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이자차액세 또는 국토보유세
김윤상 / 성토모 자문위원
지대세를 서서히 도입한다고 해도 결국은 지가가 0이 되는데, 토지사유제 하에서 부득이 토지를 매입하였던 실수요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현 토지소유자를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기로 한다면 ‘국토보유세’가 좋은 대안이 된다.
토지원리 ③의 ㉯는 그 누구도 단순히 토지를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불로소득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토지사유제 사회에서도 토지 매매시장이 완벽하다면 이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토지의 매매가격 즉 지가는 모든 미래의 지대를 자본화 한 금액이므로, 지가가 완벽하다면 지가를 지불하고 토지를 취득한 토지소유자는 특별한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토지 매매시장은 극히 불완전한 시장이다. 사회 변동이 인간의 미래 예측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지가가 미래의 지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토지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변화가 거의 없이 안정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미래 예측이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토지 불로소득은 국지적 또는 일시적으로 발생할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사회변화가 급격한 경우에는 토지 불로소득이 광역적으로 그리고 만성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현실 토지 매매시장의 흠결을 보완하여, 완전한 시장에서 나타날 상태 즉 토지 불로소득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토지 불로소득은 ‘토지를 단순히 보유, 매매함으로써 얻는 특별한 이익’으로서 그 크기는 토지소유자의 수입에서 비용을 뺀 금액과 같다. 예를 들어 자금을 빌려서 토지를 매입한 후 그 토지를 임대하고 있다가 일정 기간 후 매각하고 빌린 돈을 갚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러면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동안 임대료 수입을 얻고 토지를 매각할 때 매각지가 수입을 얻는다. 한편 토지소유자는 토지소유 기간 동안 이자를 물다가 토지를 매각한 후 차입금을 상환하므로 이자와 매입지가가 비용이 된다.
이런 사실을 식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토지 임대료 수입은 ‘지대’라는 용어로 바꾸어 표시하기로 한다.
토지 불로소득 = 토지소유자의 수입 - 토지소유자의 비용
= (지대 + 매각지가) - (매입지가 +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
= (지대 -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 + (매각지가 - 매입지가)
= 지대이자차액 + 매매차액
위의 예에서는 돈을 빌려서 토지를 매입한 후 임대한다고 가정했지만, 토지를 자기 돈으로 매입하고 소유자 자신이 사용하더라도 결과는 같다. 자기 돈으로 매입하더라도 그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금액 즉 이자만큼은 기회비용으로서 역시 비용이 된다. 또 토지를 자신이 사용하더라도 지대만큼의 이익이 생기는데, 이런 이익은 귀속지대로서 역시 수입이 된다.
위 식을 통해, 토지 불로소득으로는, 토지를 보유하는 동안 지대-이자 차액이 발생하고 토지를 매각할 때 매매차액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토지소유자가 부담하는 조세 등 토지 소유에 부수되는 다른 비용은 없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려면 토지를 보유하는 동안 지대-이자 차액을 징수하고 토지를 매각할 때 매매차액을 징수하면 된다. 그런데 지대-이자 차액을 징수하면 지가는 매입지가 수준에서 유지되므로 매매차액이 거의 0이 되므로 지대-이자 차액만 징수해도 토지 불로소득 전체를 환수할 수 있다.1)
지대-이자 차액을 징수하는 토지보유세를 ‘지대이자차액세'라고 불러도 되지만, 필자는 좀더 친근한 인상을 주기 위해 ’국토보유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토보유세를 토지 취득자 입장에서 보면, 매입지가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증금으로 예탁하고 토지를 취득한 후 보증금 이자를 공제한 임대료를 납부하다가 매각 시에 보증금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국토보유세는 지대에서 이자를 공제하고 나머지만 징수하기 때문에 지대세보다 금액이 단연히 적지만 공제하는 이자는 거의 일정하므로 지대가 상승한다면 징수액이 늘어난다. 전체 지대 중 징수액의 비율, 즉 지대환수율에 대해 모의실험한 결과는 이렇다. 이자율 연 5%인 사회에서 지대환수율이 75% 정도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대상승률이 연 3%이면 50년, 5%이면 30년, 7%이면 20년이다. (졸저, 2009: 330)
국토보유세는 지가를 매입지가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때문에 단기간에 도입해도 사회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 지대세를 서서히 도입할 경우에는 과도기에 양도소득세, 개발부담금 등의 부작용이 있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지만, 국토보유세는 그럴 필요가 없이 도입 즉시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지공주의를 현실에 연착륙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국토보유세를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