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죽어 무지개가 되기까지는
박정만
돌아가는 자의 소리없는 발자국 소리
서편 하늘 저 멀리로 사라져 가고
그 소리 따라가는 누구의 그림자 하나
건공증(乾空中)에 그 음영을 드러내고 있도다.
누구의 속절없는 일평생이여,
울면서 울면서 헤어지지 말고
웃으면서 웃으면서 헤어지잔 말
그 말 참말이 되기까지는
거듭 죽고 거듭 다시 태어나야 하리.
뼈와 살을 다 추스리고 나면
나머지는 한 평의 허공이거나
허공을 타고 도는 없는 바람이거나
바람끝에 몸살난 어버이의 일이니
이 세상 강추위를 어떻게 다 가리우랴.
사랑이여,
한 번의 죽음이 영원을 노래 부르고
한 웅큼의 흙이 흙을 노래 부르니
죽음의 보(褓)에 줄 것 다 주어버린 후
애간장도 푸석푸석 태워버린 후
나머지 없는 것 한 톨씩 서로 보태어
잃은 피로써 잃은 피로써 살아야 하리.
우리가 죽어 무지개가 되기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