하면서 흙수저 (그의 표현대로라면 무수저)의 이미지를 굳혀 차차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목표를 둘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런 예상들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그 과정에서 – 그가 차차기에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지 않을지는 아직 알 수가 없겠지만 –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드러났다. 그가 이미 문재인 지지자들과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그의 이번 대선 정국 세 확보 운동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손가락혁명군, 즉 손가혁에 그의 운동의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는 사실에 있다. 손가혁은 이재명의 자발적 지지자로 현재 얼추 7,0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SNS 상에서의 활동은 문재인이나 안희정이 주지 못하는 소위 사이다 발언을 널리 퍼트리는 일도 하지만 다른 후보들을 공격하고, 비방하는 일종의 훌리건과 같은 일을 앞장서서 함으로써 다른 세력들과 충돌을 자주 일으키는 것으로 연결되는 일이 매우 잦다.
2016년 10월 촛불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재명은 손가혁을 적극적으로 조직화하고 행동하도록 독려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예상대로 박원순 후보를 바로 추월하고 그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의 지지율은 급격하게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곧 그렇게 올라온 만큼 그와 비슷하게 급격하게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여러 군데에서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예상들은 무섭게 적중하였다.
그런 예상을 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이유를 손가혁에서 찾았다. 그들은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내부 총질에 매우 능한 지지자들이다. SNS 특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지만 다른 세력들로부터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은 SNS 상에서의 선명한 글이란 분노의 표출에 기반하는 것이고, 그 분노의 표출이라는 선명성은 자극의 언어로 흘러갈 수밖에 없으며 그 자극이 닿는 종착역은 아군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극도의 이분법에 의거한 혐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빠’는 ‘까’를 낳고, ‘까’는 멸망으로 이르는 지름길이다. ‘빠’ 위에서 세를 확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