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방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같은 직장의 어린 신입사원 하나를 내 차에 태워서 함께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나이를 물어보니 90년생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막 학교 나와서 첫 직장에 들어와서 인턴 상태인 친구였습니다.
아무튼 그 친구에게 궁금한 것 몇가지 물어봤죠.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본인 : 직장생활 해 보니 이해 못할 일도 좀 있지 않나요?
신입사원 : 네... 많아요. ㅋㅋㅋ
본인 : 우리나라에서 어느 회사 들어가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불합리한 일들이 엄청 많아요. 나도 사회생활 처음 시작할 때 참 혼란스러웠어요.
본인 : 정치 같은 것에는 관심이 있나요?
신입사원 : 아뇨 전혀요. (직장 관계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조심스러웠을 테니까요.)
본인 : 요새 필리버스터라고 엄청 이슈가 되던데 들어본 적 있어요?
신입사원 :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욤??
본인/신입사원 : ㅋㅋㅋㅋㅋㅋ
알면서 모른다고 대답했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몰랐다면 아마 추정컨데 전형적인 20대 청년의 현주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전 세대의 20대 청년시절에는 정치문제에 대체로 관심이 있는 비율이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요즘의 20대 청년층의 주된 관심사는 정치나 정의 같은 것 보다는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한 불안감, 첫 직장에서의 실망감, 경제력이나 스펙에 따른 서열화 같은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게 사실 딱히 지금 20대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청년세대로 하여금 주변을 돌아볼 수 없게 만든 각박해진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할 만한 어른이 딱히 보이지 않는 사회가 되지 않았나 싶고요.
많은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막연히 느끼지만, 정확히 뭐가 잘못되었는지 분석할 능력이 없다는 것.
그렇게 사고를 정치시키고 눈과 귀를 막고 오로지 앞만 보도록 만들어진 구조.
더 적어진 기회.
더 치열해진 경쟁.
가혹한 실패의 댓가.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강박관념들.
경제력에 따른 인간 가치의 계서화.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는 탈이념 시대죠.
이데올로기 자체로는 아무도 따르지 않고, 아무도 그걸 믿지 않습니다.
실제로 나에게 혜택이 올 수 있는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이 오는지 여부에 따라 정치세력의 경중이 갈립니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기능적이고 잘 작동하는 공고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고요.
'아무 쓸데없이 구름잡는 소리(정의, 인권 따위)나 부르짖는' 야당은 영원히 집권 기회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서민들은 먹고살기 바빠 정의니 인권 같은 소리는 개나 줘 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야당의 집권 전략이 제대로 작동할리가 없죠.
옳은 것이 승리하는게 아니라 승리하는 것이 옳은 것인 나라니까요.
유세객 김종인이 이번에는 민주당 쪽으로 가서 마법을 부려달라는 주문을 받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김종인 영감님의 마법이 통할지, 글쎄 두고 봅시다.
뭐 어차피 망해가는 나라인데 더 잃을 것도 없고 뭐 그렇죠.
새누리당이 계속 해 먹게 된다면 이제 시계추를 되돌릴 일은 영원히 없을 것만 같습니다.
국세가 기울어가고 부패가 지금보다도 더 심해지고
살기는 더 팍팍해 지게 될 것입니다.
야당이 집권해도 당장 이 추세를 뚝딱 바꿔내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더 빨리 망하느냐 아니면 좀 더 질질끌면서 발버둥치다 망하느냐 이 차이 아니겠어요.
그럼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할까.
김종인 같은 정치 낭인?
문재인 같은 명분론자?
안철수 같은 거품?
박근혜,김무성 같은 파쇼들?
이 사람들은 우리를 구해줄 메시아가 아니지요.
이런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기생충에 가깝습니다.
실제 문제 해결은 이런 정치인들이 아니고
일을 하고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하는 국민들에게서 자생적으로 발생합니다.
아직은 임계점에 덜 도달했을지, 아니면 애초에 문제해결 능력이 없어 공멸의 길로 일로매진할 수 밖에 없는 역량의 국민들일지 스스로 두고 봅니다.
현재의 청년세대가 20년 정도 더 지나 사회의 리더쉽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때 현재의 청년세대가 어떤 유산을 받아가지고 있게 되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