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라는 건 다수의 국민들이 가진 판타지가 이기는 게임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노무현은 486 자유주의자들의 판타지, 이명박은 기업 CEO와 효율성에 대한 판타지가 작동했던 거죠. 그럼 박근혜는 무엇이었냐 이거에요.
이명박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서 큰 이득을 본 대통령이에요. 상대적으로 당시 이명박과 붙었던 여권 인사들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악재로 작용했었고요. 반면 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었어요. 예를들면 친이와 구별되는 행보라던지(그것이 진정성이 있든 없든), 복지 공약들이라던지, 대북관에서 유화적인 제스추어라던지 등등.. 저는 이런 박근혜측의 행보를 전략적으로 잘 짜여진 승리라고 생각해요.
박근혜측의 이런 행보에 나아가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중들이 박정희를 왜 욕망하게 되었는지, 박근혜의 당선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읽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비평은 주관적인 것이고 해석이라는 걸 염두하셨음 좋겠어요.
박정희에 대한 향수는 제 생각엔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들, 적대들을 해소해 줄 권력자에 대한 갈망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집단화된 전체주의 사회의 향수라고 할 수 있겠고요. 이제 폐제가 된 노인 공경이나, 범죄(성폭력이나 학교 폭력등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등의 버전.. 부패한 공무원에 대한 일상적 하소연들.. 진보 중도 보수 다 떠나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법의 지배, 권력의 집행에 대한 개개인들의 욕망들이 있고, 이런 욕망들은 강력한 권력의 탄생을 바란다는 것이죠.
저는 박근혜를 지지한 많은 사람들중, 이런 권력에 대한 열망들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정작 박근혜가 당선되고나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왜 지만원이나 변희재같은 파쇼 반동들은 박근혜에 대한 지지 철회를 떠들고 있을까요?
소위 자기들이 진보라고 주장하는 몇몇 분들의 주장과 다르게, 전 박근혜가 관료 체제와 간접 민주주의 체제에 아주 잘 포섭된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 얼마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경제 로드맵을 보면 경제 불만의 몸통을 비효율적인 관료 체제와 법의 지배라고 주장했거든요? 그 내용 여부를 떠나 아주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구호가 그 전 정부들의 연장이라는 사실이에요. 노무현 정부의 2만달러 시대나 이명박 정부의 감세 논리들을 보면, 여야니 중도니 보수니 할 거 없이, 매번 비슷하게 보이는 구호들로 정부의 경제관을 치장한다는 거에요. 즉 박근혜 정부의 저 발표는 복지든 성장이든 이런 걸 떠나서, 이 시스템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선언 같은 거라는 거죠.
왜 지만원이나 변희재가 박근혜 지지를 철회했을까요? 이 철없는 파쇼 반동들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사회 안전 질서라는 명목아래, 파쇼 반동 세력이 사회 저변부터 보수(라고 이야기하지만, 파쇼적)적 질서로 만드는 환타지를 가졌던 거에요. 근데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포섭되자 그런 힘들이 죽고, 파쇼니 뭐니 이런 것들은 관료에 의해서 걸러지게 되거든요?
박근혜가 당선되서 대체 뭐가 변했죠? 파쇼 반동 전체주의 또는 집단주의적 운동들이 생겨났나요? 죄송하지만 아니에요. 그리고 항상 이런 대중의 근간을 이루는 과격한? 정치 논리들은 어떤 세력이든 관료 체제에 들어가면 거르게 되어 있어요. 친노들나 김어준빠들이 인터넷에서 주억거리는 음모론들이 야권에서 걸러지듯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박근혜를 상징하는 판타지가 실패하는 걸 우리는 똑똑히 보고있다는 거죠. 그냥 그 전 정부들과 다를 게 없는 거에요. 결국 지지하든 아니든 환상들은 사라지고 다시 레임덕에 빠지겠죠. 정치 회의주의는 더 깊어질 거에요. 기댈 수 있는 판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