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설입니다.
부산일보는 경남권 최고 최대 신문이자, 지방일간지중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입니다.
이것이 지역민심이고 진주의료원을 바라 보는 시선입니다.
홍준표의 작금의 행태를 비꼬면서 좋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홍준표가 진주의료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중앙일보를 필두로하는 중앙지와는 온도차가 확연하게 나는 걸 좀 알아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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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경남도청 건물 현관에는 '당당한 경남 시대'라는 표어가 내걸려 있다. 글은 흰색이고 바탕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좋아하는 예의 붉은색이다. 그런데 도청 입구에는 천막 농성장이 두 곳이나 되고, 세워져 있는 트럭에서는 영상물이 돌아가고 있었다. '진주의료원 휴업을 철회하라'는 구호가 보인다.
홍 지사는 뉴스메이커다. 아니 승부사다. 전국적 뉴스의 중심에 진주의료원 문제를 단숨에 진입시켰다. 여기에 많은 수들이 숨어 있다. 정치 10단이 있다는 말이 과연 헛 말이 아닌 듯싶다. 279억 원의 재정 적자를 누적하고 있다는 진주의료원을 그의 뜻대로 폐쇄시킨다면 홍 지사는 도정의 방향키를 단숨에 거머쥐는 것이다. 보궐선거로 들어온 1년 6개월짜리 지사가 뭘 하겠느냐는 의혹을 한 방에 잠재울 것이다. 그는 실제 "임기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연 홍준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벌써 국면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다.
진주의료원 폐업 수순 전국적 이슈화
공공의료 문제 새 정부 복지과제 던져
그러나 거기에 그친다면 '과연 홍준표'를 들먹일 필요는 없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지금 46차례에 걸친 도와 도의회의 구조조정 요구를 묵살한 '강성노조 해방구'와 싸우고 있다. 이게 이슈를 만들어내는 그의 정치 감각이다. 그가 설정하고 있는 것은 진영 싸움이다. 만약 그가 원하는 대로 진주의료원이 폐업된다면 그는 일약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이다. 정치 10단의 노림수에는 또 다른 수도 있다. 홍 지사는 선거 공약으로 진주에 제2 경남도청사를 짓겠다고 했다. 항간에서 폐업시킨 진주의료원 자리에 제2 청사를 들이려는 꿍꿍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홍 지사는 그것은 차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래, 차후에 어떻게 될지 모를 문제이다.
홍 지사가 칼자루를 쥔 것은 진주의료원 문제가 지방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해 봤자 그뿐이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이 훈수를 두지만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홍 지사는 '그렇다면 진주의료원을 국립의료원이 가져가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거기에 선뜻 답을 못하고 있는 것이 '국가'다. 홍 지사는 그 틈 속으로 돌진하고 있다.
홍 지사는 시끄러울 거라며 도청 관료들을 미리 단속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그 수준이 아니다.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사안은 공공의료 문제다. 공공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박근혜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국민행복시대 복지의 핵심 기관이다. 실상 전국 34개 시·도립 의료원은 대부분 적자다.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진주의료원만 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도민 1%만 원해도 도립병원을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 때문이다. "공공의료는 국가의 기본적인 토대"라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적정진료를 통한 적정진료비'가 공공 병원이 추구하는 바다.
하지만 민간 병원은 어떤가. 장사를 해야 한다. 민간 병원의 과잉 진료와 과당 진료비 청구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큰 원인이다. 공공 병원을 없애는 것은 결국 민간 병원을 키우는 일이다. 이런 점이 결국 홍 지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공공 병원의 의료 서비스 질은 민간 병원보다 더 낫다고 한다.
홍 지사는 그간 우리가 관심 두지 못했던 문제를 상기시켜 주었다. 한국의 공공 병원 병상 비율은 1980년대 30%대였으나 지금은 14% 수준. 부끄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복지를 표방하고 있는 새 정부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마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늦었지만 오늘 경남도청과 진주의료원을 방문했다. 진주의료원 문제의 뾰족한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홍 지사가 좋아하는 붉은색은 정의와 열정을 상징한다고 한다. 정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열정이 곧 정의인 것은 아닐 터이다. 홍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수순은 공공의료 개혁의 시위를 당긴 것인가, 무리하고 성급한 승부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