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4-27 17:38
조회 : 468
|
다음은 김두우 전 홍보수석의 책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11~17쪽)의 일부분이다
대통령 회고록 2장 끝부분에 ‘크게 아팠다’는 대목이 나온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의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 충격이 컸고, 극복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텐데 건강은 괜찮으셨습니까?”라고 지나가는 말로 물었더니, 이 대통령은 “응, 그때 좀 아팠지”라고 가볍게 대답했다. 감기 몸살로 아팠느냐고 했더니, “병이 생겼어”라고 했다.
...(중략)...
김두우 / 병을 왜 숨기셨습니까? 주변에서 알고 있어야 일정도 좀 축소하고, 약도 제때 드시도록 봐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통령 / 그때 내가 아팠다고 했어봐. 청와대 발표가 나가는 순간 한 열 배쯤 부풀려져서 소문이 돌았을걸? 대통령이 죽을병에 걸렸다고 했을지도 모르고, 언론은 대통령 보궐선거니 뭐니 하고 떠들어대지 않았겠어? 더구나 그때가 언제야. 세계 금융위기로 국민들이 힘들어 허덕이는데 대통령이 중병에 걸렸다면 얼마나 맥 빠지겠어? 공무원들은 말을 듣겠어? 국제 공조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데 한국 대통령이 중병에 걸렸다고 하면,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마저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거야.
김두우 / 김대중 대통령도 재임 중에 많이 편찮으셨는데, 공식 발표는 안 했지만 측근들은 다 알았고, 그렇게 보좌했다고 하던데요.
대통령 / 응. 나도 들었어.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를 할 때에도 휠체어를 타고 회의장 바로 앞까지 가서는 휠체어를 치우게 한 뒤 회의장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대통령의 자리라는 게 그래. 정말 죽을병에 걸렸으면 발표해야 하겠지만, 혼자서 견뎌야지. 김대중 대통령도 주변에서 알게 되는 바람에 결국 바깥까지 소문이 난 거지.
김두우 / 네. 저도 당시 언론에 있었는데, 청와대 사람들에게 들었으니까.
대통령 / 그래, 바로 그런 거야. 그래서 집사람과 주치의 외에는 일체 비밀로 했어. 집에 애들한테도 말 안했으니까. 부속실도 몰랐어.
김두우 / 약을 드셔야 했을 텐데, 어떻게 부속실 직원들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하셨습니까?
대통령 / (약간 장난스런 표정으로) 비타민C 먹는다고 물 가져오라 그랬지. 약은 관저에서 나올 때 호주머니에 넣어서 왔고.
김두우 / 외국에 나가실 때는 약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대통령 / 집사람이 따라다니면서 챙겨줬지.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봐. 이것 꼭 써야 되겠어?
투병 시기는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진부터 완쾌까지 6개월 동안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병색이 드러날까 봐 가볍게 화장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