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2년, 스페인의 피사로가 이끄는 탐험대가 잉카의 도시 카하마르카에서 잉카제국과 맞붙었다. 피사로 일행은 고작 168명, 그마저 훈련된 병사집단이 아니었다. 잉카제국은 인구가 수백만이었으며 팔만의 방위군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168명의 스페인 오합지졸은 첫 전투에서 사만이 넘는 잉카군대를 전멸시켰으며 잉카황제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았다. 그날 피사로 일행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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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황제 아타우알파는 자신을 포로로 잡은 피사로 일행에게 놀라운 제안을 한다. 자기 목숨 값으로 83큐빅미터 (6.7m*5.2m*2.4m)의 방을 황금으로 가득 채워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피사로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타우알파는 실제로 그 방을 황금으로 가득 채웠고, 곧 처형되었다. 이후 겨우 네 번의 전투만에 잉카제국은 백수십명의 피사로 일행에 의해 멸망한다. 수도 쿠스코는 고작 마흔명의 병사에 의해 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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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스페인은 몇가지 비대칭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총, 철제 무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horse)이 있었다. 가마를 탄 아타우알파와 곤봉을 든 잉카군대는 장신구 때문에 “눈이 부셨다” 는 기록이 있을 만큼 부유하고 또 강력했지만, 그 부유함과 강력함은 스페인의 비대칭전력 앞에서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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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것이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과 얼마나 유사한지 이미 이해했을 것이다. 그 어떤 시나리오로도 북괴군은 한국군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핵무기라는 비대칭전력이 개입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68 대 80,000 이라는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가 ‘비대칭전력’ 앞에서 그 의미를 잃듯이,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의 차이는 싸고 위력적인 비대칭전력인 핵무기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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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대통령이 되면 즉시 개성공단을 이천만평으로 확장 재가동 하겠다고 주장한다. 금강산관광 역시 재개된다. 평화를 위해 이천조원이라는 돈을 북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렵게 끊어낸 북괴의 자금줄을 모조리 재개하고 심지어 더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문재인은 “나는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 는 자신의 평화에 대한 인식 하에 북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주고 평화를 사오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난다고 국민을 위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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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우알파는 피사로 일행이 원하는 욕구를 모두 채우면 평화롭게 떠나줄 것이라 믿었다. 168명이 옮길 수도 없는 양의 황금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황금으로 평화를 살수는 없었다. 결국 부국이고 강국이며 중앙아메리카의 패자였던 잉카제국은 적의 비대칭전력과 리더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너무도 쉽게 멸망하고 말았다.
실제 기록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당시 피사로 일행의 편지에는 이런 회고가 등장한다. “그 금을 보고도 잉카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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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돈으로 평화를 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오늘 나의 목숨 뿐이다.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내일은 더 큰 돈을 지불 해야하고, 줄 것이 없어지는 순간 그때까지 돈으로 지불을 유예해왔던 것을 내놓아야만 한다.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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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전쟁을 각오한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아타우알파를 리더로 뽑은 한국의 미래에 과연 평화가 존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