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박한 지식을 갖춘 많은 분들 덕에 대통령 특별교부금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 점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댓글들을 읽다 보니 팽팽한 주장 사이에 사실 큰 차이가 있다고는 느끼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특별교부금이라는 것이 대통령 개인의 돈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환원'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본질을 벗어나 있는 것을 본질로 되돌린다는 의미,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로 되돌린다는 것이니 그런 점에서의 '사회 환원'이라는 표현도 틀렸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양자 모두 쟁점이 될만한 내용은 서로 부인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특별교부금이 대통령 개인의 돈이 아니라는 점, 노 대통령이 방만하게 운용되었던 세금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려 애썼다는 점 말입니다. 서로의 가장 중요하고 큰 주장을 서로 인정하는 것인데 뭐 그렇게까지 싸울 필요 있겠습니까.
아 ~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저는 이런 점을 생각했습니다. 하면 그만이죠.
사실 제가 여기서 더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 환원을 했네, 안 했네가 아니라, 이런 내용으로 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탈권위적인가 하는 점입니다.
대통령 특별교부금이 물론 대통령의 사금고는 아니지만, 결국 (그 내용이 사익이든, 공익이든)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사용될 여지가 많은 예산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잖습니까?
너무 적나라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돈 = 권력이죠. 정치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금전적인 여력 - 그것이 비록 자기 재산이 아닐지라도 - 까지 갖추고 있다면 대통령에게는 더 없이 요긴한 무기가 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그것을 자의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향후 무원칙하게 사용될 여지 자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잖아요.
이건 쉽게 말하면 고양이가 스스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다는 겁니다.
권력이 뭔가요? 권력은 절대 스스로 그 힘을 나누지 않고, 권력을 위해서라면 형제와 자식까지도 죽음에 이르게 할만큼 달콤한 겁니다. 그런데 권력자가 (이미 누려도 별 상관없을) 권력을 스스로 나누고 제한하려 들다니요.
이런 사실을 안다면 그 자체를 대단하게 여기고 높게 평가하는 것이 자연스런 것이죠.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평소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분들은 이런 그 분의 모습에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밖에 없죠. 뭉클하고 감정이 솟아오르니 좀 과한 표현도 있을 수 있고요.
그냥 그 정도로 이해하면 특별히 욕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분들.
대통령 특별교부금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규명하기 위해 진지한 토론에 임하는 분들에 편승해, 별별 욕과 비난을 다 하시는 분들이 보이던데... 그러지 마세요. 격 떨어지는 일이고, 공연히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는 분들께 누를 끼치는 겁니다.
정게는 토론하는 곳이잖아요. 토론하고 대화합시다. 배설은 하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