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해서 높게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근본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잘못된 환율정책으로 인해서 빚어진 IMF 금융위기도 결국적으로 극복했고 햇볕정책으로 헌법에 명문되었던 통일을 추구하지 않았습니까? 다만 햇볕정책이 궁극적으로 실패하기는 했습니다만 그건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오판과 북한의 헛된야욕때문이었지 그 취지 자체는 이상적이었고 바람직했다고 평가하거든요. 물론 2010년 연평도 포격사태를 계기로 완전하게 햇볕정책에 대해서 미련을 버렸지만요.
그러나 만델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공통점. 즉, 둘 다 흑백화합과 동서화합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가지고 당선된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씁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이틀 전인 12월 5일에 돌아가신 만델라 대통령과 관련된 기획이 TV에 쏟아지면서서 더더욱 그런 씁쓸함이 커지고요.
만델라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잊지는 않지만 용서한다."라고요. 그래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비록 탄압받던 흑인의 입장이었지만 백인을 포용하고 흑인의 입장에서의 보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흑백화합을 이뤄내었고 백인에게까지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죠.
반면에 김대중 대통령이 "동서화합"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성공적으로 부응했는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저는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잊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기간 5년동안 영남지역,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은 철저하게 호남정권에게 보복의 탄압을 받았죠. 과거 꽤 괜찮은 경제력을 지녔던 대구경북은 지역기반기업이었던 청구와 우방 등이 파산했고 구미의 OB라거 공장을 비롯해서 여러 공장들이 거의 반강제적으로 호남으로 이전했죠. 그러면서 호남정권 5년이 지난 후에는 대구경북 지역은 전국지방경제순위에서 꼴찌와 꼴찌 바로 앞을 경쟁적으로 다툴정도로 경제적으로 몰락했습니다.
그러면서 1996년 한때 15석의 의석 중에서 무려 8석이 야당에게 넘겨갈만큼 한나라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던 대구지역이 역설적으로 김대중 정권 이후에 완전히 "새누리당바라기"가 되었죠. 저는 대구경북 지역이 "박정희의 향수"에 젖게만든 주범이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실제로 영남지역의 나이드신 분들에게 솔직하게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 물어보면 먹고살기도 힘들었고 하고싶은 말도 못했던 시대라고 안 좋아하십니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반감때문이죠.)
얼마 전 구미의 박정희 탄신제를 보면서 저는 경악을 금지 못했거든요.(동시에 비탄에도 잠겼죠.) 개인적으로 호남에서의 지나친 김대중 숭배에 대해서도 비판했던 영남출신인 저에게는 대구경북 사람들의 박정희 숭배가 호남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보였거든요.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한 인물을 기대면서 "메시아"의 도래를 바라는 것은 과거 중세시절의 "신민"의 마음과 동일하다고 봅니다. 전혀 민주국가의 "민주시민"의 태도가 아니죠.
어쨋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여기까지 말하면 대다수의 호남인들도 호남정권 5년간의 영남지역 탄압에 대해서 수긍하고 동의합니다. 그러고나면 섬뜩하게도 "우리 호남지역은 무려 30년간이나 영남정권에게 탄압받았다. 겨우 5년 가지고 뭘 그렇게 말하냐?"와 같은 주장을 하시더군요. 저는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과연 "동서화합"에 관심이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넬슨 만델라 정신인 "잊지는 않지만 용서한다."와 대치되는 김대중 호남정권의 "잊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다."도 떠오르고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남은 호남이 영남정권에게 탄압받았다는 진실을 인정해야하고 호남은 영남이 호남정권에게 탄압받았다는 진실을 인정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바탕으로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보복의 뫼비우스띠를 끊고 화해해야합니다. 영남이든 호남이든지간에 누구든지 "나는 무조건적인 피해자고 너는 무조건적인 가해자다. 고로 넌 보복을 받아야만한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다면 절대로 동서화합은 이뤄질 수 없고 지역감정은 해소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몇년동안 탄압을 받았든지간에 일단 가해를 하면 누구든지 일방적 피해자, 일방적인 가해자가 될 수 없고 쌍방과실이 되는 것이 우리 생활입니다. 이미 영남과 호남은 쌍방과실을 범한 동등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만델라 대통령과 달리 동서화합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보복의 뫼비우스띠"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과거 영남정권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호남정권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영남정권이 호남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대신해서 사과합니다.
영호남에게 이러한 공통된 인식이 없다면 영호남 지역갈등은 영원히 해소될 수 없다고 봅니다. 영남은 호남에게 사과하고 호남은 영남에게 사과해야하죠. 보복의 뫼비우스띠를 단호하게 잘라서 진정한 국민대통합으로 가야합니다.(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권이 과연 그런 생각이 있는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