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14일 판문점을 통해 돌아온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창당준비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특히 박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과 관련해 “정부와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 면담결과를 정부쪽에 설명하고 일이 잘 추진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방북 전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었나?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일정을 미리 발표하는 법이 없다. 방북할 때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논의는?
=김 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선언 때 답방 약속을 했으므로 평화증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약속을 지켜 분명히 답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방북과 관련해 정부와 사전에 협의했나?
=어떤 사전 협의도 없었다. 평소에 내가 생각해왔던 것을 사명감을 갖고 제의했다.
―김 위원장이 임동원 특보 이상으로 환대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북한은 대화의 상대, 공동발전의 상대라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평화의 한반도를 물려주자는 진심을 갖고 이야기한 게 통했던 것 같다. 한가지 문제라도 해결해서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김 위원장은 대화하기 편했고, 시원시원하게 답해줬다.
―방북결과를 정부에 전달할 계획인가?
=(이번 논의내용은) 정부가 적극 추진하던 일이므로 이번 기회에 잘 해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할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한 이견은 없었나?
=그런 문제는 상황에 따라 나오는 것이다. 이산가족 등의 노력이 쌓이면 더 힘든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방북에 따른 정치적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래연합은 남북평화와 공동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당이다. 그것을 말만이 아니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보람있게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 김일성 주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나?
=서로 관심이 많았다. 김 위원장은 1·21 청와대 습격사건은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지른 것이고, 그 책임자는 죄를 받았다고 말했다. 만찬장에서 김 위원장이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계시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당시 북쪽의 박성철 부수상이 아버지에게 “남북이 동시에 8만명의 군인을 줄이자”고 제안했는데, 아버지께서 “북한은 언제든지 다시 8만의 병력을 증강시킬 수 있으니 안 된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김 위원장이 전했다. 안수찬 기자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