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열렬히 지지하는 계층 중 하나가 친노반문(親盧反文:친노무현,반문재인)이다. 이들은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면서 문재인 전 대표에는 반감을 갖는 것일까. 원로급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연을 알아봤다.
포용력 부족 지적
며칠전 사석에서 만난 호남출신 동교동계 원로 정치인에게 “문재인 대세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글쎄 난 안될 거 같아”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거물급 정치인이라면 필수적인 덕목인 포용력이 너무 떨어져요. 포용력은 결국 리더십과 같은 건데 당 갈라먹은(국민의당) 전적도 그렇고… 호남 못끌어안잖아요. 아니 끌어안을 의지도 없는 것 같고. 측근만 믿지 남의 말을 잘 듣질 않아요. 내가 가끔 보는 학자들 모임이 있는데 다들 문재인은 안된다고 걱정들을 하더라고. 지금이야 모르지만 만약 대통령 되면 리더십 문제와 측근 문제가 분명 생길거라고 말이죠.”
보수진영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해 문제삼는 안보의식 문제 보다 리더십과 측근을 우려하는 그의 속뜻은 무엇일까. 그는
“나는 노무현계는 아니지만 그 주변사람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거든요. 문재인이 ‘정치적 꽃길’만 걸었다는 거지. 노무현 힘들때는 그리 모른척하던 사람이 왜 친노냐고요. ”
대선 두 달 전 캠프에 이름 올린 문재인
2002년 노무현캠프 출신 전직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때문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파한 적이 두 번 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언제 대선정국에 등장합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4월) 대선후보가 되면서 언론 인터뷰에서 ‘친구’ 항목에 문재인 변호사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때도 별로 인식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같이 변호사 사무실을 했던 친한 사이고 경선에서 좀 도와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계속 거절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그 해 6월 지방선거에서 노 후보가 부산시장 후보로 문재인을 내보내자고 하더군요. 어차피 안 될 거라면 이기택, 신상우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내보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절당했군요.
“단순히 거절했으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 설득하러 갔던 캠프 후배가 이렇게 전하더군요. ‘제발 나한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라 “단순히 거절했으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 설득하러 갔던 캠프 후배가 이렇게 전하더군요.
‘제발 나한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라, 난 정치에 관심 없다, 변호사 하게 좀 놔 둬라, 노무현이 대통령 돼도 그 근처에 얼씬도 안할 것이다’ 라고 했다고 말입니다. 노무현이 대통령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때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노무현의 흔들림과 아픔은 옆에서 본 사람으로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당에서는 후보실 여직원 월급도 알아서 내라고 하는 지경이었습니다.
우리 캠프 사람들이 그렇게 주변에 조금이라도 도와달라고 부탁하다 번번이 거절당하고 유리걸식(流離乞食)하는 동안 문재인, 이호철은 그냥 변호사, 여행사 하게 나 좀 내버려두라고 했답니다.”
두번째 아픔
-여튼 노무현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민정수석,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최측근 실세로 지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2003년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창당했을 때 호남에서 배신자라며 인기가 바닥을 쳤죠.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질 게 뻔한 상황이구요. 그때 대통령한테 얘길 했어요. 청와대나 정부에서 인지도와 인기 있는 사람들을 총선에 내보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1년 가까이 벼슬살이 했으면 은혜도 입었고 이제 보은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수석, 이창동 문광부장관, 강금실 법무부장관 네 명은 꼭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이 살아야 대통령도 살 것이라고 말입니다. 근데 4명 출마를 요청하고 며칠 후에 대통령 전화가 온 겁니다. 내가 말했던 넷 다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요.
대통령이 임명해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부탁하는데 모른 척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때 문재인 수석이 사표를 내길래 대통령은 그래 이제 결심했나 보다, 나를 위해 출마하나 보다 하고 사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건강상 사유 운운하더니 네팔로 트레킹을 간 겁니다.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리는 시점에 측근이라는 사람이 해외로 트레킹이라니요. 정말 기가 막혀서 입이 안 다물어지더군요. 그런 사람이 친노라고요. 정말 그때 생각만 하면….”
호남 민심이 관건
앞서 의견을 냈던 동교동계 원로는 “그래도 문재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호남에선 그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직 의원들이 전부 국민의당 소속이고 그들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다면 호남인들이 예전처럼 무조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호남을 결집시키지 못하면 야권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