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내용에 대한 정부나 민간의 개입 수준을 보면
"국정 > 검열 > 검정 > 인정 > 인증"입니다.
인증(Certification)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국정 만이 문제가 아니라 검인정도 문제입니다.
국정이나 검인정이나 모두 자기 입맛에 맛는 인사들이 들어가 집필하게 되면 정치편향적일 수밖에 없는거지요. 단지 국정이 정부 입맛이 강한 인사들이 집필한다면, 우리 나라 검인정은 야당이나 전교조 쪽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는 정도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독재국가는 검열을, 우리 나라나 일본처럼 국가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는 검인정을 채택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대부분이 인증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즉, 교육과 관련하여 정부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것을 배제하고 철저히 민간 위주로 운영된다는 것이지요. 이들 관점으로 보면 국정 뿐만 아니라 검인정 모두 문제가 많은 방식이지 검인정이 국정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는거지요.
미국이나 유럽의 교과서 채택은 국정이냐 검인정이냐가 아니라 출판사가 책을 기획하여 찍어내면 이를 지역의 사설 인증기관이 교재로 적절한지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학력 인증기관은 주(state)에 여러 개씩 있어요. 여기서 정식 학교, 정식 과목, 정식 학점 등을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대안국제학교는 국내에서는 학력인증을 못 받지만, 해외에서는 교과 이수과목을 그대로 인정받아 유학을 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거지요.
해외의 교육인증기관은 교재(교과서)뿐만 아니라 커리큘럼 자체를 평가하여 학점 수준(미국이나 유럽은 중고등학교도 학점제)을 평가하고 인정합니다. 대학은 이들의 인증으로 이들 학교 학생들의 성적(GPA)을 입학 사정시 그대로 인정하지요.
이러한 학교에서 교과서의 선정은 담당 교사가 결정하지요. 우리 나라는 이럴 경우 뇌물 등의 염려도 있겠지만, 중고등학교에서 교과서채택과 관련된 뇌물은 없습니다.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슈화된 것을 본 적이 없어서...어쨌든 교사는 학력내지 교육인증기관에서 인정한 여러 출판사의 책 중 골라서 교재(교과서)로 선택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교과서를 채택하는 체계에서 보면 국정이나 검인정 모두 도찐게찐이지요.
미국의 예를 들었지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이나 검인정이 이슈화가 아니지요.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둘 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요. 이는 역사교과서 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서가 이러한 방식입니다.
중고등학교의 교과 과정 중 그 과목을 이수하면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면제해 주는 것이 바로 College Board라고 하는 대학과정 인증시험 기관의 AP(Advanced Placement)입니다. 유럽 역시 프랑스의 바칼로니아가 대표적이지요.
TOEFL역시 민간기관이 자율적으로 인증하는 것입니다.
해외식으로 본다면 교과서 논쟁의 핵심은 국정이냐 검인정이냐가 아니라 인증(certification 내지 authentification)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정치적으로 교과서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