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을 보노라면
영세자영업자들 다 망한다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런 글들을 올리는 자들이 어떤 부류들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일단 영세자영업자들이 망한다는 이야기는 사실일 게다.
몇년전부터 길거리나 상가쪽을 지나면서
영세 소매상 또는 음식점들이 파리 날리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봤다.
식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에는 손님이 없고
소매상에는 주인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허다 하더라.
그리고 세월이 지나가면서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더라.
처음에는 정권 탓인줄 알았다.
정권에서 경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할 자들의 무능함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와 곰곰히 생각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정책 담당자들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세태가 바뀌는데, 소비자들의 구매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응해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하련다.
영세자영업자라고 말하는데 그런 영세자영업자들에는 어떤 직군들이 있을까.
영세 식음료점, 영세 소매점, 영세 제조업 등등.
이 중에서 영세 음식점들은
음식점 분야의 전문가(?) 백종원의 말에 따르면 원래부터 90% 이상이 망하는 것이란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헛된 꿈에 사로잡혀 덤벼들었다가
1년 만에 쪽박차고 나가는 분야가 음식점 분야란다.
그러니 영세 자영업 음식점은 거론 대상에서 빼자.
그리고 영세 제조업에 대해서는 워낙 분야가 넓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환경도 복잡다단해서 영세 제조업이 망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영세 자영 제조업도 패스.
그리고 오늘 말하고 싶었던 분야인 영세 소매점.
아마도 영세 자영업자라고 말하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분야가 영세 자영 소매업일 것이다.
시장이나 상가, 길거리 한편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가지고 각종 물건을 파는 자영 소매업자들.
파는 물건들도 참으로 다양하다.
그 쓰임새는 대부분 가정이나 조금 큰 규모의 사무실, 회사 등에서 일상을 보내는데 필요한 것들.
예전에는 필요한 물건들이 있을 때, 해당 물건을 파는 가게에 가서 구매했다.
그러다가 대략 20여년 전부터는 이마트 등의 대형 마트가 등장하면서
많은 영세 자영 소매업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분들이야 말로 대단한 분들이고, 어쩌면 행운아들.
그리고 이제는 소매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정확하게는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바뀐 것.
예전에는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자면,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로 직접 가야 했지만
이제는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다.
그것도 그냥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판매업체를 확인하고 인터넷을 통해 그 판매업체로부터 물건을 구매한다.
인터넷 판매 때문에 죽어나가는 소매업체는 영세 자영 소매업체 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도 포함된다.
몇 시간 전에 차량 유리용 발수코팅제를 구매하기 위하여 인터넷 검색해보고
이마트에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어서 갔다 왔는데
그것이 진열대에 없기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할까 싶어서 그냥 돌아왔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평일일지라도 이마트 매장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매장 안에는 고객들이 거의 없고 정말로 황량하더라.
그 넓은 매장 안에, 나까지 포함해서 20 명도 안되어 보이더라.
예전 같으면, 주말에 이마트를 가면 매장 안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했었고
계산대 앞에는 대기열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몇 주 전에 홈플러스를 갔을 때 보니,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더라.
작년에 에어컨을 구매했다.
시골 지역이라 주변에 나무로 가득한 언덕들이 많아서 좀 덜 덥기에 선풍기로 버티고 버텼는데
작년에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에어컨을 구매했다.
하이마트에 가서 담당과 이런 저런 조건을 들어 상담을 했고
담당이 네고해주겠다는 가격만 듣고 집에 왔다.
그리고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검색.
하이마트에서 네고해주겠다는 가격보다 한참 싸더라.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
이런 지경이니
인터넷 쇼핑몰과 비교하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영세 자영 소매업들은 전부 망해 나갈 수 밖에.
오히려 망하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할 정도.
그러니 영세 자영업자들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망하느니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망하느니 하는 소리는 그만 하자.
영세 자영 소매업자들이 망해나가는 것은
소비자들의 급격한 상품 구매 형태에 적응하고 준비하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 자신들 때문이다.
물론 경제 정책 입안 및 실행을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에게는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책임이 있지만
현 시대에 있어서 정부 당국자가 그 모든 것을 다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니 더 이상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을
소주성 정책,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만 돌리는 소리는 그만 하자.
(덧글)
내가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는 것을 봤다.
똥장군 (이게 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노새 수레꾼
물지게꾼/수돗물 판매업
굴뚝 청소부
주전자 냄비 땜질하는 사람
칼갈이
문선공 (이것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석유곤로 심지갈이
전화교환원 (34년전, 창원근무시 북마산전화국으로 가서 전화교환원에게 신청하여 강원도로 시외전화했다)
타자수
운전사 조수
버스안내양
엘리베이터 걸
에스컬레이터 걸
등등등...
그리고 이제 영세 자영 소매업도 포함될 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