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성공한 나라들은 징병 대상이 되는건 어느나라나 일종의 특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자와 외국인 노예는 징병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시민권이 없었다.
남북전쟁 당시 미국 하다 못해 노예 해방을 선언한 북부에서 조차 초기 흑인은 징병 대상이 아니었다.
후에 흑인부대가 창설되지만 대게 후방에서 잡일하는 부대였고 전투를 주로 하는 부대가 아니었다.
혁명시절 프랑스는 어떤가?
하다 못해 오늘날미국 호주 같은 나라에서 외국인이 그 나라 시민권을 획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병역이기도 하다.
구질 구질 예로 들것도 없이 징병제란 곧 시민권과 동의어였던거다.
징병제의 역사가 곧 시민권의 역사로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징병제로 군역을 마친 사람이 자랑스런 시민권을 가지게 되는 과정.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게 아니라 애초부터 이런 개념 없이 그냥 한국전쟁과 동시에 그냥 징병제가 시작되고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징병제가 왜곡변질되며 군역을 마친게 자랑이고 혜택받는 길이 아닌 그냥
힘없는 서민에 자식이 짊어진 천형 처럼 되버린거다.
이건 징병제 자체의 문제가 아닌 징병제=시민권이란 역사발전의 과정이 왜곡되고 변질된 문제인거다.
옳바른 징병제하에서라면 국가를 위해 2~3년 복무한 사람한테 거기에 걸맞는 봉급과 혜택이
있어야 한다. 그거 안하고 그냥 징병제가 이러 이러하니깐 모병제 한다는 틀린 얘기다.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충 넘어갈때 어떤 결과가 올까?
그 댓가는 후불로라도 두고두고 꼭 치르게 되어있다.
지금에라도 사병들에 대한 실직적인 급여(월 50만원쯤)와 전역후 공무원시험은 말할것도 없이
사기업에도 가산점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의무와 권리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국민이 체감할때 이 사회에 정상적인 보수도 등장하는거고 한국 특유의 이기주의
를 극복하고 사회적 연대니 뭐니를 말할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국민개병제의 시작점은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사병을 혁파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병역 조사를 실시해 30만 가까운 상비군 + 예비군 제도를
이루려 했던 정도전.
그가 사적 폭력수단인 사병 집단을 이용해 쿠테타를 일으킨 이방원에게 살해되지만 않았다면
이 나라 역사도 참 많이 달라졌겠지만 어쨌튼 핵심은 징병제 = 시민권이란 역사발전의 과정을
무시하고 급진적으로 뭔가 바꾼다고 해서 어떤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단 얘기다.
대한민국 헌법이 우리가 힘들여 이룩한게 아니라 어느순간 우연히 거저 얻어지는 바람에
두고 두고 그 댓가를 치루지 않았나.
징병제 역시 마찬가지다.
병역자에게 정당한 권리를 주는게 우선이고 그런 과정을 거치기전
징병제 폐지는 답이 아니다.